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혐오의 시대’와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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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흑인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다. 모든 백인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다르다.”

최근 본 영화 ‘그린북’에 나오는 대사다. 인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의미다.

그린북은 “백인만 출입”, “흑인 사절”이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백인 운전기사 토니 립, 두 주인공이 8주간의 콘서트 투어의 여정을 담아낸 영화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일침을 가한다.

미국의 경우 이에 앞선 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선언 이후 노예제가 폐지되고 투표권 시민권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도 줄줄이 생겨났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볼 수 있 듯, 노예제도가 사라진 이후에도 오랜기간 흑인들은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야만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종 차별을 넘어서 성별 차별과 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각종 차별과 혐오현상이 만연해 있다.

급기야 남성,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극혐(극도로 혐오)현상’까지 횡행하면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곳곳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도 ‘칙칙폭폭(성소수자 비하 표현)’ ‘메갈X(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 사용자를 조롱하는 말)’ 등 혐오 표현이 난무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과 혐오 현상이 고착화되면, 개인의 사소한 일상과 선호를 넘어 증오 범죄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또한 여성혐오 사건에서 비롯됐었다. 이 사건 이후 여성과 남성을 둘러싼 성별 혐오 문제가 심화됐다.

그럼에도 국내엔 차별과 혐오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국회에서 성소수자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인종·종교적 혐오와 성차별 등이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 혐오 관련 선동 행위를 형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만큼, 우리나라도 혐오규제법 제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편견과 차별, 혐오, 그리고 인간 존엄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할 때다.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