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잊은 KIA 스프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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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10시,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해변가에 위치한 KIA 타이거즈 선수단 숙소건물 맨 아래층에 위치한 웨이트장 불빛은 대낮같이 훤했다. 실내는 비트감 있는 음악 소리도 흐르고 있었다.

이날엔 김기훈, 김윤동, 이준영(이상 투수), 이창진, 이은총(이상 야수), 신범수(포수)가 야간 자율 훈련을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수단의 공식 훈련 스케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로 빡빡하고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밤늦게까지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코칭스태프 없이 선수들끼리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훈련이다보니 서로가 서로의 코치가 됐다. 섀도 피칭 훈련을 하던 투수들은 개인 스마트폰으로 상대방을 녹화해주고 자세와 투구폼을 논의하면서 서로가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무대에 이제 갓 입성한 신인 김기훈도 선배들과 함께 연습하며 팀에 열심히 녹아들고 있었다.

이들은 팀내 노력파들로 명성이 자자한 선수들이었다. 포수 신범수는 이날 참여하지 않았지만 박준태-신범수-이은총은 매일매일 야간 훈련에 출석도장을 찍는 일명 ‘개근파’라고 귀뜸해주었다.

이날 참여한 선수들 모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자신들은 주전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연습해야 한다. 전혀 힘들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의 집념과 투지가 그들을 푹신하고 안락한 침대 대신 퀴퀴한 땀내나는 훈련장으로 이끌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KIA 코칭스태프의 동기부여 때문이다.

“모든 선수가 주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어느 보직도 정해진 건 없다” 김민호 야수코치와 강상수 투수코치는 이번 스프링캠프 참여 선수들에게 이같이 강조하면서 경쟁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이 같은 동기 부여가 현재 비주전급과 백업 선수들의 무한경쟁에 불을 지폈다. 젊은 선수들은 올 시즌 자신의 이름을 1군 엔트리에 올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제구와 방망이를 가다듬고 있었다.

KIA는 이번 스프링캠프에 편성된 야간 자율훈련의 또 다른 이름을 ‘자신감을 찾는 시간’으로 명명했다. 이는 1군 도약을 원하는 비주전급 선수들이 부담감을 털어내고 자신감을 갖고 훈련하도록 함으로써 아직껏 표출되지 않은 잠재 역량을 맘껏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처럼 많은 선수들이 스스로 잘해보려는 노력들로 원팀을 이뤄낸다면 지난해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아쉬움을 삭혀야만 했던 KIA가 올 시즌에는 환하게 웃는 날을 맞이 하지 않을까.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