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끝자락 예술가의 불편한 미학어법

장경화의 아리송 ART 데이트 - 김태형 화가 X세대 반항아, 컴퓨터 게이머 망상과 공상으로 읽혀지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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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자그마한 APT는 서울 도봉산 아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공간이자 작품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주간은 가사 일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돌보는 육아와 함께 직장에 출근하는 처를 외조한다. 그리고 2-3평의 좁은 공간에서 틈틈이 아르바이트(일러스트 프리렌서)와 야간에는 온전히 자신의 작품을 제작을 위해 꿈틀거리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작품제작을 위해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에 가사 일, 육아와 아르바이트를 겸하는 힘든 일과를 보내면서 반짝이는 그의 눈빛에 비장함과 치열함 그리고 미래에 희망이 읽혀졌다.

●미술입문과 예술의 탐구생활

김태형은 광주 송정리에서 출생했다. 그는 시원치 않은 부친의 사업에도 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림을 그리고 싶어 광주예술고등학교 동양화 전공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홍익대 디자인학부에 입학, 시각디자인학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만화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는 예술에 대한 욕망과 목마름은 해소시키기 어려웠다. 결국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에 다시 입학해 이제는 졸업을 앞둔 과정을 수료한 상황이다. 벌써 개인전을 3차례를 치룬 전업작가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넘긴 그는 자신이 꿈꾸어 왔던 예술가 삶의 현실의 벽은 높고 두렵기만 했다. 현대사회는 한 치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 매일매일 존재하기조차 불안하고 두렵다. 더구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 가족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무엇보다 큰 무거움으로 그의 양 어깨를 짓누르고 이러한 무거움은 동서고금의 모든 평범한 가장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일 것이다.

그런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술가로 탐구여행을 시작하게 됐다. 가족이 잠든 밤, 자그마한 작업공간의 컴퓨터 앞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기억 상자에 가두어 놓은 온갖 기억들을 하나하나 끌어올려 욕망의 상상여행을 떠난다. 유치원의 아이들과 가족, 온갖 일상 속의 이미지, 매일 쏟아지는 TV뉴스, 송정역 부근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기억 속의 편린들이 하나로 연결된 이미지로 기록하고 정리한다.

일련의 공정들을 여과 없이 하나하나의 과정을 만들어 가면서 화폭앞에 먹 선으로 그려지는 그림은 한편의 시가 되고 소설이 되어가고 공상 만화영화가 되어간다.

또한 다른 현실 속의 아픔과 눈물, 통증을 태워가면서 치유하고 기쁨의 환희로 때로는 즐거움으로 그의 예술을 재설정되고 탄생시키기 위해 학창시절 숙제하듯 탐구를 시작한다. 때로는 의무감으로 종이 위에 붓 펜으로 한 필, 한 필 공간을 채워가는 시간이 가장 행복할 것이다. 그는 X세대의 화가로 풍부한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 높이 미학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X세대, 반항적 태도와 예술코드

X세대, 1980년대 후반이후 IMF 고통의 후유증은 그들의 미래를 박탈했다. X세대는 그러한 시대문화적 환경 속에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한 세대이다. 그 세대는 모든 호화로운 것을 거부하고 최소한도의 것만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자 하며, 사회와 기성세대에게 도덕성과 공정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렇다고 X세대는 무조건 현실에 반항하는 반항아는 아니다. 오히려 이지적이고 현실주의자이다. 그래서 현실에 적응하되 행복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단지 모든 것을 편리하고 간편하게 해결 할 뿐이다. 그런 성향이 그들의 삶에도 반영되어 어떤 일에서든지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 바로 X세대의 특징이다.

김태형은 X세대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화가로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현실주의자다.

그는 컴퓨터게임 프로전문가로 그는 스스로를 ‘덕후'(컴퓨터 게임에 미쳐있는 사람 지칭)라고 한다.

그는 컴퓨터 게임에도 인문학이 담겨있고 즐거움과 사회학적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에게 고정관념이란 없다. 오히려 전통이나 관념을 부정하고 도전할 뿐으로 그저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러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허락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일까. 그의 예술은 회화와 일러스트 양식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보인다. 최근 현대미술에 있어 일러스트 디자이너의 작품도 회화성을 존중받고 있음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즉, 디자인과 회화의 양식과 개념의 경계가 이미 무너졌다는 의미이다. 그의 예술은 대중적으로 갖고 있는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에서 출발되어 한없는 자유를 쟁취하는 미학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이러한 태도가 그의 예술의 출발점으로 보인다.

한지위의 수묵이라는 양식을 공부했지만 현재는 습득된 전통의 수묵양식을 부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존중하기도 한다. 전통의 양식인 장지를 사용하고 먹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내고 있으나 그의 회화는 전통의 수묵으로 보기가 어려운 현대회화의 시각효과를 연출시키고 있다.

이러한 화면은 먹을 사용한 선으로 섬세하게 이미지를 그려간다. 이러한 선묘그림은 그 자체로서 완성의 의미도 강하지만 가급적 채도가 높은 원색을 사용한 채색을 더해간다. X세대인 그에게 전반적인 삶의 방식이자 정서적 태도에서 출발해 반영되는 현상이다.

●망상과 공상에서 출발된 미학어법

김태형은 “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직 간접적으로 삶을 통한 체험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 호기심, 고민에 따른 ‘공상’과 ‘망상’을 재구성하고 조립해 ‘익숙함’ 속에 ‘낯설음’과 ‘실제’와 ‘망상’의 경계를 작업의 모티브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미학적 관점은 경험했던 충격적 사건들로 공포, 걱정, 불안, 우울, 웃음, 유희적 경험 등등의 화면 속에 은유적 기호와 상징적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미지와 이미지들의 연결이 더러는 긴장감을 유지시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화면의 전반적인 구성은 행복하고 밝으면서 유희적이다.

