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광장.읍성.예술촌 ‘따로 또 같이’ 엮었더니…

순천시 도시재생 거점시설 조성 사례 도시재생전문가들의 선전지 탐방 문예특화 향동.상가지역 중앙동 둘 연결해 순천예술광장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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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2014년 5월, 순천시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선도지역(근린재생형 소규모)으로 선정되어, 그동안 조선시대 순천부읍성이 위치했던 원도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 지역은 1990년대부터 순천.여수.광양을 잇는 교통의 요지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젊은이들이 대거 빠져나간 후,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이 침체되고 주거환경 노후화가 심화되어 활력을 잃게 된 곳이다. 그후 순천시는 해마다 많은 자금을 투여해서 여러 가지 활성화 정책들을 시행해 왔으나 좀처럼 정주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고민을 안고 있었다.

다행히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원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4가지 국가정책사업, 즉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선도사업(200억원), 문화체육관광부의 순천부읍성관광자원화사업(250억), 지역발전위원회.국토교통부의 청수골새뜰마을조성사업(68억원), 중소기업청의 원도심상권활성화사업(15억원)에 선정되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순천시 도시재생 사업내용

도시재생 대상지역은 중심부 형태가 성곽터로 둘러싸인 말발굽 모양을 띠고 있으며, 남북을 관통하는 중앙로를 경계로 주거지역인 향동과 상업지역인 중앙동으로 분리돼 있다.

향동은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했던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문화예술적 측면에서 기초적 생활인프라 정비와 예술가들의 작업실 임대지원, 관광아이템 발굴 등이 이루어져 왔다. 그에 비해 중앙동은 지역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일부 상가들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빈 점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되는 재래시장이 존재하고 음식 특화거리가 조성돼 있어 아직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곳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순천시는 이 두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유교 및 기독교 역사문화자산 활용, 장소마케팅을 통한 관광객 유치, 순천만국가정원과 연계한 생태도심 조성, 청년창업 촉진으로 중심시가지 상권재생’을 핵심사업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들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업대상 주요지점에 거점시설들을 조성하고 그것들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해 도심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시도하였다.

도시재생 거점시설 조성

필자는 평소부터 이 지역을 놀이터 삼아 자주 왕래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심화돼 활력을 잃어가는 원도심 한복판의 주요 결절점(Node)에 무언가 도시재생을 위한 강력한 ‘문화적 아이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4년 ‘문화의 거리 마스터플랜 학술용역 프로젝트’를 통해 ‘메인 플라자(Main Plaza), 부읍성 스테이션(Castle Station), 예술가 스튜디오(Artist Studio)’라는 명칭으로 구상해 두었던 거점시설 조성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리고 2015년 2월부터 1년 여 동안 초대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맡아, 공무원.주민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원도심의 ‘허브 및 랜드마크’ 역할을 담당할 도심광장 및 핵심건축물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메인 플라자는 ‘순천예술광장’으로, 부읍성 스테이션은 ‘순천부읍성 서문안내소’로, 예술가 스튜디오는 ‘창작예술촌’ 시리즈로 각각 실현단계로 옮겨지게 되었다.

순천예술광장

순천예술광장(Suncheon Art Platform)은 옛 순천부읍성 남문터 부근의 교통요지에 조성되는 도시재생 거점시설로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순천부읍성관광자원화사업’ 재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원도심 서쪽의 문화예술 특화거리(향동)와 동쪽의 상가 밀집지역(중앙동)을 지상과 지하로 연결하는 매개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다기능복합시설로서 생태광장, 미술관, 연자루(전망대), 관광안내소, 지하주차장 등으로 구성된다.

생태광장은 도심에 여백을 만들어 여러 이벤트와 해프닝을 발생시키는 무대가 되며 시민들의 일상적 유희 및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미술관은 세계적 작가 및 지역작가들의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장소가 된다. 연자루는 인접한 옥천 수변공간과 연결돼 원주민과 방문객의 휴식 및 전망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은 원도심의 만성적인 주차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문화예술관광 및 상권활성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순천시는 이 사업을 먼저 순천대학교 건축학부생들의 설계수업 과제(Urban Plaza Design)로 부여해서 실험적인 설계도면과 모형을 제작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국제건축가연맹(UIA)에 등록된 국제건축공모전을 추진하기로 하고, 수차례 전문가초청 자문회의 및 주민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후, 용역을 실행할 전문업체를 선정해 세부 공모계획을 수립했다.

