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그래픽 노블도 교육자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진 루엔 양-만화를 이용한 수업 초5때 본 만화책으로 인생 변화 교직 생활 당시 만화 수업 접목 \"학생들에게 긍정적 결과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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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과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이 모든 선생님들의 교육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진 루엔 양이 주장한 말이다. 루엔 양은 자신의 위트 있고 화려한 만화를 배경으로 미국 교육에 있어서 만화의 역사를 탐색하고, 아이들의 학습에 있어서 만화가 갖는 잠재력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만화를 이용한 수업’이라는 주제의 테드(TED) 강연을 통해 루엔 양은 자신이 5학년이었을 때 우연히 본 ‘월간 DC 코믹스 57호’라는 만화책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얘기한다.
 루엔 양은 “글과 그림이 제 머릿 속에서 뒤섞이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저는 만화라는 매체와 사랑에 빠졌다”며 “그 이후로 만화책의 열혈 독자가 됐지만 학교가 간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강연을 시작한다.

 ●우연한 계기로 만든 학습 만화 성공담
 루엔 양의 부모님 모두 만화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들도 만화책을 수업에 사용하지 않았고, 자율독서 활동을 통해서도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을 읽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루엔 양은 몰래 몰래 만화책을 봤고, 직접 자신이 만화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어느새 루엔 양은 기고 만화 작가가 돼 있었고, 만화 집필과 작화를 생업으로 삼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비솝 오다우드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인문학을 17년 동안 가르쳤다. 신입 교사였을 당시 만화책을 수업에 적용하려 했으나 학생들은 저를 멋있는 게 아닌 바보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만화책을 수업에 적용하려 했으나 오히려 수업 분위기가 안좋아지면서 학생들은 이런 질문은 했다. “선생님, 슈퍼맨과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이로 인해 루엔 양은 교육과 만화 경력을 분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만화책은 수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일이 생겼다. 몇년 후 만화가 가진 교육적 잠재력을 직접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체 수업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겨 수업 교재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루엔 양은 간단한 계획을 세우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마커로 한장씩 그려 나가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림으로 담았다.
 이 학습 만화는 4~6장 분량으로 만들었다. 놀랍게도 학습 만화는 성공했다. 학생들은 루엔 양이 직접 수업을 하러 들어갔을 때도 만화를 그려달라고 할 정도였다.
 루엔 양은 “학습 만화는 시각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어떤 학생인지, 어떤 정보인지에 따라서 만화 매체의 2가지 측면인 시각적인 특성과 영구성이 강력한 교육 도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만화책은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지 않는다”
 루엔 양은 학습 만화를 통해 얻은 경험에 큰 흥미를 느끼고 석사 프로젝트를 만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립대 이스트 베이에서 교육학 석사 과정이었던 루엔 양은 왜 미국 교육자들이 역사적으로 수업에 만화를 사용하길 꺼렸는지 밝혀보겠다고 했다. 이후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만화책은 1940년 당시 처음으로 대중매체가 됐고 매달 수백만 권이 팔렸다. 당시 교육자들은 주목했다. 많은 혁신적인 선생님들이 만화를 수업에 실험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1944년 ‘교육 사회학 저널’에서는 전체 내용을 만화책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런데 아동 심리학자인 프레드릭 웨담 박사가 1954년 펴낸 ‘순수에의 유혹’이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만화책이 청소년 범죄를 유발한다”고 비난했다. 웨담 박사의 이런 주장은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지만, 미국 상원에게는 그의 저서가 계기가 돼 만화책이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는 지 확인하기 위한 청문회까지 개최됐다.
 이 청문회는 거의 두달이나 계속되다 아무런 결론없이 끝났다. 하지만 미국 대중에 대한 만화책의 평판만 엄청나게 나빠졌다. 이후 미국 교육자들은 만화책과 교육은 별개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거의 10여 년 전부터 만화책을 좀 더 폭넓게 받아 들이자는 움직임이 나타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루엔 양은 “교사 동료인 스미스 선생님은 스캇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를 문학과 영화 수업에 이용한다. 학생들에게 단어와 영상 간 관계를 토론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스캇은 매번 학생들에게 만화 수필 과제를 내주고, 이미지를 사용해 소설을 쓰도록 해서 학생들이 더 깊게 생각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미국 교육자들 사이에서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은 수학, 과학, 기술, 공학 등과 접목시켜 교육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웨담 박사의 주장과 달리 만화책은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다.
 루엔 양은 “정말 모든 교육자의 교육 도구로 만화책은 적합하다고 할 수 있어요.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을 초등, 중등 교육에 이용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학생들은 시각적으로 배우며 리모컨처럼 조정할 수 있거든요.(웃음)”

정리=주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