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진창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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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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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명은 의료계에 혁명이었다. 발명부터 우연에서 비롯됐고 페니실린의 원료인 푸른 곰팡이 따위가 병마와 싸울 무기가 된다니 누가 생각했을까. 20~30년 전만 해도 항생제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지만 현대에서는 항생제의 위상이 예전만치는 못하다.

항생제가 인류의 기대수명을 늘리는 명확한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신경계부터 심장 등 내장기관에 부작용이 남는다. 그렇다고 죄악은 아니다. 질병에 따라서는 항생제 치료가 필수적일 때도 있다.

결론은 적절한 처방. 20~30년 전 광주시가 일신·전남방직 이전에 내렸던 처방을 보면서 항생제가 생각났다. 낙후된 지역은 얼핏 질병을 떠오르게 한다. 슬럼화된 지역은 인접 지역의 성장과 도시 내 교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치 우리 몸 어딘가에 질병이 생기면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일신·전남방직 광주공장 부지가 남아있는 광주 북구 임동은 광주에서도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 4238명이 광주시에 ‘일신·전남방직을 이전해달라’며 제출한 청원서에서도 “수년 동안 임동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며 “임동은 수십년 동안 주택과 상가·도로 등이 낙후돼갔고 서민들의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들은 생활터전이 낙후된 원인으로 임동 일신·전남방직 공장에서 발생하는 면사가루와 기름먼지 등 분진과 발암물질인 석면가루로 인한 환경피해 등을 지목하면서 광주시와 일신·전남방직이 지난 1994년 공장부지를 평동산단으로 옮긴다는 협약서를 체결했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광주시와 일신·전남방직이 체결한 협약서는 현 공장부지를 상업용지로 전환해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1934년 공장 설립 당시 지어진 화력발전소, 집진시설, 고가수조(물탱크)와 저수지, 목조 공장건물 등 현재 광주 근대문화유산이라 평가받는 80년 이상된 건물과 구조물의 보존은 장담 못 한다.

도시계획에서 낙후된 지역을 치료하는 항생제. 개발은 20~30년 전 통용되던 적절한 처방이자 낙후지역을 살리는 일종의 공식과도 같았다. 광주시가 24년 전 내렸던 결정을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그때 당시 상식과 가치관에 따른 결정이었을 것이다. 또한 광주시, 일신·전남방직, 지역주민 모두가 납득하는 판단이었을 수 있다. 다만 그때와 다르다. 광주시와 기업, 주민 모두 그때와 다른 고민과 결정을 해야하지 않을까.

진창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