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학.예술의 만남… 신비롭고 아름다운 ‘꿈의 정원’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베이-송태갑의 정원이야기 예술성.생태성.실용성 두루 표현 모두가 꿈꾸는 미래의정원 제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상징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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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장기적 비전수립을 통해 하늘과 바다, 땅과 물을 연결하는 정원도시(Garden City) 청사진을 마련하여 계획적으로 추진해왔다.

마침내 2012년 6월, 마리나 베이(Marina Bay) 남쪽 간척지에 세계가 주목할 만한 파격적인 규모와 상징성을 지닌 정원을 완성함에 따라 그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기존 싱가포르의 명소였던 나이트 사파리(Night Safari), 주롱 새공원(Jurong Bird Park),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 등에 이어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라는 싱가포르의 도시비전을 현실화하는데 있어서 가장 상징적인 정원이 바로‘가든스 바이 더베이(Gardens by the Bay)’라고 할 수 있다.

가든스 바이 더베이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국립공원운영위원회가 주관하여 2006년 1월 국제현상공모를 개최했는데 24개국에서 70여개 팀이 참가하였다. 총11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영국의 그랜트 어소시에이트(Grant Associates)의 설계작품을 선정하였다.

베이 사우스는 ‘상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의 이행’이라는 내용을 담아 싱가포르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관광은 마리너 베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곳은 베이 사우스(Bay South), 베이 이스트(Bay East), 베이 센트럴(Bay Central) 등 세 구역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곳이 베이 사우스이다. 마리나베이샌즈와 더불어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베이 사우스는 실내정원과 실외정원으로 구분되는데 총면적이 약100㏊에 이른다. 그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는데 조개형상을 하고 있는 두 개의 유리온실과 수직정원 슈퍼트리(Super Tree)이다. 유리온실은 실내외 공간에 생태, 정보통신기술(ICT), 식물 등을 매개로 하여 전 세계 이색적인 생태환경을 한곳에 모아 조성한 정원으로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실내정원은 플라워 돔(Flower Dome)과 구름숲(Cloud Forest)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술성과 생태성, 실용성 등을 두루 표현하고 있다. 또 슈퍼트리는 18개의 구조체가 25m에서 50m에 걸쳐 높이를 달리하며 우뚝 서 있다.

이곳에는 30개 국가의 16만 주 이상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꼭대기 층에는 레스토랑이 마련되어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하며 음식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야간에는 광전지를 이용한 화려한 조명과 아름다운 음악을 도입함으로써 싱가포르의 새로운 관광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베이 이스트(Bay East) 또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면적이 32㏊에 이르고, 베이 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이곳은 마리나 베이 연안을 따라 기다랗게 조성된 개방공간이며 친수공간(Waterfront)을 주제로 한 다양한 수변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 역시 국제현상공모를 실시했는데 런던을 기반으로 한 영국의 유명한 조경설계회사 구스타프슨 포터(Gustafson Porter)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 설계회사의 작품으로는 런던 하이드파크(Hyde Park)의 다이애나 기념분수, 레바논 베이루트의 제이토네 광장(Zeytouneh Square), 영국 웨일스 국립식물원의 글래스 하우스(The Great Glasshouse) 등 유명한 작품이 많다.

2006년 9월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에서 개최된 마스터플랜 당선작 전시회에는 1만 여명이 모여들었고 700건 이상의 의견들이 접수되었다. 현장 설문조사에서 85% 이상이 마스터플랜에 만족하였고 97% 이상은 장차 이 정원을 방문하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그밖에 베이 센트럴은 마리나 베이의 북쪽연안을 따라 조성된 정원으로 약 3㎞에 이르는 오솔길이 있어 해안산책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도시전체를 커다란 하나의 정원으로 가꾸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2007년 11월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가든스 바이 더베이는 그 상징성만으로도 의미가 큰데, 개장하자마자 많은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각종 상(賞)을 휩쓸었다. 2012년 세계 올해의 건물상(the World Building of the Year), 2013년 대통령 디자인상(the President‘s Design Award), 2014년 탁월한 업적상(the Outstanding Achievement Award (the Themed Entertainment Association), 2015년 세계 기네스북 최고 규모의 유리온실상(the Largest Glass Greenhouse), 2016년 트립 어드바이저 으뜸상(the Trip Advisor Certificate of Excellence) 등을 수상하였다.

