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사람 중심.친환경교통시스템서 시작된다

도시재생전문가들의 선전지 탐방<끝> 프랑스 지방도시 스트라스부르그의 도시수축 대응책 프랑스-독일 접경지대에 위치 알퐁스도데 ‘마지막수업’ 배경 인구28만…유럽기구 본사 많아

231

유난히도 무덥던 지난여름 2주 동안 프랑스와 독일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속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통과할 때 한국어로 빨리 빨리를 외치던 독일 세관원의 웃는 모습도 그립고, 프랑스국기를 얼굴에 그린채 월드컵 결승전 응원을 위해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걸어가던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시의 청소년들의 흥분된 모습 또한 그립다. 우리 연구팀의 이번 유럽방문 목적은 ‘인구절벽의 시대에 국내 중.소도시의 도시 관리 모델개발’을 위한 연구자료 수집 및 선진지 현지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위해서였다.

독일은 1989년 통독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젊은이들이 서독지역으로 지속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급격한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도시수축현상이 가속화되었고 이러한 상황에 독일의 도시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러한 독일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대다수의 도시들에서 도시수축이 일어나지 않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연구팀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지방의 중.소도시들에 닥쳐올 급격한 인구감소와 도시수축 대응책이 어쩌면 프랑스에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방도시 스트라스부르그를 주의 깊게 살펴보기로 하였다.

유럽수도 스트라스부르그

프랑스의 동부지역의 중심인 알자스(Alsace)지방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도시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는 ‘길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역사적으로 독일의 도시였다가 프랑스의 도시가 되기를 반복한 도시로 알퐁스 도데(Alphonese Daudet, 1840-1897)의 소설 마지막 수업(The Last lesson, 1871)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이 도시는 오늘날 프랑스와 독일이 상호 공존하며 국가 간 협력의 대표적인 유로지구(Eurodistrict)의 심장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그시는 교통, 도시계획, 교육, 보건분야들에서 프랑코-독일 양국간 파트너 쉽을 통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인구 28만의 아담한 도시이지만 프랑스의 9번째 규모의 도시로 독일인과 프랑스인, 아랍인 등등 다민족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이 도시는 주변의 인접 도시들과 도시연합체를 형성, 주변지역을 포함 스트라스부르그 도시권에는 77만 4천 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교통시스템은 초고속전철 TGV, 고속도로 그리고 항구가 매우 발달되어있어 지리적으로도 교통의 요충지이다. 떼제베(TGV)로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그 까지 2시간 17분이 소요되며, 독일의 경제수도 프랑크푸르트로부터 불과 183㎞거리에 위치한다. 스트라스부르그 시내에는 유럽연합의회와 여러 유럽기관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유럽평의회, 유럽인권법원, 유럽옴부즈만 유럽연합 등이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코-독일 문화 TV채널(Artes), 30개국의 영사관과 46개의 대사관을 비롯한 많은 유럽기구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인해 스트라스부르그시에는 유럽연합 관련 기관들이 다수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 근무하는 인원들 또한 상당수에 이른다.

이곳에는 프랑스에서 2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스트라스부르그 대학이 위치하고 있어 인구 28만의 도시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수상자가 3명이나 배출될 정도로 도시의 저력이 넘쳐난다. 우리의 지방 도시들과 비교하면 도시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의 학생수는 4만1400여명, 대학교수 및 교직원수는 2700여명으로 대학관련 인구는 전체인구의 15.7%에 이른다. 또한, 스트라스부르그대학은 전 세계 750개의 대학들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있다. 스트라스부르그 시내중심에는 대형 섬이라 불리는 섬이 위치해 있으며, 이곳은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이 도시에는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프랑스 내에서 가장 큰 대 이슬람사원이 위치해 관용과 공존문화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용해되어있다. 도시간연합체의 구축을 통한 전 국토의 균형발전 도모 일찍이 프랑스의 사회학자겸 철학자인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1901-1991))는 ‘대도시는 소도시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와 같은 존재다.’라며 위계화 된 도시의 문제를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대표적인 그의 저서 ‘도시에서의 권리’, ‘공간의 생산’ 등 도시에 관한 수많은 저술활동으로 도시와 사회의 관계에 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도시를 새롭게 조망하는 시각을 길러주었다. 그의 사상과 이념은 1968년 프랑스 사회혁명의 근저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프랑스 도시들 간 사회적 분할과 공간적 분리 그리고 경제적 불균형 극복하기 위한 이념적 토대를 형성한다.

프랑스는 도시간연합체를 구축, 공동노력을 통해 오늘의 도시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의 각종 기반시설의 구축과 일자리창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국토의 균형발전과 각 도시의 특성화를 통한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라스부르그의 경우 그 대표기관 유로메트로폴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시행정을 전담하는 시청과 그 이외의 물리적, 경제적, 환경적인 문제들과 일자리창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 바로 유로메트로폴이다.