2016년 2월부터 시작된 국제건축공모전에는 총 53개국 485팀이 등록해 최종적으로 42개국 303팀이 설계작품을 제출했다. 그 중 외국인팀 접수가 185작품으로 한국인팀 118작품에 비해 그 숫자가 훨씬 많았다. 국내외의 저명한 건축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일등 당선작은 인도의 ‘스튜디오 메이드(studio MADE)’ 팀이 제안한 ‘숨겨진 회랑(The Hidden Cloister)’이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콜롬비아 건축가 프란시스코 샤닌(Francisco Sanin)은 “순천 원도심 재생의 촉매제 및 랜드마크 역할에 적용될 역사 및 도시 맥락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했고, “반 지하의 회랑을 설치해 다양한 전시를 수용하고 공연장과 광장을 중심으로 지하상가와 옥천을 연결한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순천예술광장은 현재 한창 부지 조성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철거하기로 했던 옛 승주군청 건축물을 일부 남기는 방향으로 설계가 수정되면서, 원래 의도했던 향동과 중앙동을 시각적.물리적으로 이어주는 개념이 희석된 점, 국제공모에 걸맞는 훌륭한 건축작품 안이 다소 변형된 점이 안타깝다.

순천부읍성 서문안내소

순천부읍성 서문안내소는 옛 순천부읍성 서문터 옆 공지에 거주민과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건립된 다기능복합시설이다. 성곽터를 따라 조성된 순천부읍성 상징공원을 거닐다가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되는 ’관문건축.연계건축‘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주요 공간은 전시실, 주민사랑방, 놀이방, 마을방송국,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건축물을 처음 제안할 때 생각했던 설계방향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외관은 주변의 낮은 주택과 상가를 고려해 너무 높지 않게 구축할 것, 주변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탑형 전망대 같은 공간을 마련할 것, 성곽과 성문과 해자가 존재했던 역사적 기억들을 조금이라도 건축물에 상징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할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방화장실과 긴급차량.하역차량.장애인차량 등이 이용 가능한 다목적 주차장을 갖출 것, 마지막으로 주민교류.소득창출.관광지원의 허브(hub)기능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도록 할 것 등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찌기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시건축연구소, 순천대학교 건축계획연구실, 순천대학교 건축설계수업팀, 예향건축사사무소의 4개 설계안이 제시된 바 있고, 본격적인 사업시행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운생동건축사사무소의 설계안이 확정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도중에 전혀 다른 안으로 변경된 경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완성된 건축물은 마치 지렁이 몸체처럼 가늘고 길며 구불구불한 형태를 띠고 있어, 외부공간의 활용도 및 내부공간의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작예술촌 시리즈

창작예술촌은 향동 ‘문화의 거리’ 주요 지점에 유명작가의 스튜디오 겸 레지던시(임시주거)를 마련하여, 지역의 예술문화 사업을 선도하는 거점으로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시행된 단계적 조성사업이다. 제1호는 배병우 사진작가, 제2호는 김혜순 한복디자이너, 제3호는 조강훈 서양화가가 선정돼 현재 3개의 창작촌 모두 건립이 완료된 상태이다.

배병우 창작레지던시는 당초 개인주택을 매입해 개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으나, 해당 주택의 노후화가 심해 철거 후 신축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공모를 통해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설계안이 채택되었다. 전체 4층 규모로서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일체형 전시실, 지상 2층은 스튜디오 및 사무실, 3층은 임시주거로 계획되었다.

김혜순 창작공방은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2층 규모의 낡은 주택을 개수해, 1층은 한복전시실, 2층은 임시주거로 조성한 것이다. 전면에 아담한 마당이 있어 한복패션쇼 등의 행사무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강훈 아트스튜디오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옛 중앙파출소를 개수하여, 1층은 갤러리, 2층은 미술관계자 교류실 및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창작예술촌 조성에는 여러 관점에서 되짚어 볼 참고사항들이 존재한다. 빈집 재활용의 합리성, 예술가 선정의 투명성, 생존예술가의 이미지 변화, 예술촌 상호간의 네트워크, 작가의 예술촌 체류빈도, 주민들과의 예술적 교류, 관련 프로그램의 운영, 건축물의 유지관리 주체 등이다.

거점시설의 역할을 기대하며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거점시설 조성’은 금방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일거에 추진주체의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흔히 채택되는 방법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주민 또는 전문가와 충분하고 지속적인 상의(거버넌스) 없이 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 본질적인 시설기능 수행 및 유지관리 체계에 적지 않은 문제가 대두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건축물은 ‘심미성(Design).정교성(Detail).독자성(Difference)’에 바탕을 두어 계획돼야 한다.

아무쪼록 순천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내의 거점시설들이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심장(펌프)이 되어, 문화를 창출하고, 상권을 회복하고, 주민생활에 풍요를 가져다 주는 원천(原泉)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 문화콘텐츠 요소, 인적자산 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고,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 및 주민을 끌어모으는 오픈스페이스로서의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이동희순천대 건축학부 교수

구례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前 순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도시재생전문가들의 선전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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