‘1990년 송정리 – 대도쇼핑’과 ‘우아한 육아’ ‘슬픈 부성’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 송정리 – 대도쇼핑'(2016년작)은 부친이 운영했던 사업공간과 일상에 대한 기억의 편린을 더듬어 재구성했다. 마치 건축설계 도면 안에 구획된 조그만 가게들이 있고 중앙에는 알 수 없는 나무가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게 지붕은 군데군데 기와장이 벗겨져 지붕의 구조를 이루는 내부의 속살을 드러내어 곧이라도 건물은 쓰러져 바람에 날릴 것 같다. 이렇듯 작품구성의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 즐겁지 못한 아픈 추억을 담아내고 있으나 작품 전반적 이미지는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시각적으로는 밝고 환희적으로 반전의 구성을 해두었다. 그러니까 아픔과 슬픔을 불태워 기쁨과 환희의 미학으로 반전이라 보여 진다.

또 다른 작품 ‘슬픈 부성'(2015년작)은 작품의 타이틀에서 읽을 수 있듯이 가사일과 육아를 담당하는 부성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아버지가 집에 홀로 아이를 돌보면서 느꼈던 고단함과 불안감 그리고 행복감 같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내제돼 있다. 그러나 시각적으로는 이러한 작가적 의도와는 달리 밝고 명랑하다. 무언가 비현실적인 세계의 우화적 이미지의 연결과 결합체로 나타나고 있다.

두 작품에서 보여주듯 그의 작품은 화면위에 기억의 편린들을 공상적이고 망상적 연결코드와 그만의 독창적 방식으로 상호 연결시켜 가는 과정이다. 그는 이러한 과정 속에 자기 미학 아우라(창)는 새로운 미학어법 창조로 감정이입 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 스스로에게 만족과 감동하기도 하리라 본다.그는 자기예술과 미학어법에 자긍심은 심취돼 있다.

불편한 미학어법과 예술가의 덕목

그의 작업은 자신의 은밀하고 주관적이고 공상적의 ‘내밀한 고백’이자 ‘독백’이다. 자신의 미학어법으로 구성된 일기장이다. 시각언어로 그려진 일기는 결국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을 보편적인 기호로 담으려고 했지만 결국은 과거 경험했던 불편하고 가슴 아픈 기억의 편린에 대한 감정이입 재구성의 고백이자 독백이다.

이러한 독백의 일기장은 X세대의 감성과 시대의 트렌드를 성공적으로 포착해 내고 있음이 확인된다.

예술에 있어 시대 트렌드를 포착해 내는 일은 결코 우연적으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에 관한 연구와 함께 부단한 자기 노력의 결과로 시대를 읽어가는 심미안이 자기예술 양식 체화됐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형에게 두가지 예술가로의 주요한 덕목을 보강하고자 한다.

1. 다작에 필요한 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그의 양식은 장지위에 먹 붓으로 모든 이미지에 세밀한 선묘를 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한 과정으로 결국은 다작을 위해 효과적이지 못한 양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작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양식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2. 시각예술에는 감동은 서정성이다. 그의 작품에 그려진 이미지를 보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성있는 섬세함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러한 작화 방법으로는 열심히 그렸다는 긍정적 평가를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으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 그려진 이미지와 화면에 강함과 약함, 세밀함과 생략, 통일과 변화가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정성도 동시에 확보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예술가로의 좋은 덕목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만의 독창적인 미학적 아우라와 함께 어법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X세대의 감성을 바탕으로 우리시대의 회화예술로 트렌드를 포착해 내고 있으면서 예술적 자존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예술가로 집요한 삶의 방식과 태도이다. 힘든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면서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올곧고 당당하게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예술가로 멀리보고 긴 호흡을 해야 하는 작가로 현실 앞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에서 밝은 미래가 읽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형, 그는 오늘도 3평 남짓의 소중한 공간에서 가족이 잠드는 시간을 기다려 화면 앞에서 불편한 자기 미학을 완성시켜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형 주요 경력

ㆍ광주예술고등학교 졸업

ㆍ홍익대학교 및 동대학원 수료

ㆍ개인전 3회(서울)

ㆍ초대전

ㆍ2018 ‘신 소장품전'(광주시립미술관)

ㆍ2017 ‘꿈과 진실사이'(광주시립미술관 서울갤러리)

ㆍ2017 ‘special present 2018′(벽과 나사이 갤러리),

ㆍ2016 ‘ART BARGAIN 2′(갤러리 토스트, 서울)

ㆍ2008 ‘종이 팥빙수-2′(문화갤러리, 서울)

ㆍ2007 ‘한국화-지평의 확장전'(한가람미술관, 서울)

ㆍ2006 ‘내 이름을 불러줘'(공평아트센터, 서울)

ㆍ2005 ‘D 프로잭트'(갤러리 꽃, 서울)

수상

ㆍ2017 프린트베이커리 공모전 선정수상

작품소장처

ㆍ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토스트, AYA아트코어브라운갤러리 등

장경화의 아리송 ART 데이트

장경화 현 조선대 미술대학 겸임교수
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2회)
뉴욕 얼터네티브 미술관 파견
뉴욕 록펠러우 재단(ACC) 기금 수상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