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현대차 재협상 최대 관건은 ‘신뢰 회복’

노사 입장차 뚜렷해 발목잡힌 '단체협약 5년 유예'
타결의 불씨 여전히 살아있어... 노동계 반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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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광주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5일 제4기 노사민정협의회 2018년 하반기 본회의가 열리는 광주시청 중회의실앞에서 노사민정협의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민주노총광주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5일 제4기 노사민정협의회 2018년 하반기 본회의가 열리는 광주시청 중회의실앞에서 노사민정협의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email protected]

현대자동차의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 참여가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노동계 반발’이라는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안갯속에 빠졌다. ‘사실상 무산’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발목잡은 ‘단체협약 5년 유예’

‘광주형 일자리’의 발목을 잡은 건 ‘5년 유예’ 조항 때문이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맺은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제1조 2항’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목표대수 35만대를 달성시까지로 한다’는 조항이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한 신설법인이 광주에서 약속대로 1년에 차량 7만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한다면, 5년 동안 임금·단체협약 갱신 협상을 유예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노동계는 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걸까. 조항 해석에 그 답이 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측은 “조항을 살펴보면 명확히 노조 설립과 임단협을 거부하는 조항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상생협의회가 사실상 5년동안 노조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못박는 조항으로, 노조가 할 권리를 가로 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사의 유불리를 떠나 ‘단협의 유효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한 현행 노조법 위반 소지도 빚을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악용’될 가능성도 노동계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다른 건 전반적으로 동의했지만 이 조항은 향후 악용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경영 안전성’을 이유로 ‘유예 조항’이 필요했다. 이 조항이 빠지게 되면 이미 합의한 임금이 다시 오르거나, 노사 분쟁이 잦아질 수 있다는 점을 현대차가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명시된 대로 단체협약 교섭을 2년 마다 진행하게 되면 광주 위탁생산공장 설립을 통한 ‘실익’을 얻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특히 광주공장이 생산하게 될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건비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다 보면 자칫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제안한 수정안을 현대차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같은 의미다.

●협상 지속될까?… 앞으로 전망은

타결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협상주체인 광주시와 현대차 모두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 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은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발생한 건 ‘해석의 차이’이며,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기회만 된다면 연내에는 협상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단순한 기업의 투자사업이 아니라 노사민정의 합의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타협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체협약 유예기간을 단축하는 안이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현대차도 현재 태도를 끝까지 고수해 ‘판’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 및 조인식’ 참석을 검토했을 정도다.

현대차가 광주시의 수정안을 거부하면서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가 언급했듯 노사간, 현대차와 광주시간 ‘신뢰 회복’이 현재로서는 협상 타결의 최대 관건인 셈이다.

●노동계 반발… 여전히 과제로 남아

오히려 현대차 노조 등 민주노총의 반발이 더 큰 문제다.

현대차가 광주시의 수정안을 거부했음에도, 현대차 노조는 6일 ‘광주형 일자리 저지’를 위한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합의서 일부에 대한 이견 발생일 뿐 근본적인 광주형일자리 폐기를 촉구하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요구가 완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합의가 중단됐음에도 우리가 파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광주형일자리 완전 폐기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추가 파업은 추이를 지켜보며 유보하겠지만 재추진 움직임이 나타나면 다시 파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민간영역이었던 자동차산업에 발을 들이는 순간,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다”며 “논란만 가중될 뿐, 소탐대실 엉터리 정책, 폐기처분해야 마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대국민 사기극 광주형일자리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높게 광주형일자리를 비판했다. 광주본부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광주형일자리를 밀어 붙인다면 더 큰 문제”라며 “희망과 기대를 담보로 한 정치적 퍼포먼스는 가장 나쁜 사기와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주정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