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Sky Castle)과 클래식(Classic)

1480
스카이캐슬 포스터 편집에디터
스카이캐슬 포스터 편집에디터
백홍승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편집에디터
백홍승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편집에디터

‘스카이 캐슬'(Sky Castle)은 매주 종편 시청률 신기록을 수립하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드라마의 제목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드라마는 최고급 타운 하우스에 사는 우리나라 상류층 사회의 자녀교육이 충격적인 막장요소들로 버무려지며 도저히 시청(視聽)을 중단 할 수 없는 중독성과 몰입 감을 제공한다. 이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있는 드라마에 나도 완전히 꽂히고 말아서 그 동안 관심조차 없었던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니 ‘입시코디’니 하는 생소했던 단어들이 이젠 전혀 낯설지 않게 변했다. 이 드라마는 극히 사실적이다. 부와 사회적 지위를 기반으로 하는 어마어마한 사교육비의 지출, 학교 ‘시험지 유출사건’이나 ‘학생부 조작사건’, ‘하버드·스탠퍼드 동시 합격’이라며 언론사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던 세라 김 사건 등 모두가 실제로 국내에서 중요한 형사 사건이었거나 이슈가 되었던 내용들이고 극(劇)중 선명하게 드러나는 피라미드의 모형과 계급사회에 대한 설명은 끔찍하지만 현실이다. 어쨌든 대한민국에서는 잘 태어나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부의 세습이 교육의 세습을 낳고 교육의 세습이 다시 지위의 세습과 부의 세습을 낳는다고. 그저 그렇게 태어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제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차피 앞으로 다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스카이 캐슬’이 아직 종영되지 않고 진행 중이지만 그 결말은 반드시 비극적일 것이라고 단정한다. 탐욕스럽던 자들은 파멸하고 끝내 정의와 상식이 이긴다는 설정만이 이 ‘스카이 캐슬’ 밖 대다수 평범한 서민들에게 확실한 대리 만족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결말이기 때문이다. 역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자위 할 수 있게끔 정리해 주는 것으로서 이 드라마는 마지막 그 역할을 다 할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십억대의 입시코디와 사교육 강사가 붙어있는 소수의 학생들과 다수의 평범한 환경의 학생들, 그리고 공부 보다는 끼니 걱정으로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하며 살아가야하는 가난한 학생들이 대한민국에서는 공존할 것이다. 헌법(憲法)에나 있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들이 가증스럽고 그 언설(言說)들도 어차피 무의미하고 부질없다. 정의로운 언설이 모자라서 이 사회가 이렇게 되었겠는가? ‘스카이 캐슬’은 여전히 공고(鞏固)할 것이며 난공불락 성채의 주인들은 이렇게 비웃을 지도 모른다. 잘 좀 태어나지 그랬냐고.. 내가 사상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문제가 많아 이렇게 비관적일 수 밖 에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신분상승의 확률을 놓고 현실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짓 희망을 부추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스카이 캐슬’의 에피소드 에 필적할 만한 클래식 세계의 가면 속의 민낯에 관해서도 몇 줄 써 볼까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겉으로 화려하게 빛나면 빛나는 것 일수록 눈부시게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것 일수록 유리처럼 연약하고 허망한 면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숨겨져 왔던 내면들이 드러나고 허상이 부서질 때는 산산 히 부서져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는 파국의 드라마를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아 왔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사회를 끊임없이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거기에 편입되고자 몸부림친다. 우리처럼 그저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이 바로 성경에 있으니 같이 위로를 받고자 한다.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니”

