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북한군 개입설 또 끄집어낸 한국당, 도대체 왜?

불순분자로 규정해 보수 정통성 지키려는 의도
진상조사위 출범 앞두고 이슈선점 계산된 행동

371
지만원씨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만원씨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는 실체없는 망령이 다시금 고개를 내밀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판을 벌렸다.

바로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최한 ‘5·18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그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초대, 한바탕 5·18왜곡·폄훼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이 뜬금없이 이런 자리를 마련한 저의가 무엇일까.

5·18전문가들은 곧 있을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보수세력이 방해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진상규명 국면을 ‘북한군 개입설’로 몰아가려는 이슈 선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지 기반 집결을 위한 정치 쇼라는 의견도 있었다.

● ‘동상이몽 진상규명’ 본색 드러낸 셈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들이 백주대낮에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취지의 공청회를 열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5·18 전문가들은 보수세력의 ‘본모습’이라고 말한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는 5·18에 대해 미진했던 진상규명을 하고 싶은 것이고, 한국당은 이번 조사를 통해 지금 5·18이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부정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부정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진상규명에 대해 여야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군부나 신군부, 보수세력이 지닌 5·18프레임은 지난 39년간 바뀐 적이 없다. 불순분자, 북한군에 부화뇌동한 폭도들이 난동을 일으킨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보수가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구했다는 정통성을 지키려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5·18에 대한 자신들의 왜곡된 생각을 마침내 ‘커밍아웃 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더욱이 이 같은 일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김 교수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말한 ‘역사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는 말 역시 5·18을 부정하고 싶지만 대놓고 얘기 못하니까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진상규명 국면으로 가면 갈수록 논쟁은 첨예하게 발동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 ‘북한군 개입설’ 진상규명 이슈 선점

공청회에서 지만원 씨는 “이제 보수진영이 5‧18에 대해 내는 소리도 공론장에 상륙할 수 있는 ‘교두보’가 생겼다”고 했다. 5·18진상규명에 대한 한국당의 인식을 압축한 한마디였다. 향후 진상규명에 있어 노골적인 방해를 예고한 셈이다.

특히 ‘북한군 개입설’은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진상규명 국면에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논란을 야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교수는 “(북한군 개입설 관련)어떠한 군기록을 들여다보더라도 전두환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나온다. 12년 동안 기록에 손을 댔기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시민들이 말하는 기억과 증언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방식으로는 결정적인 팩트가 안 나오고 끊임없이 논쟁으로 가기 때문에 보수세력으로서는 그 목소리를 죽일 필요가 없다. 쟁점화가 되면 진상규명 필요성이 나오고, 프레임이 반복된다”며 “이는 보수세력에게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한국당의 진상조사위원 추천 때 지만원이 후보로 언급됐던 점이나, 북한군 남파설을 퍼뜨린 차기환 변호사가 최종 추천된 점 등을 보면 북한군 개입설 부분을 전략으로 두고 있는 듯하다”며 “일부러 논란을 일으켜 5·18진상규명 국면을 북한군 개입설 쪽으로 몰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당대회 앞두고 극우결집 노림수?

일각에서는 김진태 의원이 조만간 열릴 전당대회를 염두에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자 판을 벌렸다는 의견도 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이 지지 기반인 극우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5·18과 북한이라는 이슈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최용주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은 “(북한군 개입설은)보통 수준의 시각을 갖고 있으면 다 아는 이야기인데 한국당 일부 의원이 나서서 폄훼하는 건 전당대회를 겨냥해 극우세력을 집결하려는 목적이 보인다”며 “김진태 등은 원래부터 그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커온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지만원 등은 한국군이 설마 자국민을 헤쳤겠느냐는 선한 군중심리를 기가 막히게 이용하고 있다”면서 “그가 내놓은 ‘광수 사진’은 허무맹랑한데도, 일반인들은 비참한 광주학살의 현실과 견주었을 때 외부(북한군)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믿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번 5·18공청회 사태를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혐오범죄’이라고 정의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5·18 왜곡·폄훼에 대해 강력한 법률적 제재가 병행될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일반 광장도 아니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한국 사회의 참담한 현실이라 생각된다”며 “현재로써는 실정법으로 잡아들일 근거가 없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면 형사처벌을 하는 독일의 사례를 우리도 가져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