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라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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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편집에디터
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 껍질에는 모두 새끼손톱만한 개별 상표가 붙어있다. 큰 홍보효과가 없어보이는 터라, 무엇 때문에 과일 하나하나에 상표를 붙이는 수고를 감수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판매자 입장에서야 브랜드를 널리 알리려는 욕심이 있을 테지만, 구매자들은 개별 상표 처리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척과정에서 떨어진 상표가 배수구를 막는 등 이래저래 처리할 쓰레기양만 늘어난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구박(?)을 받아온 종이나 스티커 형태의 과일 개별 상표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과일이나 채소 겉면에 레이저를 쏴 상표와 가격 등 필요한 정보를 직접 새기는 ‘레이저 라벨링’ 기술 덕분이다.

지난 2017년 네덜란드 유통회사인 에오스타가 개별 가격표를 없애기 위해 개발한 기술로 최근 유럽의 슈퍼마켓 체인과 식품 소매업체의 참여가 늘고 있다. 실제 영국에서는 레이저 라벨링 기술이 적용된 아보카도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껍질이 얇은 과일이나 채소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환경전문가들은 레이저 라벨링이 확대되면 종이·잉크·접착제 등의 사용을 줄일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과일 껍질에 레이저로 라벨을 새기면 매년 10톤의 종이와 5톤의 접착제를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일에 붙이는 작은 가격표마저 없애려는 유럽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우리나라 과대포장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둔 백화점, 마트 등 선물코너에는 커다란 박스에 바닥 스티로폼, 형형색색의 개별 포장재로 둘러싸인 과일 선물세트가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당국의 지속적인 과대포장 단속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생활 쓰레기 중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로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2위다.

지난해 3월 영국의 한 슈퍼마켓에서 주민들이 과도한 포장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물건 포장지를 현장에 버리면서 시작된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캠페인은 전 세계적인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으로 확대됐다.

우리도 범지구적인 포장 폐기물 감소 노력에 동참하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대포장 근절을 위해 포장재 거부 주민 실천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박성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