유산오계(遊山五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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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박성원 기자 [email protected]

요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미세먼지가 신경 쓰이지만, 갓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알록달록한 봄꽃을 감상하며 산을 오르는 재미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조선시대에도 많은 이들이 산행을 즐겼다. 임금이나 고위 관리 등이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산을 오르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은 ‘금강산 유람기’ 등 많은 기행문을 남긴 것을 보면 옛사람들의 산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산행 과정에서 방심하면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조선시대에도 요즘의 ‘산행 안전 가이드북’이라고 부를만한 책이 있었다. 금강산 기행문 등을 남긴 홍백창(1702~?)은 ‘유산보인(遊山譜引)’이란 책에서 산을 유람할 때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른바 ‘유산오계(遊山五戒)’다. 첫째가 ‘관원과 동행하지 말라’다. 고위 관리와 함께 산에 오르다 보면 이런저런 특별대우(?)를 기대하게 되고, 결국 산행의 재미가 사라진다. 둘째는 ‘동반자가 많으면 안 된다’. 같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체력이 제각각이다 보니, 혼자 마음대로 가거나 쉬지 못한다.

셋째는 ‘바쁜 마음을 버려야 한다’. 무리한 산행을 하면 산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사고 발생률도 높아진다. 넷째는 ‘승려를 재촉하거나 나무라면 안 된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과거 승려들을 산행 가이드로 삼았던 관리들의 횡포를 경계한 말이다. 다섯째는 ‘힘을 헤아려 일정을 가늠하고 나서 움직여라’. 처음 산에 오를 때 힘을 다 쓰면 하산할 때 문제가 생긴다. 이 대목이야말로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이 아닐까 싶다. 에베레스트 등 세계 최고봉에 올랐던 전문 산악인들도 등산할 때보다 하산할 때 더 많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산 시를 대비해 체력을 적절히 남겨두고 충분한 휴식도 취해야 한다.

산행은 힘든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상쾌한 공기로 머리를 식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오는 주말 비가 온 뒤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날씨가 예상된다니 철저한 사전준비와 안전수칙을 지켜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에 나서는 것도 좋겠다.

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박성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