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공 세운 뒤 버려야 할 ‘탐욕과 권력욕’

이상수 상임대표·포럼그랜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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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예전부터 개국을 하거나 선거철이 지나면 권력을 잡은 이들은 논공행상에 골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무시하기도, 그렇다고 봐주자니 누구를 봐줄 것인가 정확한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방(劉邦)이 한나라를 세우 뒤 개국 공신을 무자비하게 숙청했지만, 소하(簫何)는 재상이 됐다. 소하는 4년 동안 벌어진 초·한 쟁탈전에서 두 가지 큰 이바지를 했다. 하나는 한신을 대장군으로 추천한 것이고, 또 하나는 후방에서 물자를 안정적으로 보급한 공이었다. 그는 세 가지 책략을 사용했다. 첫째, 봉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둘째, 유방과 여후(유방의 황후)의 군국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유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 조카까지 군대에 입대시켰다. 셋째, 스스로 오명이 될 일을 만들어 명망과 위엄이 유방보다 높다고 느끼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런 까닭으로 소하는 천수를 다하고 집 안에서 편안히 죽을 수가 있었다. 유방은 소하는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먹여 살렸으며 군수 물자를 공급하고, 도에 어긋나지 않는 인걸(人傑)”이라 칭송했다.

이에 반해, 이선장(李善長)은 1368년 주원장이 남경에서 정식으로 황제로 등극하고 나라 이름을 대명으로 정했을 때 모든 의식을 주관했던 사람이다. 이선장은 문서를 작성하는 말단 관리에서 개국 공신이 되고 개국보운(開國輔運) 한국공(韓國公)에 봉해졌다. 철권(鐵券)을 하사받았는데, 이는 죽을죄를 두 차례 사면 받을 수 있는 특권이었다. 이렇게 특권을 누린 이면에는 그가 식견이 낮고 조속함을 탈피하지 못해 과한 포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기실은 내면적으로 속이 좁고 타인의 말을 듣지 않으며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로 남에 대한 원한을 많이 품고 있었다는 것 등이다. 이런 성품을 지닌 이선장은 일찍부터 승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세력이 대단히 컸다. 그런 상황에서 이선장은 음모를 꾸며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유기를 무고케 한 다음, 자신이 나서서 유기가 권력을 남용했다고 탄핵했다. 이 때문에 결국 유기는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집으로 갔고 이로서 큰 화를 면했다. 이선장은 참의 이음빙(李飮氷)과 양희성(楊希聖)이 평소 자신에게 괘씸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황당한 죄명을 씌워 양희성의 코를 베고 이음빙의 가슴살을 도려내는 혹형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후유증으로 한 사람은 불구자가 되고 한 사람은 죽고 말았다.

그러한 이선장도 수차례 수난을 겪은 후 별자리에 변동이 생기자 불길한 징조로 여기고 대신들이 이를 구실 삼아 이선장을 처벌하자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나이 77세였는데 결국 그와 70여명의 가족들이 함께 죽임을 당했다. 이처럼 이선장은 처음에 큰 공을 세웠지만 나중에 오명으로 얼룩진 여생을 보냈다. 주원장이 의도적으로 잔혹하게 공신들을 숙청했다고 하지만, 어진 개국 황제라도 이선장처럼 자신이 세운 공에 의지하고 오만하게 권력을 남용하면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근래에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선거철이 되면 자기 가치실현을 위해 특정정당을 지지하기 보다는 개인의 탐욕과 권력욕을 충족하기 위해 저울질을 하여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 개개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몰라도 짧은 선거기간동안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민심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기가 지지하는 인물이 당선되면 자기 공을 내세우려 하고 캠프 책임자에게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인사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모양만 공개모집이지 인적자원을 평가할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캠프에서 추천한 사람을 대상으로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도덕성검증이나 업무 수행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낙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되기에 최종 선정된 인사가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경우가 있어 씁쓸하게 하기도 한다.

선거캠프 인사가 인사혜택을 보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합당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가 알량한 선거의 공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시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며, 당사자도 맡은 일에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그걸 우려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경제 환경이 안정적인 때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처럼 혁신이 필요한 때는 해당 조직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적 능력이 필요하다. 특정기관장을 맡으려면 조직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비전을 실천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은 자신들이 지지한 특정인이 당선됐으면 그것으로 자족하고 당선자가 구·시정을 잘 이끌도록 측면에서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인사권자도 누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적임자인가를 고뇌한 뒤 선발∙임명해야 한다.

소하처럼 자기 분수를 알고 자기 수준에 맞게 처신 하되, 명나라 개국공신 이선장 처럼 탐욕과 권력욕에 매몰돼서는 자신은 물론 시민들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점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