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알다가도 모를 3가지

제보 조작사건은 촛불민심 농락한 민주주의 유린행위. 특검 운운은 정치꾼 공학적 발상. 권은희 등 지역의원 무슨 생각 하는지. 국민의당 몰락에 광주도 책임 있어. 진보동네에 보수 의원 의아 내년 지방선거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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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당이다.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가 조작됐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래놓고 제보는 조작됐지만, 문씨 취업 특혜의혹이 조작된 것은 아니란다. 제보 조작, 취업 특혜를 모두 특검에서 수사하자고 한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상황인데, 어떻게 특검 발상이 나오는 지 당최 모르겠다.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을 광팬, 평당원의 빗나간 일탈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대선 막판이라 검증하기 어려웠다는 핑계도 덧붙였다. ‘우리도 평당원에 속은 피해자’라는 생각이 있는 듯 하다. 그리 여긴다면 너무 안이하거나 무모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에 속은 피해자라 했다. 오래된 일도 아니다. 대선 나흘 전, 불과 50일 전에 벌어진 악마의 조작이다.

지난 봄 대한민국의 열망은 촛불혁명을 통한 정권교체였다. 근데, 국민의당은 조작한 정보로 대선에 불법 개입, 촛불 민심을 농단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유린이자, 전국민을 우롱한 행위다. 조작의 주체야 평당원 개인이지만, 조작된 정보는 안철수 후보와 당이 공유, 문 후보를 거세게 공격했다. 히든카드 인냥 한 방을 터뜨렸다. 만약 조작된 제보로 보수 후보가 당선됐다면 역사적 죗값을 어찌 치러야 했을까. 더더욱 국민의당은 범 진보개혁진영이었다. 조작한 정보로 동지의 등에 칼을 꽂은 셈이다. 촛불민심의 농단, 민주주의의 유린이라는 엄중한 사건을 놓고 물타기 용 특검이라는 게 가당키나 하나. 특검은 정략적, 정치꾼들의 공학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국민의당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를 일은 또 있다. 물타기 용 특검 발언이 나오는데, 지역 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하다. 적어도 천정배, 권은희 의원은 말해야 한다. 권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방해를 폭로하지 않았는가. 국정원 댓글은 국가기관이 대선 여론시장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다. 조작된 정보로 대선에 개입한 국민의당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결기 바른 초선의원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3선 도지사로 여의도 초선을 선택한 박준영 의원도 ‘입장’이 있어야 한다.

그 누구도 말이 없다. 이러니 당 노선과 정책, 정체성이 있기나 한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에는 오직 반문(반 문재인)과 ‘권력’만 있는 건 아닌지. 호남 기반이라는 이 당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국민의당 몰락은 광주가 자초했을 수도 있다. 광주는 진보개혁진영의 종가이다. 한국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린 땅이다. 진영의 대표가 되려면 적어도 ‘광주’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 소속 광주 국회의원들이 진보 개혁적인가는 의문이다. 보수의 땅, 대구 지역구 의원은 모두 12명이다. 관료출신이 5명(42%), 법조인 3명(25%), 정당인 4명(33%)이다. 이 중 개혁성향은 민주당 김부겸, 홍의락 의원뿐이다. 보수 땅이니 당연히 전체의 83%가 보수성향 이다.

광주는 8명 중 관료 2명(25%), 법조인 4명(50%), 정당인 2명이다. 이들 중 광주의 정체성과 조응하는 의원은 누구인가. 최경환 의원이 학림사건 등 두차례 투옥된 5ㆍ18민주유공자인데, 김대중 비서의 색이 더 짙어 보인다. 죄다 고시 합격한 판ㆍ검사, 변호사에 장관 출신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민주주의 성지 광주 국회의원 중에 민주화운동 경력자가 없다. 시민운동가도 안 보인다. 적어도 보수 대구처럼, 진보 광주도 80%쯤 개혁진보 인사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진보 동네에 보수 성향 의원이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은 하나 더 있다. 이번 조작사건으로 국민의당과 안철수의 상징들은 모두 사라질 듯싶다. 이제 새정치, 호남 정치의 복원, 정치 세력의 교체는 점점 빛바랜 추억이 되고 있다. 오직 ‘조작’의 낙인만이 남을 것이다. 호남 지지율도 회복 난망이다. 이런 상황인데, 알만한 다선에 당 지도부는 단체장에 염사가 있는 듯 하다. 박지원(75), 박주선(68), 주승용(65), 장병완(65), 천정배(63), 김동철(62)의원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으니 맘이 급할만도 하다. 근데, 이들은 왜 단체장을 하려는 것일까. 절박한 출마의 변에, 절실한 열정은 있는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시장, 도지사는 결코 ‘노후 연금’이 아니다.

이건상기획취재본부장[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