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북방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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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이 열린다. 중국, 러시아 그 광대한 땅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훈풍이다. 판문점 선언으로 우리의 시선이 만주, 연해주를 거쳐 유럽에 꽂히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중국 다롄을 거쳐 남만 철도로 선양,창춘을 지나 하얼빈에 잠시 정차한다.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만저우리-치타-이르쿠츠크-모스크바를 지나 베를린역에 내리니, 1만 여 km 유라시아 코스다.

머나먼 유라시아 행이 아니라도 좋다. 나주를 출발, 서울, 개성에서 숨을 고른다. 평양-개성간 평성선에 올라 신의주, 압록강 철교를 건너 단동에 이르러 하얼빈 만주 벌판을 안아도 더없이 좋으리라. 짧게는 연길에서 차량으로 도문, 훈춘을 통과해 러시아 땅 크라스키노, 블라디보스토크에 안겨도 된다. 연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6시간이면 충분하다. (중ㆍ러 국경 통과에 좀 걸리지만) 이제 중국, 러시아, 유럽은 멀고 먼 남의 나라가 아니다. 광주역에서 지척이다.

북방의 문, 블라디보스토크는 벌써 북새통이다. 인천, 청주, 대구, 김해공항에서 하루에 1천명 넘게 관광객을 쏟아낸다. 지난 3월, 아무르 만 언덕의 아지무 호텔은 한국인으로 넘쳐났다. 자유여행팀과 단체 관광객이 뒤섞여 있다. 폭설에 눈보라까지 치니, 호텔로비는 술판이다. 소주에 보드카가 즐비하다. 한국인의 회식 풍경에 익숙한 지 별 제지도 없다. 헌데, 어찌된게 죄다 경상도, 서울 말씨다. 전라도 쪽은 눈을 씻고 봐도 뵈지를 않는다. 광주, 전남에서 ‘동방을 지배하라’는 블라디 보스토크는 너무 먼 곳일게다. 중국 선양, 하얼빈도 까마득한데, 그 너머 너머 블라디보스토크라니, 멀 법도 하다.

부산 아가씨들에게 물었다. “친구하고 자유여행 왔어요. 제일 가까운 유럽이잖아요. 물가도 싸고, 볼것도 많고, 정말 유럽같아요.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도 감상해 보세요.” 도쿄, 오사카는 식상해 러시아로 눈을 돌렸단다. “멀지 않나요. 새벽부터 오는게 너무 힘들던데” “아~. 거기는 직항이 없으니….부산에서 2시간 밖에 안걸려요. 오후 7시25분 출발이니, 금토일 2박3일 딱이죠” 남도는 부산과 거리감이 달랐다. 거리감은 고립이었고, ‘섬’이었다. 대륙의 문이 열리는데, 아직도 섬에 갇혀 있는 듯했다. 러시아 연해주 문이 활짝 열리면, 또 서울, 경상도 판이 되겠지…. 씁쓸한 블라디의 밤, ‘벨루가’만 넘친다.

북방의 새로운 문은 항공이 아니다. 물류와 사람이 오가는 새로운 플랫폼은 단연 기차다. 남쪽의 자원이 유라시아로 넘어가려면 북쪽의 어느 한곳을 통과해야만 한다. 바로 개성이다. 474년 동안 고려(918-1392)의 수도로 인구 30여만의 황해북도 관할의 특급시다. 한 때 광역자치단체 격인 직할시였으나, 2003년 9월 이후 황해북도 소속으로 바뀌었다. 개성에서 평양, 신의주를 거쳐 단동으로 이어지는 북-중 철길은 지금도 부산하다. 개성은 또 남북 화해교류의 현장이다. 지금은 멈춰있지만, 개성공단이 자리하고, 곧 남북 공동사무소가 들어선다. 북한관광이 열리면 개성, 평양, 묘향산, 백두산 루트의 포스트가 확실하다. 남쪽 어느 곳이 개성을 선점하느냐가 미래 지역발전의 핵이다.

나주는 실상 개성과 형제, 자매도시다. 역사는 나주를 일러 개경과 함께 어향지(御鄕地ㆍ왕가의 지역)라 했다. 고려 태조 왕건은 903년 부터 918년까지 나주에 사실상 거주하면서 공을 들였다. 그 때 나주오씨 딸을 만난다. 완사천의 러브스토리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왕무, 후일의 2대 혜종(912∼945)이다. 나주는 고려 왕가의 외가로, 킹메이커였고, 후원자였다. 그래선지 나주를 특별하게 여겼다. 개경 중앙정부와 별도 기구인 ‘나주도대행대'(羅州道大行臺)를 설치하고 국무총리 격인 시중을 파견했다. 거란족의 2차 침입 때 8대 왕인 현종은 나주로 피난왔다. 현종의 몽진은 고달팠다. 분노한 백성들이 돌을 던졌고, 신하들은 모두 떠나버렸다. 하지만, 나주는 따뜻하게 맞았다. 1011년 1월 13일 도착해 21일까지 9일간 머물렀는데, 그 흔적이 금성관 경내 ‘사마교비’로 남아 있다.

민선7기, 광주전남은 우선 개성을 선점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나주는 분명, 개성과 함께 할 역사적 지분이 차고 넘친다. 자매결연에 고려 본가에 수학여행단도 보내자. 나주역에서 출발하면 서울역을 거쳐 개성서 경의선 철길을 타고 중국 하얼빈까지 1700km란다. 호남선, 경의선, 중국 만철은 철길 폭이 똑 같다. 갈아 탈 필요조차 없다. 마한처럼 영산강 타고 해양으로, 호남선 타고 개성 거쳐 유라시아로~.

이건상

기획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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