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탈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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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박성원 기자 [email protected]

이슬람권 사회에는 특정 단어를 세 번만 말하면 되는 손쉬운 이혼 방법이 있다. 남성이 부인에게 ‘이혼’을 뜻하는 아랍어인 ‘탈라크'(Talaq)를 세 번 외치면 이혼이 성립되는 ‘트리플 탈라크’가 그것. 이는 남성만이 행할 수 있는 권리여서 대표적인 여성 차별 제도로 꼽힌다.

몇몇 이슬람 국가에서는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이 홧김에 ‘탈라크’를 세 번 외치거나, 부인의 얼굴도 보지 않고 SNS 메신저를 이용해 ‘탈라크, 탈라크, 탈라크’ 단어 3개를 전송해 이혼하는 사례도 있다.

‘트리플 탈라크’는 2000년대 들어 여성 억압 논란과 인권단체 등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 ‘트리플 탈라크’를 통한 이혼을 인정했던 인도 역시 지난해 말 금지 법안을 제정,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3년을 구형하도록 했다.

여성 평등과 존엄 확보를 위해 ‘트리플 탈라크’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지만,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부부 갈등과 이혼 과정에서 살인, 폭행 등 심각한 범죄가 자행되는 점을 고려해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게 신속히 혼인 관계를 청산하도록 ‘트리플 탈라크’ 권한을 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벌어진 김모(48)씨의 ‘전처 살인사건’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김씨는 이혼 과정에서 감정이 쌓였다는 이유로 전처와 세 딸에게 지속적으로 살해 협박을 하고 끝내 살인을 저질렀다. 피해자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를 사형시켜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단체는 사건의 원인으로 이혼 관련 현행법과 제도가 ‘가정 회복’에만 치우쳐 피해자 보호를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정폭력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잘 해결됐다’는 말만 믿고, 가해자 분리 등 적극 구조에 나서지 않는 것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부부 문제는 가정 내 해결이 우선이다’ 등 가정폭력을 사적이거나 경미한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경찰, 지자체, 중앙정부의 즉각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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