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검증.반쪽짜리 이행점검에 판치는 ‘관행’

쌀직불금 부실 행정 <3·끝> 허술한 제도 손질 필요
2005년 시행후 13년 지났지만 여전히 ‘관행’ 팽배
신청 과정서 현장실사 드물고 사후 점검도 표본조사
부당수령 심의 맡은 심사위원회는 견제 장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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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된 쌀 직불금 제도가 도입한지 십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허술한 검증시스템은 부당수령을 제대로 걸러내지도 못하고, 이를 보완할 신고제는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무엇보다 시행 후 1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농촌마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부당수령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지고 있어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소농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허술한 쌀 직불제 검증시스템

1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쌀 소득보전 직불제 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현재 쌀 직불금 검증시스템은 신청 과정에서 이뤄지는 ‘현지조사 및 심사위원회 심의’와 ‘사후 이행점검’ 등 2중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신청 과정에서는 현지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그해 새로 신청한 자나 부당수령 전력이 있는 자 위주로만 행해지기 때문이다.

서류 구비도 허점 투성이다. 직불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실 경작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농지소재지의 마을 이장과 거주자 2명이 서명한 경작사실 확인서, 농산물 판매 증빙서류, 농약·비료 등 농자재 구매 증빙 서류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서류 구비에 어려움이 따르는 농촌마을 특성상 일정 부분 눈 감아주는 경우가 있다는 게 실무자들의 얘기다. 최초 검증 작업부터 관행이 개입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현지조사도 허술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해마다 1회 실시하는 사후 이행점검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 또한 2명 중 1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면 된다.

각 지자체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쌀 직불금 신청자 명단을 올리면 이중 40~50%만이 조사 대상으로 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로 진행되는 셈이다.

● 부당수령 신고해봤자 2차 피해

검증시스템이 허술하다보니 소위 땅을 소유한 지주들은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실 경작자인 임차농들이 받아야 할 쌀 직불금을 거리낌 없이 가로채고 있다.

농촌마을에서는 아직까지 구두계약으로 땅을 빌려주는 경우가 허다해 증거를 남기기 어려운데다, 사실상 ‘을’이나 마찬가지인 임차농들은 땅 주인이 쌀 직불금을 가져간다고 해도 거부하기가 어렵다.

부당수령 사실이 관계기관에 적발돼도 조사 과정에서 해당 농지를 실 경작한 임차농의 진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2차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3월 광주 북구 금곡마을에서 쌀 직불금 2120만원을 상습적으로 부당수령한 A씨는 구청으로부터 원금환수 조치를 받게 되자, 그간 해당 농지를 임대해 준 임차농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에 대해 임차농들은 “부당수령에 대한 재조사 때 A씨가 실제 경작을 하지 않고 직불금을 받아 챙긴 사실을 털어놨기 때문에 보복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벌 없어 부정행위 만연화 우려

그렇다면 ‘계약파기’라는 피해를 감수하고 신고에 나설 경우 제대로 처벌이 이뤄질까?

유감스럽게도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처벌 수위를 정하는 심사위원회 위원들이 마을 통장, 지역농협 관계자 등으로 지역민과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어 불공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A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5년이 넘게 쌀 직불금을 부당수령했지만 심사위가 ‘관행이고,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원금 환수조치에 그쳤다.

농업소득보전법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쌀 직불금을 신청하거나 수령한 이에 대해 2배 환수와 일정기간 지급자격을 제한토록 하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A씨의 처벌은 사실상 ‘솜방망이’인 것이다.

결국 엄벌 가능성은 희박하고 검증시스템마저 허술하다보니 부당수령을 안 하는게 이상할 정도다.

한 지역농민은 “A씨 사건의 경우 5년이 넘게 적발이 안됐다. 검증시스템이 이 정도로 허술하다면 부당수령을 하지 않는 게 손해가 아니냐”면서 “적발돼도 그간 받은 돈만 뱉어내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부정수령이 만연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