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교 무상교육,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관건

현석룡 광주시교육청 정책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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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드디어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윤곽이 나왔다.

지난 달 교육부는 고교무상교육을 당초 계획보다 한 학기 앞당겨 올 2학기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생 3학년부터 우선 적용하고, 내년은 2학년으로 확대하고 2021년부터는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 기초교육권을 보장하고, 가계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으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지만, 학비를 지원받는 가정은 많다. 일반고 저소득층 자녀는 교육급여와 교육비를 지원 받고 있고, 특성화고 학생들은 장학금 지원형태로 혜택을 받고 있다. 공무원 자녀는 학비보조수당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 직원 자녀는 사내복지혜택으로 거의 무상교육을 받고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가정은 학비를 자체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사정 악화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많은 고등학생들이 제도적으로 불평등한 교육사각지대가 놓여있는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고교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공교육비 민간 부담 비율이 OECD 평균보다 2배가량 높다고 하니, 이번 교육부 발표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당연히 실시되어야 할 고교무상교육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재원은 확보 가능한가?’이다.

고교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올 하반기에 3,900억, 내년은 1조4000억, 전면 시행하는 2021년에는 2조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의 법적 근거를 담고, 그에 따른 재정소요를 반영한 지방교육재정교부율 인상을 위해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동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매년 교육부의 불용액도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의 이 방식은 이미 실패를 경험한 바가 있다. 지난 정부의 누리과정의 예산을 편성할 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늘어나고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등 낙관적인 전망으로 추진했다가, 결국 ‘보육대란’이라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었다. 이 방식을 기재부가 또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기재부는 과거처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의 씨앗을 뿌려서는 안 된다.

교육에 대한 투자는 다른 복지정책과 달리 경쟁력 있는 미래국가를 위한 투자적·생산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더 현명하고 안정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교육 현장은 ‘국공립유치원·초등돌봄교실 확대’, ‘학업중단예방’, ‘학교노후시설 교체’ 등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한 이 교부금은 매년 편차가 심해 안정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 법 개정으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현재 교육부와 기재부가 예산확보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라 하니,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도 같은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