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담론]"한반도에 주몽이 필요하네, 남북통일 시킬 후예 말이야"

건국신화에서 얻는 민족 정신ㆍ국난 극복 탁상공론 말고 피부로 다가와야 할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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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知慕漱妃(왕지모수비) 왕이 해모수의 왕비임을 알고/仍以別宮置(잉이별궁치) 이내 별궁에 두었다/懷日生朱蒙(회일생주몽) 해를 품고 주몽을 낳았으니/是歲歲在癸(시세세재계) 이 해가 계해년이었다/骨表諒最奇(골표량최기) 골격이 참으로 기이하고/啼聲亦甚偉(제성역심위) 우는 소리 또한 심히 컸다/初生卵如升(초생란여승) 갓 태어났을 땐 되만 한 알이어서/觀者皆驚悸(관자개경계) 보는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랐다’

벽초 이규보 선생님의 ‘동명왕편(東明王篇)’에 나오는 주몽의 탄생설화입니다. 선생은 유학자로서 이런 귀신같은 이야기를 믿으십니까.

이규보 공자께서 논어에서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즉 괴이한 것, 폭력을 쓰는 것, 난동을 피우는 것, 귀신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씀하시지 않았다 했지요. 동명왕 본기를 세 번씩이나 읽으며 의미를 탐구해서 보았는데 처음에는 믿지 못했으나 점차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신성한 것이고, 귀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어.

벽초 기왕 나온 김에 주몽신화 이야기 좀 해 주시죠.

이규보 단군신화에 이은 고구려의 건국신화라 할 수 있지. 전에 TV 드라마에서도 나와 줄거리를 아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하느님(天帝)의 아들 해모수가 지상으로 내려와 물의 신 하백(河伯)의 딸 유화와 인연을 맺었는데 해모수가 사라져 버리자 하백이 노하여 딸을 쫓아 버리지. 유화는 태백산에서 부여의 왕 금와를 만나 거처하다 왼쪽 겨드랑이로 알을 낳았는데 거기서 주몽(朱蒙)이 나왔지. 성모 마리아 같은 이야기지.

주몽은 활을 잘 쏘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는데 활 잘 쏘는 사람을 부여에서는 주몽이라고 해. 주몽은 단지 그 뜻만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받은 위대한 군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지. 그러나 금와왕의 일곱 아들들인 왕자들은 주몽을 질투해 없애려고 해 마침내 주몽은 오이, 마리, 협보 등 자기를 따르는 세 사람과 함께 부여에서 탈출하지. 이때 모세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 개사수라는 곳에 이르러 건널 배가 없어 하늘을 우러러 활로서 물을 치니 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어 물을 건너지. 뒤 따르던 추격하는 병사들은 몽땅 물에 빠져 죽고.그러고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신화의 구조는 비슷한 데가 있어. 하하.

이렇게 해서 결국 주몽은 고구려를 건국해 시조인 동명성왕(東明聖王)이 되고 비류국을 굴복시키고 나라의 기틀을 잡았고, 북옥저를 멸망시키며 대고구려를 만든 것이지. 그 뒤 나이 사십에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신화야.

벽초 단군신화도 하늘의 자손인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것이고 고구려도 하늘의 손자인 주몽이 건국했다는 건데 결국 우리 민족이 하늘의 자손이라는 자부심을 주기 위한 꾸며진 이야기에 불과한 건 아닌가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 이 이야기를 뺏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승휴 김부식이 정사(正史)만을 써 단군신화나 주몽신화를 싣지 않았다면 민족설화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식한 일이죠. 우리는 건국신화가 가진 가치를 정당하게 인식해야 해요. 실재했던 시조 동명성왕 2대 유리왕 등의 건국의 역사에 신성성(神聖性)을 부여한 것이죠. 천지개벽후 탄생한 중국건국의 신화나 여러 신들이 등장하는 그리스로마신화도 자신들의 역사에 신성성을 부여하여 국가의 정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주몽신화는 오랑캐와 다른 중국과 견주는 우리나라 탄생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여하는 역사 그 자체라고 봐야죠.