<위 올 라이>We All Lie

‘스카이 캐슬’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들은 극중 몰입 감을 최고조로 높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의 ‘마왕'(Erlkönig, op. 1)’은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에 선율과 피아노 반주를 붙여 완성한 가곡이다. 깊은 밤 아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한다. 아이를 데려가려는 마왕과 두려움에 떠는 아들, 그리고 아들을 안심시키려는 아버지의 필사적인 대화의 끝은 허망하게도 아들의 죽음이다. 이 드라마의 파국을 암시하는 비극적 복선이 느껴지는 곡이다. 편곡이 되어 흘러나오는 라벨의 ‘볼레로'(Bolero)도 의미를 지닌다. ‘볼레로’는 현재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레파토리 중 한곡이다. 명료한 선율선과 규칙적인 악절과 형식의 활용은 구성적으로 빈틈이 없다. 스네어 드럼(작은북)으로부터 들릴 듯 말 듯 시작해서 끊임없이 동일한 리듬과 선율을 반복하며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악기들이 순차적으로 더해지면서 점점 더 거대한 음향을 만들어가다가 폭발적인 종국(終局)의 클라이맥스(Climax)에 이르러서는 무너지듯 끝난다. 연주자 단 한 명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강박적인 곡’, ‘음악이 아닌 수학’이라는 평론이 뒤따르는 곡이다. 실제로 이곡은 작곡자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이 실험삼아 쓴 곡일뿐이었다. 이 곡은 ‘스카이 캐슬’에 사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자녀들을 압박하는 강박적인 교육관과 교육 방식을 연상시키며 끝내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 인간성을 표현하고 있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레퀴엠(Requiem)중 제3곡 ‘눈물의 날’ (La crimosa)은 이 드라마 곳곳에서 비극적인 결말과 통곡의 날을 암시하듯 기습적으로 터져 나온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의 힘차고 격정적이며 영웅적인 서주(序奏)부분은 모든 부조리한 억압과 부자유에 저항하고자하는 루저(Loser)들의 노력들에 부응하며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찬란하게 연주된다. 또 클래식 곡은 아니지만 주요한 장면마다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인기 절정에 있는 노래 ‘위 올 라이'(We All Lie)가 있다. ‘위 올 라이’의 가사들은 통렬하다. “We all lie.우린 모두 거짓말을 해. tell you the truths.진실을 말해줄게. sometimes we laugh and easily lie.우리는 종종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지. Play with a mask to hide the truth.진실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놀지.People cheat each other. right? 다들 서로를 속이고 있잖아, 맞지?”

우리나라의 이야기다. 2차 대전의 막바지는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였다. 혈기 왕성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하지만 철모르는 조선의 어린 학생들을 서울 시내의 공회당에 모아놓고 비장한 클래식 음악들을 들려주고 자극적인 연설로 선동하며 자살특공대(가미카제 도꼬다이/神風特攻隊)로의 지원을 독려하여 사지(死地)로 내모는데 앞장섰던 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해방 후 서울대 음대 학장을 비롯하여 국내 음악계의 요직을 차지한다. 1991년 서울대 음대 입시부정 사건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추악한 이면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입시부정에 연루되었던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수석단원들을 포함하여 국내 유명 음악대학의 교수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으며 공판과정에서 속속 드러났던 입시부정의 수법들에 국민들은 기가 막혀 했으며 당시 국내 모든 음악대학까지 수사를 확대할 경우 대한민국에서 음악대학은 아예 없어질 수 있다는 말까지 돌면서 수사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입시지도교수와 악기사가 결탁하여 수백수천만원짜리 현악기가 수천 수억 짜리로 둔갑하여 유통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80년대 이후 각 지방에 유행처럼 창단되기 시작한 시립교향악단들의 지휘자 자리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함께 바뀌는 사실상 정치적인 자리였던 적도 있었다. 전국 음악대학 교수 자리는 각 학교별 위상에 따라 공정 가격이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연주자들의 수요보다 공급이 한참 초과되자 전국 프로오케스트라 입단 오디션은 그야말로 복마전 (伏魔殿)의 양상을 띠기도 했다. 그 후로 많은 세월이 흘렀고 또 수많은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 또한 높아졌다. 최근 한국 연주자들의 세계 유명 콩쿠르 입상을 알리는 낭보가 그치질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활약이 온전히 국내 제도권 음악교육의 긍정적 결과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오히려 피겨스타 ‘김연아’의 예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한 가정의 막대한 부담과 지원, 헌신적 희생의 결과물인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카이 캐슬’은 너무 재미있기는 하지만 유쾌한 드라마가 아니다. 몰입과 쾌락 후에 상당한 허탈감과 무력감을 필연적으로 동반 하는 그 어두운 사실적 내용들이 불편하다. ‘스카이 캐슬’ 바깥세상의 삶은 늘 고단하고 힘들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처럼 악마가 보인다는 아이를 안고 하염없이 말을 달리는 그 아비의 심정과 같은 그 절망감의 엄습을 ‘스카이 캐슬’ 밖 한낱 필부(匹夫)인 나는 한두 번도 아니고 지금도 끊임없이 견뎌내고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편집에디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편집에디터
모리스 라벨 편집에디터
모리스 라벨 편집에디터
모짜르트 편집에디터
모짜르트 편집에디터
슈베르트 가곡 '마왕'삽화 편집에디터
슈베르트 가곡 '마왕'삽화 편집에디터
슈베르트 편집에디터
슈베르트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