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재평가 좌우이념 벗어야

광주만세운동·학생독립운동 김범수·이기홍 선생
사회주의 전력에 인정 못 받아 '반공 이데올로기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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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는 26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동구 계림동 푸른길공원 원형광장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독립투쟁 기록사진 60여점을 전시한다. 뉴시스
광주 동구는 26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동구 계림동 푸른길공원 원형광장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독립투쟁 기록사진 60여점을 전시한다. 뉴시스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던 인사가 사회주의 활동 전력 탓에 여전히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도 여전히 벽이 높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낙인이다.

대표적 인사가 김범수(1899~1961), 이기홍(1912~1996) 선생이다.

김범수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 1919년 광주의 3·1운동인 ‘3·10만세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제작·공급했고 일본 군·경에 체포돼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기홍 선생은 1929년 광주 고보 재학 당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투신한 인물로 김범수 선생과 마찬가지로 독립운동과 광복에 기여했다.

하지만 두 독립운동가는 현재까지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활동 전력 탓이다.

김범수 선생은 6·25 전쟁 당시 인민군에 징발돼 광주인민병원장을 지냈다는 이유다. 이기홍 선생은 광복 직후 여운형 선생이 주도한 건국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회주의자 꼬리표가 붙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제4차 국가보훈발전기본계획(2018~2022년)’이다.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 개선안’이 포함됐는데, ‘광복 이후 사회주의 활동 참여자 재검토’ 방침이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반영된 개선안이다.

현실은 달랐다. 국가보훈처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포상을 위해 공적심사를 했지만, 김범수·이기홍 선생을 포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범수 선생은 ‘독립운동 이후 행적 이상(조선총독부 의원 근무 등)’, 이기홍 선생은 ‘활동 및 광복 이후 행적이상’ 등의 이유였다.

지난해 정부가 정한 ‘광복 이후 사회주의 활동 참여자 재검토’가 여전히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와 유족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잣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범수 선생의 조선총독부 의원 근무와 사회주의 전력은 자의가 아닌 타의였고, 이기홍 선생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 볼 수 없고 6·25 당시 사회주의에 참여했던 이력도 아니라는 목소리다.

김범수 선생 유족은 “김범수 선생은 경성 의전 3학년 당시 독립운동을 하려고 인쇄기를 사서 장성 모처에서 태극기와 독립선언서 등을 인쇄하고 광주로 옮겨와 대형 태극기를 들고 맨 앞에서 ‘3·10만세운동’을 이끌었었다”며 “일제에서 독립운동 전력을 문제삼아 경성 의전을 졸업하려면 공중보건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부 의사면허’를 걸었던 것인데 그걸 문제삼았다”고 호소했다.

이기홍 선생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안종철 현대사회연구소 박사는 “이기홍 선생은 독립운동 활동과 광복 이후 행적이상이라고는 했지만 그는 광복 이후 여운형 선생의 건국준비위원회에 잠깐 몸을 담았을 뿐 6·25 전쟁 도중이라던지 그 이후 사회주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그의 사회주의 활동은 엄연히 시기상 성격이 다르고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사회주의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종철 박사는 “새 정부 들어서 독립유공자 선정에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과거 정부의 기준에서 하나도 변화된 것이 없다”며 “국가보훈처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침과 반하는 유공자심사를 진행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은 “과거 독립운동 이력이 우파적 시각으로 기록됐기 때문에 좌파 인사들의 독립운동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독립운동에 대한 시각은 좌·우 이념이 아닌 독립운동 그 자체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