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궁전

송태갑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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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전은 그라나다의 무어왕조가 예배를 위해 세웠는데 사원(寺院)기능의 모스크(mosque), 왕족의 거주공간인 궁전(palace), 방어 목적의 성(castle)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건물군(建物群)이다. 편집에디터
알함브라궁전은 그라나다의 무어왕조가 예배를 위해 세웠는데 사원(寺院)기능의 모스크(mosque), 왕족의 거주공간인 궁전(palace), 방어 목적의 성(castle)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건물군(建物群)이다. 편집에디터

낭만과 추억의 상징 아름다운 궁정(宮庭) 알함브라
최근 사람들이 알함브라궁전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아마도 모 방송에서 주말에 방영하는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드라마는 투자회사 대표인 남자주인공이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여자주인공이 운영하는 낡은 호스텔에 묵으며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서스펜스(Suspense)가 있는 일종의 로맨스 드라마다.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라는 소재로 가상의 콘텐츠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화면상에 나타나는 기법이 돋보인다. 가상현실 이야기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중첩되어 그라나다(Granada)의 이국적인 풍경과 잘 맞물려 흥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 제목이 낯설지만은 않은 것이 청소년 시절에 즐겨듣던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는 기타음악과 제목이 동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이라는 음악은 스페인 출신인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árrega)가 알함브라궁전을 구경한 후 깊은 감명을 받고 작곡한 클래식기타 명곡이다. 우수가 깃든 서정적인 멜로디와 유리쟁반에 옥구슬 구르듯이 반복되는 트레몰로(Tremolo)주법이 아주 인상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1896년에 타레가가 자신의 제자인 유부녀 콘차부인에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거절당하자 깊은 실의에 빠지게 되었고 크게 낙담하여 홀로 스페인을 여행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알함브라궁전을 찾게 되었는데 헤네랄리페(Generalife) 정원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영감을 받아 만든 일종의 연가(戀歌)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수년전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덕분에 오랜 만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알함브라궁전은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옛 성(城)으로 이슬람 양식과 르네상스 스타일이 융합된 정원과 건축물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궁전의 건물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에 조성된 매력적인 정원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중세정원의 원형을 만난 것 같았고 여느 현대정원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설레고 또 다른 흥미로움을 기대할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가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궁전에서 조망되는 그라나다 시가지의 풍경은 사람이 사는 동네라기보다는 영화나 만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그라나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알함브라성은 기독교와 이슬람 양식이 절묘하게 융합되었고 르네상스 스타일의 예술성이 가미된 궁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9세기에 알함브라 언덕에 작은 성이 건축되었는데, 이베리아 반도의 최후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Nasrid dynasty, 1232~1492)가 1238년 그라나다에 자리를 잡은 뒤 성 안에 궁전을 건설하기 시작해 1333년 7대 왕인 유수프 1세(1333~1354 재위) 시대에 화려한 궁전을 완성하였다. ‘알함브라(la Alhambra)’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알 함라(Al Hamra)’인데 실제 발음은 ‘알람브라’이다. 알함브라는 ‘붉은색’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벽돌색깔이 붉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알함브라궁전은 그라나다의 무어왕조가 예배를 위해 세웠는데 사원(寺院)기능의 모스크(mosque), 왕족의 거주공간인 궁전(palace), 방어 목적의 성(castle)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건물군(建物群)이다. 원래 웅장한 아랍문화의 흔적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수많은 왕들이 이곳을 거치고 또 1492년 기독교 세력이 재정복하면서 정복자들이 궁전을 개조하였다. 붉은색 벽돌 위에 흰색도료를 채색한 것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메수아르궁(Sala del Mexuar)이 기독교 예배당으로 바뀐 것처럼 몇몇 건물은 기능이 바뀌었고, 어떤 것들은 신성 로마제국 황제 카를로스 5세(Carlos V, 1516-1556))가 새로운 궁전을 짓기 위해 건축물 일부를 헐어버린 것도 있다. 수세기 동안 개조와 변화를 거듭한 알함브라궁전은 이슬람양식과 르네상스양식 등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알함브라궁전은 미국 최초의 단편소설 작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 1783년~1859년)이 ‘알함브라(Tales of The Alhambra)’라는 소설을 통해 세상에 알리기 전까지는 완전히 방치된 상태였다. 당시 전쟁과 집시들의 무단거주 등으로 인해 상당부분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알함브라궁전의 낭만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있어서 워싱턴 어빙이 기여한 공로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1831년 궁전 책임자의 허락을 얻어 3개월간 알함브라궁전에 머물렀던 그는 여왕의 규방에 머물게 되었는데 ‘사자의 정원’에서 식사를 하며 특별한 사치를 만끽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년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글로 옮긴 그는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신기한 이야기들을 수집했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낭만을 재발견한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낭만적인 감성과 알함브라궁전의 만남이 환상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한동안 폐허로 방치되어 집시들의 소굴이었던 궁전은 어빙의 알함브라 이야기를 통하여 대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이후 발굴과 복원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스페인 전역에서 아랍의 유적들이 소리 소문 없이 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쓴 책 ‘알함브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함브라궁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 덕분에 알함브라궁전은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어 최고의 명소로 부활하게 되었다. 그라나다의 하얀 건물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알함브라궁전,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여러 갈래로 흩어진 골목길을 통해 터벅터벅 걸어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알람브라궁전을 마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언덕, 알바이신으로 이어지던 좁다란 골목길도 호기심을 부축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참을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골목길 풍경에 잠시 마음을 빼앗겨 가고자 했던 길이 어디였는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라나다와 알함브라궁전에는 숱한 역사적 반전이 있었고 종교, 문화, 국가 등과 상관없이 적지 않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여전히 많은 방문객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알함브라궁전과 그라나다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다.
