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사람과의 관계에도 품격이 있다

김선기 문학박사·시문학파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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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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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인싸’란 단어를 참 많이 들었다. 이 말은 insider의 줄임말로, 반대어 ‘아싸(outsider)’와 달리 친화력이 좋아 누구와도 잘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성격을 갖지 못한 이들은 ‘인싸’가 부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인싸’의 친화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말과 행동에 진정성이 담긴 ‘깊이 있는 인간관계’다. 결국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인품이 느껴지고 현명하게 관계를 이끌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다가가고 싶고,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일반사람들과는 다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바로 사람을 간파하는 눈을 지녔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은 상대의 성격이나 자질을 확실히 간파하는 눈을 가졌기에 거기에 맞는 최적의 교제방법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니 원만한 인간관계 없이는 삶에서 보람을 느낄 수 없다. 때문에 인생이란 한마디로 인간관계 그 자체라 말해도 좋다.
물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결국 인간관계가 성패를 좌우한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만 뛰어나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실력이 월등한 사람이 현실적으로는 출세가도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는 경우를 우린 흔히 봐왔지 않는가.
세상에 대한 지혜와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게 인간관계’라고 토로하곤 한다. 이처럼 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나도 모르게 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줄 때도 있고, 오해의 오해가 거듭돼 10년 지기 인연과도 멀어지기도 한다. 사람 사이는 잘 해보려는 마음만 앞서서 되는 게 아니라 ‘사람’과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식이나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깊이 또는 품격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몸이 힘든 것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친구나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연락이 끊기게 되는 친구도 있고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사는 부모와의 관계도 종종 삐걱댈 때가 있다.
오노코로 신페이는 저서 ‘관계의 품격’에서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운더리(boundary)’라고 강조한다. 자신과 타인의 경계선을 말하는 ‘바운더리’는 서로 넘지 말아야할 선을 지키는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제일 먼저 지켜야 할 것이 이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는 순간 가차 없이 떠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능숙하게 맺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거리조절이 그것이다. 우리는 보통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가깝게 지내야 하고, 잘해줘야 한다. 건강한 관계의 열쇠는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지켜주는 데 있다. 오노코로 신페이는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선 ‘깊이 있는 품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품격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던지는 말 한마디,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불만 가득한 말투, 진정성 없는 어설픈 친절…, 이러한 일상 속 실수의 빈도수를 줄이면 될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어제보다 좋은 사람이 될 것이고, 분명 인간관계도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이제 2018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무심코 행한 나의 작은 실수가 행여 지인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해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