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항일루트(5) 전국 최초의 사당, 비석, 동상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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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남은 기실 안중근의 땅이다. 그가 한 번도 이 땅을 스쳐간 일이 없지만, 인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안중근이 지금의 남한 땅에 남긴 유일한 자취는 1907년 북간도, 연해주로 망명할 당시 부산항을 거친 것뿐이다. 그럼에도 남도는 안중근과 한 몸, 한 뜻이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에 세워진 최초의 안중근 사당, 동상, 기념비가 바로 광주, 전남에 존재하고 있다. 단지 기념관만 없으나, 이 조차도 올해 10월쯤이면 장흥에 착공한다고 한다.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 만수마을에는 1955년 세워진 전국 최초의 안중근 사당, 해동사가 있다. 장흥의 명산인 제암산 끝자락이라 제법 숲이 깊어 마을 안길을 타고 한 참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그 끝자리에 고즈넉한 기와집들이 도열해 있는데, 죽산 안씨 사당인 만수사이다. 만수사는 안향을 주벽으로 안씨 일문이 선조들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1946년에 건립을 시작해 1951년에 완공했다. 만수사 본채 바로 옆에 1칸짜리 작은 사우가 바로 안중근 사당이다.

195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안중근 사당인 해동사. 죽산안씨 사당인 만수사 옆에 1칸 건물로 세워졌다가 2000년 사당 밖에 부지를 마련, 3칸 건물로 다시 건립했다. 최초의 사당인 해동사.(오른편)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
195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안중근 사당인 해동사. 죽산안씨 사당인 만수사 옆에 1칸 건물로 세워졌다가 2000년 사당 밖에 부지를 마련, 3칸 건물로 다시 건립했다. 최초의 사당인 해동사.(오른편)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

죽산 안씨 문중은 1951년 만수사를 세운 뒤 한 뿌리인 순흥 안씨 안중근의 후손이 국내에 없어 제사조차 지낸 이가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장흥향교 전교를 지낸 지역 유림 안홍천(죽산 안씨) 선생의 주도로 문중과 유림, 지역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안중근 사당 건립을 추진했다. 4년여 만인 1955년 만수사 본전 바로 옆에 지붕을 거의 맞댄 작은 사우가 세워졌다. 안 선생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게 사당 건립을 보고하고, ‘海東明月'(해동명월) 이라는 휘호를 전해 받았다. 휘호의 두 글자를 따서 해동사라 이름 지었다.

그해 10월 27일 안 의사 위패 봉안식이 열렸다. 봉안식에는 딸 현생 씨와 당질 춘생 씨(당시 육군 소장)가 참석했다. 또 문교부 장관을 대신해 고등교육국장이 참석, 국가적인 기념시설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해동사는 1984년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71호로 지정됐다.

만수사 경내에 건립된 해동사가 안중근의 공적에 비해 너무 작다는 말들이 오갔다. 그러다 1996년 사당 외부에 터를 마련하고 2000년 3칸짜리 건물을 신축했다.

기존 1칸짜리 해동사 안에는 1955년 봉안식 때 현생씨가 들고 있던 영정이 지금도 보관중이며, 신축된 건물에는 영정과 위패, 유묵 3점(복사본)이 자리하고 있다. 장흥군은 전국 최초의 안중근 사당인 해동사 주변에 기

해동사 안중근 의사 위패봉안식이 열린 1955년 10월27일 딸 현생 씨가 영정을 들고 장흥읍 동교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죽산안씨 문중 제공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
해동사 안중근 의사 위패봉안식이 열린 1955년 10월27일 딸 현생 씨가 영정을 들고 장흥읍 동교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죽산안씨 문중 제공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

념관 등 역사공원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중근 사당에 이어 대한민국 최초의 안중근 비석이 1961년 12월3일 광주공원에 세워졌다. 사암으로 보이는 기단 위에 검은 사각 돌에 ‘大韓義士安公重根崇慕碑'(대한의사안공중근숭모비)라고 새겼다. 글은 소전 손재형 작품이다. 노성태 국제고 수석교사(역사)는 “광주공원은 1908년 의병을 진압하다 숨진 일본군인들을 위한 위령비, 즉 충혼비가 건립되었고, 1913년 일본 1대 왕과 명치 왕을 모시는 신사가 세워진 곳으로 일제 상징 공간이었던 만큼 이곳에 항일의 상징 안중근 비석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1년 전국 최초로 건립된 안중근 의사 숭모비. 1987년 중외공원으로 이전하면서 기단은 그대로 남겨두고 비석 대신 동상을 만들었다. 비석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다.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
1961년 전국 최초로 건립된 안중근 의사 숭모비. 1987년 중외공원으로 이전하면서 기단은 그대로 남겨두고 비석 대신 동상을 만들었다. 비석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다.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

