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道 안중근 루트를 아시나요

국민들 가장 관심 갖는 독립운동가 1위는 단연 안중근 의사, 명성, 관심도 비해 기념시설은 서울, 부천 등 2곳에 불과, 오히려 광주전남에 전국 유일 안 의사 사당, 전국 최초 기념비 세워, 동상도 전국 10개 중 5개 밀집. 특이하게 하얼빈 의거 현장과 남도 안중근 유적 동경 126도 일직선상 위치. 호남권 새로운 역사관광 자산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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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가 광복절이다. 독립(73주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70주년)을 동시에 기념하는 날이다. 분단의 시작이기도 하다. 태평양전쟁 종전 기념일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와 북한은 8월15일을 광복절, 민족해방기념일로 삼는다. 일본은 패전을 감추려, 에둘러 종전기념일로 표기한다.
미국과 러시아, 베트남은 일본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9월2일을 대일 전승기념일(베트남은 독립기념일)로, 중국, 몽골은 9월 3일을 항전승리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중국도 2일 항복식을 열려다 난징의 폭우로 하루 연기했다. 대체로 종전 기념일은 9월2일이며, 전승절로 표현한다.
대한민국도 애매한 광복 대신 전승절로 쓰면 어떨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분명하게 1941년 12월10일 대일 선전포고를 하고, 연합군으로 참전했다. 더 명백하게는, 40년(1905-1945) 피어린 항일 독립투쟁사가 있으니 말이다.

 우리 항일사에서 대표 영웅을 꼽으라면 누구일까. 죽창, 화승총으로 일어선 한말 호남의병들, 만주·연해주를 전전했던 독립군들, 값싼 빠이주(白酒)로 허기를 달랬던 임정 요인들, 미얀마 정글을 누비던 한국광복군, 타이항산 자락에 청춘을 묻은 조선의용군….
국가보훈처가 재미있는 통계를 발표했다. 최근 5년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독립운동가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106만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백범 김구(64만건), 윤동주 시인(56만건), 유관순(38만건), 윤봉길 의사(24만건) 순이었다. 국민들은 안중근을 대표적인 항일 영웅으로 받아들였다.
안 의사의 명성에 비해 기념시설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한국 보다는 오히려 중국, 러시아에 넘쳐 난다. 하얼빈에는 안중근기념관, 조린공원 유묵비, 구 일본 영사관(첫 구금지)이 존재한다. 또 다롄, 뤼순에 법원 법정, 감옥, 순국 사형장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크라스키노에도 단지동맹비 등 기념물이 있다.
 한국에는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 부천 안중근 공원(옛 중동공원) 뿐이다. 동상은 서울 기념관, 육군사관학교, 부천 중동공원(하얼빈 시 기증), 안성 미리내 성지, 천안독립기념관에 서 있다.
 
근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안중근 기념물이 밀집한 곳은 의외로 광주, 전남이다. 장흥에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안중근 사당인 해동사가 존재한다. 1955년 세워진 해동사는 안 의사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있으며, 이승만 대통령이 ‘해동명월(海東明月)’이라는 편액을 내렸다.
동상도 장흥 정남진 전망대, 장성 상무대, 함평 일강선생기념관(임정 청사), 광주 중외공원, 광주 상무시민공원 등 5곳에 이른다. 전국에 세워진 동상의 절반이 남도에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안중근 기념비를 세운 곳이 바로 전라남도 광주시다. 일제는 광주의 진산인 현 광주공원 자리에 1908년 호남의병 대토벌 전사자를 위한 충혼탑을 건립했다. 광주 사람들은 해방이 되자마자 충혼탑을 부서버렸다.
 그 후 1960년대 초 충혼탑 자리에 안 의사 기념비를 세웠다. 바로 ‘대한 의사 안공중근 숭모비’다. 화강암 기단에 2층탑을 세우고, 오석에 한자로 항일 혼을 새겼다. 서울 안중근기념관이 1970년 건립됐으니, 전국 최초의 기념시설임에 틀림없다. 아쉽게도 80년대 중외공원에 동상을 세우면서 숭모비를 해체,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남도의 안중근 기념물은 특이하게도 의거 현장인 중국 하얼빈 역과 일직선에 위치한다. 자오선 축선으로 동경 126도다. 하얼빈은 동경 126도 38분으로, 장흥 해동사(126도 56분), 정남진 동상(126도 58분), 함평 안 의사 동상(126도 28분), 장성 상무대 동상(126도 37분), 광주공원 옛 숭모비(126도 54분)가 한 축선에 자리한다. 장흥 정남진에서 정북 방향 직진하면 하얼빈 역이다.
여기에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현장인 나주역과 광주역(현 동부소방서)도 하얼빈 역과 동일 선상이다. 범상치 않은 동경 126도의 항일 인연이랄까.
 
 항일 영웅 안중근 의사, 그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의향 광주·전남이다. 동경 126도, 안중근 항일 루트를 만들면 어떨까. 안 의사의 항일 투혼과 웅혼한 동양 평화의 비전을 공유하는, 새로운 역사관광 자산을 만들었으면 한다. 장흥에서 함평, 나주, 화순(능주초교 정율성 항일유적), 광주, 장성을 거쳐 서울, 다롄, 뤼순, 하얼빈까지-.

이건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