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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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전과 그라나다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다.그라나다 중심부 비탈진 구릉지에 세워진 알함브라궁전은 그라나다의 꽃이다. 그라나다 시가지는 마치 그 꽃을 떠받치고 있는 꽃받침처럼 알함브라궁전과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그저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라나다 시가지에서 궁전을 보는 것과 궁전에서 그라나다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것이 별개로 느껴지지 않고 하나의 정원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보다 건축물들이 압권인데 또 다른 건축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정원의 환상적인 풍경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마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알함브라궁전(Alhambra Palace)은 알함브라궁정(Alhambra Palace Garden)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보통 알함브라궁전(Alhambra Palace)이라고 하면 요새(要塞) 알카사바(Alcazaba), 나사르 왕조의 나사르궁전(Palacio de Nazaries), ‘건축가의 정원’이라는 뜻의 여름별궁 헤네랄리페(Generalife), 그리고 카를로스5세궁전, 산타마리아성당, 프란치스코회수도원 등을 통칭한다. 특히 아라비아 풍(arabesque)의 진수라 불리는 나사르궁전은 정복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교도의 건축물이지만 그렇다고 파괴하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그라나다에 있던 모스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그라나다 대성당을 지은 이사벨라 여왕도 알함브라궁전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벨라와 페르난도의 후계자 카를로스 5세는 아예 그라나다에 눌러 살고 싶다며 나사르궁전 옆에 궁전을 지을 정도였다. 알함브라궁전은 건축물만 보아도 혼을 쏙 빼놓게 되는데 이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원이 더해지면서 좀처럼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된다. 대표적인 정원으로는 헤네랄리페 정원((Patio de la Generalife), 아세키아의 정원(Patio de la Acequia), 마추카의 정원(Patio de Machuca), 파르탈 정원(Jardines del Partal), 라이온의 정원(Patio de los Leones), 아라야네스의 정원(Patio del Los Arrayanes) 등이 있다. 아라야네스 정원은 분수가 있는 전형적인 아랍스타일 정원이다. 실내정원을 중심으로 천국에서의 휴식을 표현한 공간구성, 아라베스크 무늬의 벽면장식과 마치 보석을 박은 듯한 화려한 조각품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자의 정원’으로 발길을 옮기면 열두 개의 사자상이 떠받치는 분수가 중앙을 장식하고 있다. 둥그렇게 등을 맞대고 있는 사자의 입에서는 연신 물줄기가 품어져 나오고 흘러내린 물줄기는 홈을 따라 정원 구석구석까지 공급된다. 그래서 그런지 정원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다름 아닌 물이다. 높은 지대에서 물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여느 현대정원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섬세함과 세련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요새(要塞)로 둘러싸인 궁전에서 생활하려면, 무엇보다 물의 확보가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물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원만한 테마가 없다. 스페인 그라나다 무어인(Moors)들에게 정원은 취미나 장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더운 날씨의 이슬람권 영향을 받은 알함브라궁전의 정원은 마치 거실처럼 사용하였다. 그래서 일명 중정(中庭)이라는 파티오(Patio) 양식이 탄생한 것이다. 어지러운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전한 생활은 물론,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는 휴식장소, 경직된 궁전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가공간, 그리고 일찍이 낙원을 꿈꾸던 무어인들의 종교적 상징성 등 복합적인 용도로서 정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곳에는 신앙, 권력, 전쟁 등의 흔적과 더불어 낭만적인 스토리도 짙게 묻어 있다. 그저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느낌대로 자연스럽게 정원을 감상한다면 아름답고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알함브라궁전에서 경험했던 이런저런 추억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오복 기자 b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