전국 최초의 안중근 비석은 1987년 광주 중외공원으로 이전, 기단은 그대로 두고 비석 대신에 동상이 세워진다. 동상은 그 해 4월4일 건립된다. 근데, 비석의 흔적은 오리무중이다. 전국 최초의 안중근 기념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부에서는 기념비를 이전하면서 비는 땅에 묻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1961년 광주공원에 세워진 숭모비 기단 위에 1987년 4월 안중근 동상을 세웠다. 숭모비의 비석은 이전 과정에서 사라졌다. 오른편 조형물은 광주 3.1운동 기념탑.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
1961년 광주공원에 세워진 숭모비 기단 위에 1987년 4월 안중근 동상을 세웠다. 숭모비의 비석은 이전 과정에서 사라졌다. 오른편 조형물은 광주 3.1운동 기념탑.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

장성군 상무대에 안중근 동상이 서 있다. 오른손으로 태극기를 잡고 늠름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동상이 대한민국에서 처음 세워진 안중근 동상이다.

1959년 안중근기념사업협회 주관으로 그해 5월23일 첫 동상이 세워졌다. 건립비는 국민성금 2300여 만환, 조각가는 김경승 씨였다. 건립 후보지는 서울역 광장 등 여러 곳이 추천됐으나, 일제시대 경성신사 터가 있던 남산의 숭의여고 교정이 선택됐다. 남산 명당자리에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소문난 이승만 대통령 동상이 서 있었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 기념물이 철거되면서 1967년 4월 26일 안 의사 동상이 남산으로 이안(移安)했다. 안 의사 동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의사의 실제 모습과 동상이 차이가 많다는 것. 결론은 남산 동상을 철거하고 다시 세우기로 했다.

그 때 누군가 제안을 했다. 안 의사가 대한의군 참모중장인 만큼 안 의사 동상을 대한민국 육군의 최대 군사교육시설인 광주 상무대에 설치하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1973년 3월5일 광주 상무대에 안 의사 동상이 세워졌다. 남산에는 1974년 7월10일 김경승 조각가에 다시 의뢰해 동상을 만들었다. 이 동상은 40여년이 흐르면서 낡고 퇴색해 철거하고, 2010년 10월22일 지금의 황금색 동상을 만들었다.

광주 상무대 동상은 1994년 상무대가 장성으로 이전하면서 동반 이전하게 된다. 1959년 전국에서 처음 세워진 서울 남산의 안중근 동상이 지금 남도 땅 장성 상무대에 늠름하게 서 있다.

195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울 숭의여고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으로 남산, 광주를 거쳐 1994년 장성 상무대에 다시 세워졌다. 국가보훈처 제공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
195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울 숭의여고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으로 남산, 광주를 거쳐 1994년 장성 상무대에 다시 세워졌다. 국가보훈처 제공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

광주 상무대에 20여 년 동안 서 있던 안 의사 동상이 장성으로 이전하자 광주시민들을 중심으로 상무대 옛터인 광주 상무시민공원에 동상을 다시 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7년 10월 26일 안 의사 순국 107주기에 맞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주지역 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동상이 건립되었다. 높이 3.3m 규모, 청동상으로 조각가 김숙빈 씨의 작품.

함평에도 순국 100주년 때 동상이 세워졌다. 함평군 신광면 일강 김철선생 기념공간과 상해임시정부 청사 모형시설 앞에 4.3m 높이로 세워졌다. 기단에는 단지동맹원 11명을

상징하듯 손도장 11개가 있으며, 기단 중앙에는 왼손 무명지를 잘라 ‘대한독립’이라고 쓴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함평군 신광면에 건립된 대한의군 대장 안중근 장군 동상.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
함평군 신광면에 건립된 대한의군 대장 안중근 장군 동상.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념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한의군 대장 안중근 장군’ 동상이다. 2010년 당시 제18대 국회의원 153명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특진 국회청원 추인서에 서명했다. 함평군과 안중근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는 이를 기념해 동상을 세우고, 안중근 장군이라 새겼다.

정남진 장흥 끝자락에도 2011년 7월26일 안 의사 동상이 선 보였다. 지역 유지들이 성금을 모아 정남진 공원 타워 입구에 세웠다.

이들 광주 전남의 안중근 기념시설은 모두 동경 126도 자오선 축선에 일치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110년 전 동양평화의 파괴자,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했던 하얼빈 역도 126도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안중근 사당인 장흥 해동사를 허브로, 대한의군 대장 안중근 동상의 함평을 지나, 대한민국 첫 동상이 서 있는 상무대 거쳐 한국인의 뜻을 모아 처음으로 세운 숭모비가 있는 광주 중외공원까지…. 남도는 안중근의 혼이 함께 숨 쉬는 항일의 땅이다.

글, 사진 =이건상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