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 정치서 벗어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브렛 헤니그-정치인을 추첨으로 뽑으면 어떻게 될까요?

28

작가이자 운동가로 활동 중인 브렛 헤니그가 '정치인을 추첨으로 뽑으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주제로 테드(TED) 강연을 하고 있다. TED 제공 None
작가이자 운동가로 활동 중인 브렛 헤니그가 '정치인을 추첨으로 뽑으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주제로 테드(TED) 강연을 하고 있다. TED 제공 None

설득력 있는 ‘추첨 민주주의’
“증거 기반한 법안 만들어야”
‘언제·어떻게 변화하느냐’ 관건

‘민주주의가 고장났다’는 상상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또 정치인을 임의로 추첨한 사람들로 바꾸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작가이자 운동가로 활동 중인 브렛 헤니그(Brett Hennig)는 공직자를 임의로 뽑는 ‘추첨 민주주의’에 대한 설득력 높은 사례를 제시한다. ‘정치인을 추첨으로 뽑으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주제로 테드(TED) 강연을 통해 헤니그는 대중의 지혜를 활용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공익을 위한 균형있는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한다.
모두들 기괴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이런 상상들이 ‘어떻게 당파 정치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묻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란?
“우리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같은 도시나 같은 대륙, 심지어 같은 행성에서 사는 사람들의 집단이 어떻게 공공자원을 나누고 관리해야 할까요? 사람들을 통치하는 규율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인간은 체계화 된 사회에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런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그랬던 것처럼 헤니그는 공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애로운 보호자가 인간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왕, 여왕이 그런 보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차례 혁명을 거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고, 결국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랜 시간 관심받지 못했던 전혀 다른 종류의 해답이 나왔다. 그 해답은 ‘민주주의’였다.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버드대학 교수도 “사람들은 우리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해답이 밝혀져서 역사의 종언에 도달했다고 믿었고, 그 답은 바로 자유 민주주의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좋은 것일까, 아니면 더 나은 체제가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점점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고, 정치 체계는 강력한 기득권의 이해 관계에 의해 왜곡됐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헤이그는 제시했다. 망가진 정치 체계를 고치고, 실제를 이상과 가깝게 만들고, 시·구의회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게 하는 것이다.
헤이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심사 숙고한, 증거에 기반한 법안을 만들자는 의미다. 학문적으로 말하면 ‘추첨’, 일반적으로는 ‘임의 선출’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은 있다
몇몇의 사람을 임의로 골라서 향후 몇년간 시·구의회에서 일하게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나라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인구학적 배경을 반영하도록 계층을 나눠 대표성 있게 추첨할 수 있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겠지만 젊은 층이 대다수이고, 일부 고령층, 부자도 약간 있을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이 축소판은 우리에게 시간과 정보, 도덕적인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위한 좋은 방안이 있을 때 우리가 할 생각들을 엿보게 해준다. 비록 자신은 그 집단에 없더라도, 자신과 같은 나이, 성별, 거주지역, 배경을 가진 누군가는 그 집단에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의 결정은 ‘집단 지성’에 기반하게 된다. 개인의 역량 보다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며,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부작용이 예상된다. 선거를 추첨으로 바꾸고, 의회가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게 만든다면 정치인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헤이그는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룬 부분이 추첨이었다. 이 장치의 이름은 ‘클레로 테리아’였다”며 “고대 아테네인들은 의석의 대부분을 시민들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한 사람들로 채웠다. 선거는 귀족을 위한 장치이며,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스템을 현대사회의 의회에 도입한다는 것 자체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은 있다. 첫번째 방법은 추첨을 실험적으로 해 볼 수 있다. 학교, 직장, 다른 단체에 먼저 추첨제를 도입해보는 것이다. 정책 배심원단과 시민 의회를 모을 수도 있다. 두번째 방법은 ‘시민 의원’이라 부를 수 있는 무작위로 추첨한 사람들로 이뤄진 ‘제 2의 의회’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시민 의원을 도입하자’는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헤이그는 “희망은 있다. 체계가 바뀌고, 무너지면서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반드시 일어나겠지만 단지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 지가 중요하겠죠?(웃음)”라고 강조했다.

주정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