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했던 예방주사’ 기대되는 키르기스스탄전

키르키전서 연출될 철벽 수비… 뚫을 수 있을까
조 1위 올라야 수월한 대진표… 필요한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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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필리핀전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전에선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2일 오전 1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2019 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벌인다.

한국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앞선 7차례 맞대결에서 36골이나 퍼부었기에 쉴 틈 없는 득점 행진이 기대됐으나 결과는 진땀승이었다. 변수가 많은 첫 경기에서 승점 3을 얻은 것은 분명 수확이지만, 약팀으로 여긴 필리핀을 상대로 우승후보 0순위의 체면을 살짝 구긴 것도 사실이다.

당시 한국은 의도대로 대다수 시간을 공격에 할애했다. 그러나 80%가 넘는 높은 점유율에 비해 공격 효율은 크게 떨어졌다. 패스는 부정확했고, 돌파는 여의치 않았다. 필리핀은 수세 시 전원 수비로 한국의 공격을 차단했다. 수비에서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1위의 키르기스스탄은 아시안컵 본선 무대가 처음이다. 전력상 한국(53위)에 크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키르기스스탄 역시 필리핀처럼 수비에 무게를 둔 뒤 역습으로 한국을 상대할 공산이 큰 이유다.

선수들은 필리핀전 경험이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키르기스스탄과 맞붙은 김민재는 “상대가 필리핀처럼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경험했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우영(알사드)의 생각도 비슷하다. “(필리핀처럼) 전체가 수비를 한다면 뚫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대와 해본 적이 내 기억엔 오래 됐다”면서 “좀 더 세밀한 부분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할 부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 좀 더 세밀함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희찬, 황의조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희찬, 황의조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일부 포지션의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뉴캐슬)이 뛸 수 없다. 기성용은 필리핀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1주 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 황인범(대전)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오른 엄지발가락이 좋지 않아 9일 훈련을 건너뛴 이재성(홀슈타인킬)의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재성이 뛸 수 없다면 필리핀전 후반 투입돼 베테랑의 품격을 뽐낸 이청용(보훔)이나 극적으로 최종 엔트리에 승선한 이승우(베로나)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차전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홍철(수원)은 부상을 털고 출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C조에서 한국과 중국이 1승을,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이 1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독주를 중국이 견제하고, 남은 두 팀이 3위 싸움을 할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조 1위는 토너먼트에서의 유리한 대진과 직결된다. 다른 조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향후 진행될 경기에서 비교적 수월한 상대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한국은 중국에 다득점(한국 1골·중국 2골)에서 1골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날 중국이 필리핀을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한국이 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키르기스스탄을 대파하면 순위는 바뀌게 된다. 중국이 비기거나 지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10월 15일 파나마와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충남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손흥민이 몸을 풀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지난해 10월 15일 파나마와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충남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손흥민이 몸을 풀고 있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 입장에서는 1위로 중국과의 3차전을 맞이하는 편에 집중해야 한다. 이 경우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 있다. 손흥민은 영국 현지시간으로 13일 치러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소화한 뒤 그날 밤 UAE행 비행기에 오른다. 중국전은 UAE 입성 이틀 뒤인 16일 진행된다. 이틀 만에 대륙을 바꿔 경기에 나서는 것은 아무리 체력이 좋은 손흥민이라도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손흥민은 11월부터 거의 모든 경기를 소화 중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동안 “3차전부터는 손흥민이 합류한다”, “손흥민이 세 번째 경기부터는 도와주길 기대한다” 등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벤투 감독의 발언이 실제로 손흥민을 중국전 구상에 포함시킨 것인지,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심리전인지 알 수 없지만 조 2위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감독 입장에선 확실한 카드인 손흥민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59년 만의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손흥민을 아끼면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2차전을 통해 1위로 도약한 뒤 중국을 상대하는 쪽이 유리하다. 비겨도 1위가 되는 조건을 만든 뒤 중국전에서 선제골까지 터뜨린다면 손흥민을 완전 배제한 채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모든 시나리오의 시작은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 승리다.

한편 한국은 12일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2차전 이후, 오는 16일 오후 10시 중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