벽초 이승휴 선생님의 ‘제왕운기(帝王韻紀)’는 이규보 선생님의 ‘동명왕편’과 더불어 우리 민족 최고의 대 영웅서사시로 알려지고 있죠. 중국역사를 기록하는 한편 우리나라 건국역사를 고려에 이르기까지 서술함으로서 중국과 다른 자주국가로서의 정통성을 부여하고 특히 발해의 역사를 우리 역사에 편입시킨 최초의 역할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왕운기’는 편찬의도가 당대의 문제의식에 책을 만들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당대의 문제의식이란 무엇입니까.

이승휴 나는 저술동기를 ‘이조군왕세계연대(李朝君王世系年代)’의 끝 부분에서 밝혔지요. 내가 살던 고려후기는 고려가 원나라의 침략으로 속국으로 전락하면서 자주국으로서 인정받지도 못했고, 원나라에 편승한 반민족친원세력의 패악으로 국가의 혼란이 가중됐어. 거기다 무신의 난까지 계속되어 왕권이 약화되고 정치기강마저 해이해지던 때였지.

나는 이러한 고려가 처한 대내외적인 현실을 통찰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왕운기’라는 역사시를 썼지요. 이규보 선생과 같이 원나라에 저항하는 민족자주의식의 발로로 건국신화를 정리한 것이고, 단군 고조선 발해 고구려 삼국과 후삼국시대 고려에 이르는 민족의 전통에 대한 계승 그리고 민족정신으로서의 홍익인간의 이념을 통해 국난극복을 이루고자 한 거죠.

벽초 이승휴 선생은 그런 꼿꼿한 정신으로 왕에게 직간(直諫)을 아끼지 않아 왕의 실정(失政)과 매국 부원세력을 비판하는 10여건의 상소를 했다가 파직 당했다죠. 제왕운기도 파직된 후 은거하면서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두 분은 우리 민족의 영웅신화 서사시를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해 우리 민족이 역경을 이겨내고 국난극복과 민족재창조를 이루는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와 영웅전기를 통해서 일제에 패망한 민족을 살리기 위해 역사를 다시 썼고, 지금 미중일러의 강국들 속에서 통일되지도 못한 채 분단된 우리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민족 신화의 새로운 재해석이 요청되지 않나 생각도 해 봅니다.

이규보 나는 동명왕편의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썼지요. ‘예로부터 제왕이 일어남에/ 많은 징조와 상서로움이 있으나/후손들이 게으르고 거칠음이 많아/모든 선왕제사를 끊게했네/이제야 알겠구나 수성하는 임금은/고난을 만나 작은 일에도 조심하며(集蓼戒小毖 집료계소비)/너그럽고 어짊으로 왕위를 지키고(守位以寬仁 수위이관인)/예와 의로 백성을 교화하여(化民由禮義 화민유예의)/길이길이 자손에게 전하고(永永傳子孫 영영전자손)/오래도록 나라를 다스려야 함을'(御國多年紀 어국다년기)

나라를 창업하고 건국할 때의 신성함이 후세로 갈수록 게으르고 흐트러져 나라가 패망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지러운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너그럽고 어질면서도 예와 의를 아는 성인이 다시 나타나야 하는거여요.

벽초 그런데 여기서 좀 다른 이야기긴 합니다만 선생님들 후세에 조선의 세종대왕께서 국가의 정당성을 위해 만들어진 신화인 ‘용비어천가’를 집현전 학사들로 하여금 짓도록 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승휴 흠~ 뭐 말하기가 쉽지는 않으나 세종이 훌륭한 업적을 이룬 왕이긴 하나 용비어천가는 좀 너무했지. 상징조작을 너무 과하게 했어. 무력으로 왕조를 찬탈한 일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온갖 미화를 했고, 세종은 자신이 무신이었던 태조 태종과 달리 문치(文治)를 이룬 군주라는 역사적 평가를 듣고 싶었던게지.

