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은 과연 언제일까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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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5개월 넘게 지체하다가 추천한 3명의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위원 중에 2명이 5·18진상규명특별법 소정의 자격기준에 미달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청와대에서는 재추천을 요구했다.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출범이 또 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5·18진상규명 특별법은 여·야 합의에 의해 적법하게 제정된 법률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특별법에 규정된 위원 자격에 부합하지 않은 인사를 추천한 것은 그 자체로 불순한 의도가 의심될 수 밖에 없다.

한편,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출범을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은 또다른 억지를 부리고 있다. 민주당에서 추천한 인사 2명 역시 제척사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별법을 살펴보니 5·18특별법에서의 제척사유는 조사대상의 사안별로 관련성을 문제삼을 뿐 5·18당시 구속자나 유공자를 원천적으로 조사위원에서 배척하려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실제로 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의도는 자신들의 자격미달 위원 추천과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는 억지 주장으로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출범 자체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불난 집에 기름을 던지듯이 자유한국당은 지난 2월 8일 5·18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군이 일으킨 게릴라전이었다는 악의적 왜곡을 일삼고 있는 지만원을 앞세워 국회에서 대국민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들을 쏟아냈다. 종북좌파들이 설치면서 5·18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국민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 5·18민주화운동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그 의미와 성격이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이에 기초하여 국회에서 제정하고 정부가 공포한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도 존재한다. 이날 공청회에서 막말을 쏟아 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도 인정할 수 없고,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와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태를 저지른 셈이다. 헌법기관이 헌법을 부정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5·18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특별법의 규정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 구성 자체를 지연시키고 있다. 박근혜정권 시절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활동 과정에서 보여준 자유한국당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내년 4월 총선까지 시간을 끌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결국 다시 국민의 준엄한 경고로 자유한국당의 불순한 의도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1995년 광주학살의 책임자들에게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려 불기소했던 검찰이 국민적 투쟁에 떠밀려 결국 재수사를 진행하였고, 학살책임자들을 처벌하였던 당시의 상황이 다시 필요할 수 있다. 국가권력의 최고주체가 국민이고, 국민은 국가의 권력을 바로 세우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미 촛불혁명을 통해서 국정농단 세력을 탄핵하였고, 불의와 불법에 의해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일체의 세력을 단죄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역시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2020년 총선까지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음을 확인했다면 이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 2020년은 총선에 앞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때까지 진상규명위원회가 활발한 조사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어도 시원찮을 판에 진상규명위원회조차도 발족시키지 못한 채 과연 선열들 앞에 추모와 기념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유한국당이 빌미를 제공했으니 집권여당은 정치적 책임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재차 강조하거니와 민주당에서 추천한 5·18진상조사 위원 2명의 제척 사유의 해당 여부는 5·18특별법에서 정한 조사대상의 사안별 조사결정 과정에 적용되어야 할 문제이다. 더구나 유엔인권법은 과거청산의 원칙 중에 하나로 관련 피해당사자들을 오히려 조사에 참여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문제되지 않는 상황에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이 지연된다면 그 책임은 여·야 모두의 것일 수 있다.

국민들이 모두 작년 9월부터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만을 고대하고 있다. 40년동안 참아왔던 인내의 세월 앞에 하루라도 그 기다림을 줄이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