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들과 온라인 소통…내편으로 만들어냈죠”

딜런 매런-동성애혐오자들과 긍정적 대화
커밍아웃 뒤 악플에 시달려
진정성 믿어달라 읍소 금물
타인과 다름 인정하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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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크리에이터 딜런 매런이 '온라인 악플을 긍정적 오프라인 대화로 바꾼 방법'을 주제로 한 테드(TED) 강연을 하고 있다. TED 제공 주정화 기자 jeonghwa.joo@jnilbo.com
디지털 크리에이터 딜런 매런이 '온라인 악플을 긍정적 오프라인 대화로 바꾼 방법'을 주제로 한 테드(TED) 강연을 하고 있다. TED 제공 주정화 기자 [email protected]

‘온라인 악플을 긍정적 오프라인 대화로 바꾼 방법’. 누구나 한번쯤 관심가질 만한 얘기다. ‘어떻게 하면 (나를 싫어해서 악플을 단)악플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디지털 크리에이터 딜런 매런이 강연장에 나와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그 또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한 이후부터 ‘게이’라는 이유로 많은 악플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악플에서 그는 beta(약한 남자를 의미하는 속어), snowflake(눈송이·민감하고 스스로 독특하다고 믿는 사람을 낮게 부르는 말), cuck(바람맞은 남자의 속어) 등으로 불렸다.

처음에는 이런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딜런은 악플러들의 오타를 모아 풍자도 해보고, 프로필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도 파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매런은 모르는 타인에게 악플을 써서 스스로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았다.

매런은 ‘단어 한마디’, ‘트렌스젠더와 화장실에 앉아서’와 같은 비디오 프로젝트로 수백만 뷰를 달성했다. 유명한 영화들을 편집해서 유색인종의 대사를 짜집기 한 프로젝트였다.

디지털 크리에이터로서 성공 가능성을 실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온라인 혐오를 경험한 뒤 오히려 의외의 대응법을 개발하게 된 것. 몰상식한 악플을 남긴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런 글을 쓴 거죠?”와 같은 질문을 한 셈이다.

매런은 “사생활이긴 하지만 (저는)게이예요. 그런데 이런 이유 때문에 프로젝트를 하는 내내 온갖 소리를 다 들어야 했죠”라고 씁쓸해 했다.

‘넌 내가 싫어하는 모든 인간의 집합체야’, ‘원래부터 그런 놈이었나, 아니면 크면서 배운거냐?’ 등등 딜런을 향한 악플러들의 댓글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는 이런 메시지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가끔씩 ‘성찰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매런은 “온라인 댓글창이 존재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노를 밖으로 분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악플러의 수많은 댓글을 수집한 뒤 팟캐스트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과 본질적으로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상처받을 수 있는 일’이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딜런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주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게이라는 게 죄악이라 믿는 사람에게 공감해달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나와)다른 생각을 제기하는 타인의 인간성을 그대로 인정했다. 심할 경우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게 답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을 폄하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편하지 않은 일 이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공감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그가 팟캐스트를 통해 많은 악플러들과 접촉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의 메시지를 정중하게 거절했고, 읽고 나서는 무시해버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아예 자동 차단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매런은 “나와 뜻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매런은 자신을 게이놈, 눈송이, 베타라고 불러도 좋고 자유주의의 온갖 병폐만 가진 놈이라 불러도 좋다고 했다. 대신 대화를 거부하거나 차단하려는 마음을 갖고 다가섰다면 그 사람이 바로 진짜 게이놈, 눈송이, 베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듯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공감을 요구하는 건 긍정적인 지지가 아니다. 진심으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공감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타협하고 지지하는 게 아니라, 나와 매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주정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