이규보 음~ 허나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고. 나는 용비어천가가 단순한 왕조의 찬미가가 아니라 다양한 신화적 요소를 집결한 창조적 문학작품이라고 봐요. 거기다 당대의 이상과 현실, 고민들이 묻어 있는 정치서라고 평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벽초 지난 회에 이어 암담한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건국신화를 중심으로 일연스님, 이규보 이승휴 선생님 모시고 우리의 민족 신화를 더듬어 보았습니다. 감사드리고 오늘을 사는 후세를 위해 한말씀씩 하신다면.

이규보 지금 한반도에 주몽이 필요하네. 남북을 통일시킬 민족의 후예 지도자로서 말일세.

이승휴 민족의 뿌리를 알고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시대정신 아니것소.

혁신성장, 물론 중하지만… 대통령님, 국민 관심은 그보다 민생입니다

탁상공론 말고 피부로 다가와야 할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최근 기업가들 모임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역산업전망’에 대해 강의했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성격에 관한 키워드로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주권정부’요 지역의 입장에서는 ‘지방분권정부’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혁신성장 정부’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지방화정책에 이은 시즌2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지방에 있는 혁신도시를 근거로 지역산업을 전 정부에 비해 훨씬 활성화 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혁신, 기술혁신, 사람혁신의 3대 혁신정책으로 혁신성장 경제를 주도하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장관급으로 중소기업부까지 신설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강화를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중기부를 일자리 중심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의 주역 역할을 하도록 하고, 벤처 창업기업 지원과 대 중소 벤처기업의 상생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 내부거래 등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의 3불 애로사항을 해결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대통령은 강조한다.

지역 중소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는 시대에 기업가들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강의 요점이었다. 강의 후 식사 하며 필자 테이블에 앉았던 지역 각 분야 중기 대표 몇들 이구동성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에 대해 쓰디 쓴 비판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경제는 그러면 안 된다는 화법을 쓰면서 마치 필자가 정부 담당자라도 된 모양 땀을 흘리게 했다.

비판 요점은 이랬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좋아진 걸 체감할 수 없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다. 중소기업 지방화 등등이라 하는데 피부로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중소자영업자만 죽게 생겼다. 불공정 관행 바로잡는다는데 결국 대기업은 피해 가고 체인이나 중소업자만 죽는데로 귀결된다. 탁상공론 거 아니냐.

새 정부 경제를 보는 시각의 다름을 보면서 국민과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정책이 우선이어야 함을 말함이다. 새정부 초기이다 보니 계획을 짜고 시스템을 변화시키는데 바쁠 테고 개혁과 성장 두 토끼를 잡는 것도 힘든데 외교문제가 커 내치민생경제에 소홀할 수 있을 터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들이 경기 활성화나 부동산시장ㆍ서민경제 안정 등 눈앞에 닥친 현실을 중시하면서도 미래성장 4차산업 시스템 경제개혁 등은 잘 안 본다.

따라서 새 정부가 보다 빠르게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있는 민생경제정책을 펴야 한다. 예산안이 타결됐으니 조기민생경제회복책 실행을 서둘러야 한다.

맹자 공손추 상 5장을 보면 백성의 지지를 받는 5가지 방법 중 그 중 상인들이 기뻐하는 방법으로 ‘시전이부정 법이부전(市廛而不征 法而不廛)’이란 말이 나온다. ‘물품세를 받지 않고 법에 따라 시장을 다스리면 상인들이 기뻐한다’는 말이다.

법에 따라 기업활동에 질서를 유지하되 가급적 세금을 많이 매기지 말고 시장에 많이 개입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되니 참고할 만하다.

지역미래연구원 원장/ 前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 김영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