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야속하더라…하늘만 쳐다보는 축제

‘4월 폭설’로 봄꽃축제 망치고 ‘폭염’ 탓 관광객 감소
강진청자축제 등 전남 5개 여름축제 개최시기 변경
국악·판소리 등 도내 유사축제 22개 ‘눈치보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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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을 대표하는 여름축제인 무안연꽃축제가 올해부터 개최시기를 2주 가량 앞당겨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연꽃축제가 열리는 회산 백련지 전경. 무안군 제공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무안을 대표하는 여름축제인 무안연꽃축제가 올해부터 개최시기를 2주 가량 앞당겨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연꽃축제가 열리는 회산 백련지 전경. 무안군 제공 박성원 기자 [email protected]

가뜩이나 비슷한 축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과 미세먼지까지 겹쳐 축제를 개최하는 전남 시·군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지각 폭설’로 봄꽃축제를 망치고, 여름엔 최악의 폭염으로 흥행 부진을 겪은 지자체들이 들쑥날쑥한 기후와 잦은 미세먼지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기록적인 여름 폭염은 지자체 축제 개최 시기까지 바꿔놓을 정도다.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로서는 날씨 뿐만 아니라, 유사한 축제가 난립하면서 개최시기를 놓고 타 시·군의 눈치를 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전남도내에는 판소리 등 국악 축제만 22개에 달하며, ‘이순신’ 콘텐츠를 앞세운 축제도 잇따르고 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흥행 부진에 시달린 전남 축제가 올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봄꽃축제 여는 지자체 ‘전전긍긍’

“정말 하늘이 너무 야속했습니다.”

지난해 4월 벚꽃축제를 준비했던 전남 한 지자체 공무원의 푸념이다. 축제 준비를 위해 예산 편성부터 프로그램 준비, 관광객 유치 등 축제 성공개최를 위해 반년 이상 쉴 틈없이 매진했지만 축제 기간인 지난해 4월 6~7일,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공든 탑’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지난해 봄꽃 축제를 준비했던 전남 지자체 공무원 누구나 경험한 아픔이었다.

올해 봄 날씨도 심상치 않다. ‘겨울 실종’이란 말이 나올 만큼 12~2월까지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꽃 만개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상청 예보와 함께 3~4월 이상 한파와 눈 소식 전망이 전해지면서 이미 봄꽃 축제 시기를 확정한 지자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선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광양매화축제는 당초보다 1주일을 앞당겨 다음 달 8일부터 열린다. 축제 개막시기는 20년만에 가장 빠르다.

벚꽃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들은 지난해 4월 폭설 탓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6~7일 벚꽃축제를 개최했던 목포시와 구례군은 올해 축제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목포 유달산 봄축제를 준비 중인 목포시는 축제 기간을 지난해 이틀에서 무려 7배 늘어난 4월 6일부터 20일까지 14일로 길게 잡아 기상 악화 등의 돌발변수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구례 섬진강 벚꽃축제를 3월 30~31일로 확정한 구례군도 개최 전까지 지역주민과 대책회의를 열어 대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남 일부 시군이 폭염에 따른 관람객 감소로 여름축제 개최시기를 변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열린 제11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 기간 48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흥행에 성공했다. 장흥군 제공 편집에디터
전남 일부 시군이 폭염에 따른 관람객 감소로 여름축제 개최시기를 변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열린 제11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 기간 48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흥행에 성공했다. 장흥군 제공

●유사축제 개최시기 놓고 ‘눈치작전’

일반적인 축제 개최 시기는 꽃 축제의 경우 개화 시기가 좌우하지만, 나머지 축제는 큰 변동 없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게 관례.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축제 개최시기 변동이 잦았다.

지난해 폭염으로 관광객 몰이에 실패한 전남 여름 축제 5개가 봄·가을 축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강진 청자축제, 고흥 우주 항공축제, 무안 연꽃 축제, 무안 황토 갯벌 축제, 영광 천일염 젓갈 갯벌 축제 등이 올해 개최시기를 변경했다.

동일한 시기에 지역축제를 집중적으로 치러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로 개최시기를 바꾼 곳도 눈에 띈다.

지역 내 다른 축제와 연계를 위해 서편제 보성소리 축제는 지난해 10월에서 올해는 5월 3~5일 개최된다.

폭염 등의 이유로 개최시기를 변경한 축제와는 달리, 비숫한 테마로 개최되는 축제들은 개최시기를 놓고 지자체별로 눈치작전을 벌이는 일도 연출되고 있다.

유사한 주제의 축제들이 앞다퉈 생겨난 게 주요인이다. 현재 ‘판소리’ 등 국악을 테마로 하는 축제만 전남도내에 22개에 달한다. 전남도가 직접 주관하는 전국국악경연대회(여수), 남도국악제(순천) 등 2개를 비롯해 구례 동편제소리축제, 보성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영암 전국김창조국악경연대회 등이 있다.

문제는 국악 관련 22개 축제 중 10개가 9~10월에 집중돼 있다는 점. 결국 비숫한 시기에 서로 유사한 축제가 열리면서 공연참가자, 관람객 유치를 놓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올해 서편제보성소리축제가 10월에서 5월로 개최시기를 변경하자 타 지자체들이 경쟁자가 줄었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무공 이순신’도 전남 축제 테마의 단골손님이다. 전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순신 관련 축제만 12개에 달한다. 전남에만도 여수, 목포, 진도·해남이 이순신 관련 축제를 이어왔다.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축제가 다양하게 개최되는 것은 역사 바로알기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일부 관광객은 “주제도 같고 행사 내용도 비슷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순신 관련 축제 명칭 변경이 잦은 것도 시·군이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여수시의 ‘여수 거북선 축제’는 ‘진남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67년 처음 개최된 ‘진남제’는 2004년 이후 무려 7차례나 이름이 바뀌었다. 현 명칭인 ‘여수 거북선 축제’는 지난 2016년부터 사용 중이다. 목포시는 21년째 이어온 ‘이순신 축제’를 유달산 벚꽃축제 등과 통합, 올해부터 ‘목포유달산봄축제’로 이름을 변경했다.

김성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