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신화는 창조적 콘텐츠" 호메로스 "상상력의 보고지요"

단군신화ㆍ그리스로마신화와 인간 일연 1206~1289년 고려 후기의 승려, 국사 주요 저서 \'삼국유사\' 호메로스 BC 800(추정)~BC 750년 고대 그리스 작가, 최초의 시인 주요 저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싸이 동영상 3억명 시청… 미래는 창조적 직업이 가장 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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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 수능일을 앞두고 포항에 지진이 일어나 전국민을 긴장시켰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신(地神)이 진노한 것이라고 말했고, 또 어떤 이는 하늘이 심판하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과연 천신과 지신이 일으킨 것일까요?

오늘은 신(神)과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神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먼저 삼국유사(三國遺事)를 쓰신 일연(一然) 스님 모셨습니다. 일연국사님, 반갑습니다. 이번 한국의 지진이 신이 성내서 일으킨 겁니까?

일연 옛날부터 경도(경주)에 지진이 났지. 신라시대인 100년과 779년에 지진이 나서 민가가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생겼다네. 헤공왕때인 779년엔 100명이 넘게 죽었어. 나중에 ‘기상청 한국 기상 기록집’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적힌 지진사례가 99건이고 그중 땅이 갈라진 것도 5건, 꺼진 것도 2건이나 있어 고대시대에도 아마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자주 있었지. 어떤 정치인이 이번 포항지진을 정부에 대한 천벌이라고 했다 혼쭐이 났다지요. 기상변화가 주는 지구에 대한 대지의 경고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지신이 성냈다면 아직도 틈만 나면 다투고 파괴하는 사람들 미워서 그랬겠지.

호메로스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지하세계에 갇힌 타르타로스에 갇힌 거인들이 빠져나오려는 몸부림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다고 보았지. 대지의 모신 가이아는 하늘신 우라노스와의 사이에 외눈이 달린 거인 삼형제를 낳았는데 흉측하다고 해 지하 감옥에 가뒀었죠. 또 다른 한편 지진은 신의 노여움으로 닥친 재앙으로 생각해요. 그리스사람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삼지창을 꼽으면 바다에서는 풍랑과 해일이 일고 땅에서는 지진이 일어난다고 본다네.

벽초 국사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우리나라의 단군신화 이야기가 최초로 소개되어 나옵니다. 굳이 정사(正史)에 나오지 않은 단군신화를 문헌에 기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연 내가 태어나기 직전에 고려엔 무신정권이 들어서고, 태어나던 해 몽고는 천하통일을 이루고 고려를 침략해 고려는 사회적 혼란과 전쟁으로 백성들이 희망이 없었다네. 이러한 시대에 지식인이자 국사이기도 했던 나는 민족혼을 세우고 고난을 극복시키고자 삼국유사를 썼지. 그 중 단군신화야말로 우리 민족의 건국신화로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민족적 단합과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내용으로 보았네.

벽초 녜. 삼국사기에 비해 삼국유사는 우리민족의 생활과 역사를 왕중심이 아니라 민중적 시각에서 정리했고, 사대의 역사를 자주의 역사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더군요. 물론 사대부라는 사람들이 그것을 ‘야사(野史)’라고 격하시켰는데 최근 ‘대안사서(代案史書)’로 재평가하자는 주장이 있던데 저는 적극 찬성입니다.

다시 단군신화로 돌아와서 그런 설화의 역사를 사실의 역사로 기록할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신화가 가진 의미는 무엇이라 할 수 있는지요?

일연 고증되지 않았다고 역사가 아닌 것은 아니죠. 그래서 J. F. 비얼레인이라는 철학자는 ‘신화는 역사 이전의 역사다’라고 말해요. 역사에는 민간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흘러오는 이야기들이 있죠. 이것이 설화(Marchen)인데 설화는 신화(myth), 전설(saga, legend), 옛이야기(fork story)로 구성되고. 이런 설화들이 한 민족과 집단으로 하여금 ‘아 우리는 단군의 자손으로 한민족이구나’ ‘아 우리는 고주몽같은 용감한 전설의 장군의 후손이다’는 등 정통성과 동질성을 부여해 민족수난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곤 해요.

또 신화가 다 허구적인 것은 아니라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360여가지 인간의 일을 맡아 다스렸다는 이야기에서 그 시대가 농경사회이며 부족사회에서 국가로 가는 계급사회 형성기였음을 알 수 있지요. 곰과 호랑이라는 설정도 사실은 토템이즘 시대에 곰을 숭상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숭상하는 부족을 의미할 수 있고, 곰의 승리는 곰족이 호랑이 족을 이겼다는 사실의 반영이지. 거기다 건국시조가 되는 단군왕검의 ‘홍익인간’은 일종의 국정목표이자 국시같은 것으로 부족연합 국가를 하나의 이념으로 묶는 이데올로기죠. 단군왕검이 정치지도자임과 더불어 제사장인 제정일치사회라는 것도 특징이고요. 단군신화 속에 바로 이런 역사적 사실의 흔적들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단순신화를 넘는 건국신화이자 실제역사신화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벽초 신화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다 그런 말로 요약할 수 있겠군요. 그런 의미에서 신화는 종교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서양최고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오디세이아’의 저자 호메로스 작가님은 그리스로마신화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최고의 걸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그런 작품을 만들었는지요?

호메로스 그리스 신화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와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실재하는 역사적 사건과 결합해서 그들의 초인적인 삶과 시대의 운명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글에 담고 싶었어. 영웅적 전설을 통해 그리스로마의 위기를 극복하는 정신을 찾도록 하는 것이지요.