특히 가든스 바이 더베이 두 개의 대형 온실인 ‘플라워 돔(Flower Dome)’과 ‘구름숲(Cloud Forest)’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이다. ‘플라워 돔’이 지중해성 건조기후대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구름숲’은 고온다습한 열대우림대의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 ‘구름숲’ 돔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구름과 물안개로 원시세계를 묘사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높이 35m에 달하는 인공산과 거대한 폭포는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 물줄기는 ‘구름숲’ 곳곳에 물방울을 흩뿌려 수증기로 가득한 열대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폭포 주변 인공산에는 각양각색의 꽃과 난(Orchid), 거대한 낭상엽(囊狀葉)식물인 벌레잡이통풀(Nepenthus), 고온다습한 열대 원시림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양치식물과 다양한 식물들이 에워싸고 있다.

플라워 돔은 지중해, 남아프리카,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건조한 아열대기후지역의 다양한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생택쥐베리의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와 지중해 주변지역 및 일부 중근동(中近東) 지역에서 자라는 3000년 수령의 올리브 나무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식물, 과학, 예술 등이 융.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어쩌면 모두가 꿈꾸는 미래정원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가든스 바이 더베이는 마리나 베이 인근에 위치한 덕분에 머라이언 파크(Merlion Park), 마리나베이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 등과 더불어 어느덧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상징공간이자 핵심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

사실 이 정원은 지난 6월 극적으로 이루어졌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더 주목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하루 전날 예정에 없었던 깜짝 일정으로 이 정원을 찾게 되어 언론에 크게 화제가 된 바람에 ‘가든스 바이 더베이(Gardens by the Bay)’는 한 층 더 세계적인 정원으로 명성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미래정원, 부단히 상상하고 펼쳐 보이는 싱가포르

우리가 꿈꾸는 미래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이 물음에 대해 상당부분 싱가포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바람직한 미래정원에 대한 대답은 수학공식처럼 명료하게 한 두 마디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장 선도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융.복합정원도시를 향한 아름다운 도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융.복합이라는 토픽은 우리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히 기존도시를 정원개념으로 재생하거나, 자칫 경직될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에 정원을 도입하여 친근감을 더해주는 시도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더 주목할 만한 일들도 목격할 수 있다. 건물벽면녹화나 옥상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베란다를 확장하여 정원을 끌어들이거나 아예 고층건물의 특정 층을 통째로 비워 정원으로 조성하기도 한다.

이는 녹지공간의 증가와 더불어 도시경관이 아름다워지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건물과 녹지공간이 별개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꿔놓은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점에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재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원은 도시재생문제를 풀어가는 주요수단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오랫동안 농경문화의 토대 위에서 살아온 우리로서는 관상(觀賞) 위주의 ’정원(Garden)‘보다는 실용적인 ’마당(Open Space)‘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수확한 농작물을 들여와 탈곡이나 타작을 하고 건조시키는 농작업의 연장선상에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전통혼례식이나 장례식을 비롯한 온갖 잔치가 마당에서 이루어졌다. 아이들에게도 마당은 숨바꼭질, 팽이 돌리기 등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놀이터였다. 요컨대 마당은 우리 생활문화에 걸맞은 우리 스타일의 융.복합정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는 우리의 마당문화를 무력화시켜버렸고 공동체문화마저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어쩌면 우리 마당문화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함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는 융.복합문화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들면 비빔밥이 그중 하나이다. 각자 가진 재료 본연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또 다른 독특한 맛을 이끌어낸다. 또 육군, 해군, 공군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운 역할을 하는 해병대를 탄생시킨 발상도그렇다. 사실 우리의 식탁에서 매일 마주하는 김치야말로 최고의 융.복합문화의 산물이다. 밭에서 재배하는 무나 배추, 고추, 마늘, 생강 등을 비롯하여 염전에서 가져온 천일염을 사용하고 바다에서 잡은 멸치나 새우 등으로 만든 젓갈이 첨가된다.

오랜 시간동안 재배하고 수확하고 염장하고 건조시켜 빻아 혼합하는 엄청난 과정을 거친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김치이다. 이처럼 우리는 융.복합시대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제 우리 마당문화의 저력으로 정원문화를 한 차원 끌어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마당에 아름다운 꽃들로 넘쳐나고, 마을 담벼락엔 페인팅 벽화 대신 담쟁이덩굴과 능소화가 기어오르며 골목길 담장 아래에 봉선화, 채송화가 소담스럽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곳에서 이웃들이 마주보며 웃음꽃을 만발한다면 더 바랄나위 없을 것 같다.

전시 위주의 미술관, 박물관에도,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는 서원, 향교, 고택 등에도 정원이 더해진다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다시 찾고 싶은 명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자연과 예술과 과학의 융합, 이것이 우리 도시에서 실현될 때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정원도시의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광주전남연구원 문화관광 연구실장 송태갑의 정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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