그라나다 중심부 비탈진 구릉지에 세워진 알함브라궁전은 그라나다의 꽃이다. 그라나다 시가지는 마치 그 꽃을 떠받치고 있는 꽃받침처럼 알함브라궁전과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그저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라나다 시가지에서 궁전을 보는 것과 궁전에서 그라나다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것이 별개로 느껴지지 않고 하나의 정원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보다 건축물들이 압권인데 또 다른 건축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정원의 환상적인 풍경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마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알함브라궁전(Alhambra Palace)은 알함브라궁정(Alhambra Palace Garden)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보통 알함브라궁전(Alhambra Palace)이라고 하면 요새(要塞) 알카사바(Alcazaba), 나사르 왕조의 나사르궁전(Palacio de Nazaries), ‘건축가의 정원’이라는 뜻의 여름별궁 헤네랄리페(Generalife), 그리고 카를로스5세궁전, 산타마리아성당, 프란치스코회수도원 등을 통칭한다. 특히 아라비아 풍(arabesque)의 진수라 불리는 나사르궁전은 정복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교도의 건축물이지만 그렇다고 파괴하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그라나다에 있던 모스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그라나다 대성당을 지은 이사벨라 여왕도 알함브라궁전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벨라와 페르난도의 후계자 카를로스 5세는 아예 그라나다에 눌러 살고 싶다며 나사르궁전 옆에 궁전을 지을 정도였다. 알함브라궁전은 건축물만 보아도 혼을 쏙 빼놓게 되는데 이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원이 더해지면서 좀처럼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된다. 대표적인 정원으로는 헤네랄리페 정원((Patio de la Generalife), 아세키아의 정원(Patio de la Acequia), 마추카의 정원(Patio de Machuca), 파르탈 정원(Jardines del Partal), 라이온의 정원(Patio de los Leones), 아라야네스의 정원(Patio del Los Arrayanes) 등이 있다. 아라야네스 정원은 분수가 있는 전형적인 아랍스타일 정원이다. 실내정원을 중심으로 천국에서의 휴식을 표현한 공간구성, 아라베스크 무늬의 벽면장식과 마치 보석을 박은 듯한 화려한 조각품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자의 정원’으로 발길을 옮기면 열두 개의 사자상이 떠받치는 분수가 중앙을 장식하고 있다. 둥그렇게 등을 맞대고 있는 사자의 입에서는 연신 물줄기가 품어져 나오고 흘러내린 물줄기는 홈을 따라 정원 구석구석까지 공급된다. 그래서 그런지 정원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다름 아닌 물이다. 높은 지대에서 물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여느 현대정원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섬세함과 세련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요새(要塞)로 둘러싸인 궁전에서 생활하려면, 무엇보다 물의 확보가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물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원만한 테마가 없다. 스페인 그라나다 무어인(Moors)들에게 정원은 취미나 장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더운 날씨의 이슬람권 영향을 받은 알함브라궁전의 정원은 마치 거실처럼 사용하였다. 그래서 일명 중정(中庭)이라는 파티오(Patio) 양식이 탄생한 것이다. 어지러운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전한 생활은 물론,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는 휴식장소, 경직된 궁전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가공간, 그리고 일찍이 낙원을 꿈꾸던 무어인들의 종교적 상징성 등 복합적인 용도로서 정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곳에는 신앙, 권력, 전쟁 등의 흔적과 더불어 낭만적인 스토리도 짙게 묻어 있다. 그저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느낌대로 자연스럽게 정원을 감상한다면 아름답고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알함브라궁전에서 경험했던 이런저런 추억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알함브라궁전은 그라나다의 무어왕조가 예배를 위해 세웠는데 사원(寺院)기능의 모스크(mosque), 왕족의 거주공간인 궁전(palace), 방어 목적의 성(castle)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건물군(建物群)이다.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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