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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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다 교차로 신호 대기 중 부주의로 인해 앞차와 경미한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정지상태에서 발이 브레이크에서 떨어져 앞차 범퍼와 부딪혔지만, 차량 파손은 전혀 없을 정도로 경미했다. 그런데도 사고를 낸 입장이니 서둘러 수습을 하는 게 도리. 차에서 내려 우선 파손 여부를 확인했지만 육안으론 확인이 어려울 정도여서 안도했다.

앞차 운전자에게 사과하려는 순간, 앞차 운전자가 화를 내며 “바쁘니 내일 통화합시다”며 연락처를 건넨 후 현장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사고를 당한 입장이니 불쾌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왠지 찜찜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보험사 등에 사고접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별일 있겠어~”라고 잊으려 했다.

다음날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난 뒤 쉽게 마무리 될 것으로 여겼던 생각은 사라졌다. 피해 운전자라며 “병원에 입원했으니 그런 줄 알아라. 차는 수리업체에 맡겼다”는 말만 전한 채 끊어버린 것이다. 너무 억울해 다시 전화를 걸어 “어제 언짢은 일이 있었으면 사과드린다. 그렇다고 경미한 사고에 병원 입원은 너무하지 않느냐”라고 억울한 심정을 어필했지만, 보험사에 이야기하겠다며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너무나 억울했지만 사고를 낸 입장이라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한 지인의 말을 듣고 교통사고를 재현해 상해를 판별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사고현장이 담겨있을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지만 얼마나 경미했는지 영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사라졌다. 이후 보험사 직원도 피해자를 만나고 난 후 피해자 쪽에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며 억울하지만, 합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안내뿐이었다.

억울함이 밀려오면서 그동안 경미한 사고를 당해도 괜찮다며 호의를 베풀었던 게 화가 났다. 미미한 사고에 관대한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말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이롱 환자’만 양산해내는 가벼운 사고를 당한 뒤 무조건 드러눕거나 목덜미부터 잡는 그릇된 인식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김성수 전남취재본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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