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파고든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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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최근 광주 북구 충효·금곡·청옥·장등동 소재 친환경 쌀 재배 농가 150여곳에 대해 지난해 10월께 친환경 인증 취소 처분이 내려진 것과 관련, 일부 농민들이 지역 모 농협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인증 취소가 농협 측의 서류 허위작성에서 비롯된 사실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의 조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해당 지역에서 친환경 재배가 시작된 이래, 농협 측이 관행으로 농민들이 작성해야 할 영농일지를 대리작성한 것이다.

엄연히 규정을 어긴 행위였다. 농관원의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 요령’에 따르면 인증신청서, 인증품 생산계획서 등 경영관련자료의 관리는 생산관리자가 맡게 돼 있다.

농협은 농민들의 친환경 재배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대표 농민 6명에게 생산관리자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이 작성해야 할 영농일지를 대신 써줬다. 농관원 전산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관리하며 직원이 직접 접속해 대리작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렇게 작성된 영농일지는 사실이 아닌 허위가 적히기까지 했다는 농민의 지적도 있다. 영농일지에는 비료 사용 등 친환경 쌀 재배 과정에 대한 주요 데이터들이 담긴다. 영농일지 내용이 인증 취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그간 생산된 쌀의 품질마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업무를 맡은 농협 책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든 게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그는 농민들이 감독기관의 조사 때 ‘안일한 답변’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농민들 탓을 했다. 잠자코 있으면 친환경 쌀을 비싸게 팔았을 텐데, 인증 취소로 쌀이 헐값이 되면서 피해입은 건 결국 농민들이라는 얘기다.

물론 농협만의 책임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엄밀히 따져보면 지난 수년간 해당 지역에서 친환경 재배를 해온 농민들이 농협의 편의에 따라 손쉽게 농사를 지어온 것은 사실이다. 또 영농일지 작성 주체이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농민들이다.

일부 농민들은 이 같은 불법이 5년 넘게 관행처럼 이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환경 재배 도입 초기만 해도 농협의 호의에 대다수 농민들은 두팔벌려 환영했다고 했다. 농협 입장에서는 농민들의 환심을 사는 것도 숙제다.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는 불법행위였고, 결국 관행이 됐다.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뇌관이 터지면서 세간에 그간의 일들이 속속 밝혀졌다. 농협 책임자의 말처럼, 잠자코 있으면 영영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불법과 관행은 비정상이기에 언젠가 드러난다. 오래 곪을수록 피해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농촌마을의 안녕을 위해 행정당국의 촘촘한 감시와 관리가 더욱 절실하다는 얘기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