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축은 인류에게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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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우유가 만든 세계사

히라타 마사히로 | 돌베개 | 1만2000원

4500여 종의 포유류 가운데 인간만이 다른 동물(가축)의 젖을 이용한다. 모든 동물이 오로지 제 새끼를 먹이기 위해 만들어 내는 젖을 어쩌다 인간이 가로채게 된 것일까. 약 1만 년 전, 인류는 가축화를 시작했다. 거친 야생동물을 길들이고 먹이고 관리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고기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육은 사냥보다 훨씬 비효율적인 생산 활동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고된 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젖이다. 가축화와 젖 짜기가 건조 지대에서 맨 처음 시작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고기보다 안정적인 식량이 필요했던 서아시아의 유목민들에게 젖은 그야말로 딱 좋은 먹을거리였던 것이다.

저자는 문화인류학자 다니 유타카의 가설을 끌어와 인류가 맨 처음 가축의 젖을 짜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면서 일어난 여러 가지 변화로 인해 자연적인 포유(哺乳)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가축의 모자 사이에 개입해 대신 젖을 짜서 먹이기 시작한다. 이때 남은 젖을 먹을거리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가축을 위한 젖 짜기가 인간을 위한 젖 짜기로 변화한 것이다.
젖은 어린 포유류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것이니만큼 완전식품에 가깝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류가 의존할 만한 좋은 식량이 됐다. 인류는 가축의 젖을 보다 많이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가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젖을 짜는 다양한 기술들을 발달시켰다. 이로써 인류는 ‘목축’이라는 새로운 생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은 탄탄한 이론적 토대 위에 젖 문화 현장에서의 연구 결과들을 안정적으로 쌓아 올렸다는 것이다. 책에 담긴 온갖 지식과 정보는 저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검토한 것이기에 좀 더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무엇보다 현장의 생생함을 독자가 고스란히 공유할 수 있다. 특히 몽골 유목민의 젖 문화를 다룬 5장에서는 저자가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촐롱 씨 가족 이야기를 상당히 일상적인 톤으로 전하면서 그 안에 몽골의 젖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 내어 독자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든 현장 연구자로서 저자가 가진 자부심과 활기가 느껴져 장래에 저자와 비슷한 일을 하고자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아주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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