예를 들어 광주.전남의 경우 광주권역, 여수.순천.광양권역, 목포권역과 같은 형태로 주요도시와 인접 시.군단위들이 연합하여 도시 간 문제를 종합적, 연합적,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라스부르그 ECO 2030계획 매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스트라스부르그 2030계획’은 무엇보다도 2030년까지 2만7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스트라스부르그는 항구, TGV역, 항공교통의 허브로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학과 연구소, 의료기술등으로 형성된 산.학.연 클러스터는 융복합연구 및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산업, 공예, 무역, 건강, 관광, 디지털, 물류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ECO 2030 운영전략은 그랑 제꼴(Grandes Ecoles) 및 대학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의료기술 및 혁신적인 교통, 친환경 경제, 디지털 또는 창조 등을 위한 혁신전략을 수행한다. 이러한 혁신전략은 생태, 물리적 환경의 디지털적 전환 혹은 사회혁신을 촉진, 전통산업(공업, 공예, 상업, 관광, 농업, 사회 및 연대 경제 등)을 변화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스트라스부르그시의 발명공원의 주요 육성분야는 고용의 50%를 점유하는 생명과학, 교통, 환경, ICT, 에너지, 농기업 분야로 이루어진다. 발명공원 내의 입주기관은 100여 개에 이르며, 고용인원은 4500명에 교수 및 연구원 1500명의 거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교통시스템 도시재생의 출발점

스트라스부르그는 친환경교통시스템인 트램(Tramway, 노면전차)이 매우 발달한 대표도시이다. A~F노선까지 총 6개의 노선이 위치하며, 총 56㎞에 달하는 트램노선과 69개의 정류장이 위치한다. 트램은 월 정기권을 이용할 수 있으며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이 도시의 1일 평균 트램 이용객의 수는 30만명에 이른다. 이는 스트라스부르그 전체 시민들이 하루 평균 1회 이상의 트램을 이용하는 수치로 프랑스 내에서도 최고 이용률을 자랑한다. 자가용 이용자는 Park-and-Ride 네트워크를 통해 노면전차 역 주변에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몇 분 내로 이동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주차비와 트램 승차비용이 결합된 티켓을 구입해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이외의 시간대에 주차비용은 무료, 트램 비용은 별도이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가 530㎞에 이르는 등 대중교통시스템은 노인, 장애인, 임산부, 어린이등 교통약자들이 쇼핑이나 여가활동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내에는 4400대의 자전거가 구비되어있으며, 카쉐어링 시스템으로 100대 가량의 공유차량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스트라스부르그 시는 보행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추고 모든 신설도로와 시가지 개발계획에서 보행계획 10가지 주안점을 적용하고 있다. 즉, 보행권장, 보행공간 확충, 보행자와 자전거이용자 간 마찰 감소, 지역도시계획으로서 보행환경개선, 주요교통예산의 1%를 보행자를 위해 배정, 50kph 도로에 보행자환경개선, 보행자도로 횡단환경개선, 기반시설로 인한 장애물 제거, 보행자 고속보도 시스템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 도시는 트램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대중교통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걷는 도시, 건강도시, 관광도시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총 39회에 걸친 도시재생 전문가들의 기고의 글을 통해 오늘의 도시에서 추구해야할 도시재생의 다양한 방법들에 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지방도시 스트라스부르그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첫째, 도시재생정책은 언제나 사람을 그 중심에 두어야한다.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인 도시와 건축은 인본도시의 이념과 도시철학의 바탕위에서 만이 오직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나는 이글을 읽는 독자여러분께 테오 도르 폴김의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도시클리닉’을 그리고 발레리 쥴레조의 ‘아파트 공화국’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우후죽순처럼 하룻밤을 자고나면 쑥쑥 자라나는 버섯도시, 건축이 오직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상품화된 부동산 투기의 도시에는 오직 하루살이의 문화만이 존재할 뿐이다.

둘째, 우수한 창조적 인재들이 모여드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관용의 문화가 절대적이다. 다문화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프랑스의 도시들은 하나같이 관용의 문화가 발달하였다. 창조도시 이론가 리차드 플로리다는 창조도시의 3대 지수를 기술, 창조계급, 관용이라 규정하고 있다. 국내의 지방도시들도 다문화사회를 이루어가고 있으며 사회문화적으로 풍부함을 지닌다. 따라서 이들이 갖는 장점들을 살려낼 수 있을 때 커다란 시너지효과와 도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도시들 간 극심한 경쟁의 시대에서 이제는 도시들 간 통합과 연계를 강화하는 도시연합체, 도시간 공동체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관들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체계적인 행정과 이를 실행하는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상호간 연계를 통해 종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간 연합기구들의 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석.박사 우수인재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정착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관의 설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넷째,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의 고사성어가 시사하는 바와같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할 때 그 모습을 보러 멀리 있는 사람이 보러 온다는 고어처럼 도시재생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 추구에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그곳에서 살아온,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사람들의 역사와 삶의 문화가 축적되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행복해 할 때 그 모습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든다. 향기 나는 꽃에는 나비와 벌이 날아들 듯 행복이 가득한 장소와 도시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치가 어찌 다를 것인가?

다섯째, 도시재생에서 물리적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지방도시들의 도심공동화는 노후화된 물리적 환경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28만의 스트라스부르그는 친환경대중교통시스템인 트램의 발전을 통해 도시의 소음과 진동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교통체계, 도시관광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가치를 강화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대중교통시스템의 개발과 정비는 도시공간재생의 출발점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재생에서 가장먼저 그리고 최후까지 이루어져야할 부분은 바로 잠들어있는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일이다. 우리의 도시들은 시민교육을 통해서만이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전문가들의 선전지 탐방

염대봉 조선대학교 건축학부교수

도시설계(공간정비)박사

프랑스공인건축사

도시건축전문자격사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