동양의 신들도 인간화 된 경우가 많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인간과 거의 같아요. 남성 여성이 있고 탄생하고 결혼도 하고 사랑을 하고 질투도 하고…. 그리고 대부분의 신들은 인간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졌지만 그렇다 해도 전지전능한 것만은 아냐. 인간화된 신들의 모습이지요.

아까 신화는 종교와 다르다는 점이 여기에서 두드러지지. 보통 종교영역에서는 신이 그리스로마신화에서처럼 여러 신이 있지 않고 유일신이지. 거기다 종교의 신들은 거의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신으로 인간을 제압하고. 내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신화의 영웅들이지만 그렇다고 신이 아닌 인간영웅들이지.

벽초 그렇지요. 일리아스의 무대인 트로이전쟁도 한편으로는 신들이 개입된 신의 전쟁이지만 현실에서는 사람들의 처절한 생사를 가르는 대규모의 전쟁이죠. 인간이 만든 신이라는 신화이지만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헤라클레스나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을 너무 괴롭히거나 짓궂은 일을 많이 하는 건 아닙니까?

호메로스 하하 그런 장난기들이 넘치지만 인간적인 모습이 훨씬 좋지 않나요. 그리스로마신화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다양성과 풍부한 상상성이지. 여러 신들이 다양한 인간들과 교류하고 거기서 수많은 풍부한 상상력이 발동해 문화를 만들어내죠. 사실 서양문명에서 그리스로마신화와 기독교문화가 두 축인데 중세로 들어오며 기독교문화가 지배를 하면서 서양문화의 다양성이 대폭 약화되었다고 봐야지.

벽초 오늘 두 분과 더불어 한국과 그리스로마의 신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과거의 전통을 이루었고, 지금도 우리가 사는 삶의 문화에 녹아 있지만 새롭게 변화될 미래의 시대와 신화도 서로 관계가 있을 듯합니다. 지금 세상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유전자복제 등 4차산업혁명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의 신화들도 다시 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음 회에 한국의 설화에 대해 더 탐구해보도록 하렵니다. 마무리 말씀 한마디씩 해 주시지요.

일연 신화, 전설 등의 설화 속에 민족의 역사가 있고 삶이 있어요. 일제와 자본주의 문화말살로 동양이나 한국의 설화들이 다 잊혀 버리고 겨우 서양신화나 읽는데 안타깝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설화의 숲에서 새로운 시대 창조적 컨텐츠를 재발견하길 바랍니다.

호메로스 어느 시대나 시대를 이끌어가는 위대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그 신화와 전설은 상상력의 창고여요. 창고를 열어 보물을 찾아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명의 힘을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같이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강남스타일’ 같은 소프트파워시대 ‘신화’ 속에 답이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동영상을 본 세계인이 거의 3억명에 이르른다고 한다. 한국의 한류는 세계에서 또다른 독특한 현상이다. 미국 중국 일본등이 강국이나 미류 중류 일류는 없는데 한국의 한류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고 한다. 소프트 파워란 기계 장비 시설 등 형태가 있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비되는 말이다. 지금 인류의 문명사를 보건데 이런 하드파워시대는 갔다. 물론 유형의 물질은 끊임없이 진화를 해 가겠지만 그것이 요즘 말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지는 못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에 못할 일이 거의 없는 세상이다. 전화 사진기 오디오 텔레비젼 기능은 기본 기능이요 실시간으로 전세계와 대화를 나눌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능, 유비쿼터스라고 하는 가정 직장 사회를 온통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핸드폰으로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돌보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을 주도하는 힘이 바로 소프트 시대이고 이 소프트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문화적 힘이다.

미래시대엔 기존의 일자리들이 많이 없어진다고 한다. 가끔 기업현장을 나가보는데 참 놀란다. 20여년 전에는 노동자들이 라인에 서서 일하는데 지금은 노동자가 없고 로봇들이 라인에 서서 일을 한다. 이 로봇들을 조정하는 것도 컴퓨터가 한다. 이제 단순한 기술을 공부해서 취직하는 세상이 아니다. 그래서 미래시대의 직업으로 가장 유망한 것은 창조적인 일이 우선순위로 등장한다. 소프트 웨어에 해당하는 인간의 창의적 활동, 문화적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크 아탈리라는 학자는 한국이 그간 세계를 한번도 주도하지 못했던 것은 창조적인 계급을 만들지 못했거나 외부로부터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 좀 쌩뚱맞는 말이고, 이미 한국의 한류가 세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참고할만한 말이긴 하다.

김구선생은 우리나라의 미래상으로 문화국가론을 제시한 바 있다. 대단한 분이다. 나라를 잃은 비참한 상황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포용과 상생의 문화국가론을 제시한 것은 탁월한 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 정부나 자치단체, 기업과 시민사회 모두에 걸쳐 이런 문화의 힘을 말로만 주장할뿐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차 한대 팔기 어려운 나라에서 싸이의 말춤 하나가 3억명을 제패하는 세상을 보고도 말이다.

나는 신화(myth)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느낀다. 신화는 사실이기도 하고 공상이기도 하다. 존재하기도 하고 허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다.

그런 신화 혹은 전설, 설화들을 우리는 우리 생활속에서 늘 갖고 산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한번도 제대로 탐구해 본 사람들은 드물다.

서양문명사의 발전은 그리스로마 신화나 각 나라의 전승하는 신화의 힘이 근원이 되었다고도 한다.

이제 신화의 창조력을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 소프트시대를 만드는 창조력의 하나로 신화탐구를 권장해 보는 이유다. 인간이 어떻게 알에서 태어날까? 엉터리지만 그냥 믿게 만드는 이 신화의 힘은 도대체 무엇인가?

지역미래연구원 원장
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
인문학 시민기자

김영집의 고전담론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