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헬기 조종사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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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61항공단 헬기 10대가 광주에 투입됩니다. 202, 203항공대대 UH-1H였는데, 휴이라고 부르죠. 37년 전 일이나, 다들 기억할 겁니다.
5월21일 손승열 단장이 출동 명령했고, 이모, 백모 대대장이 다시 지시했습니다. 손 단장도 202대대 헬기를 타고 광주에 동행했죠. 주둔지 초일리와 용인을 떠난게 11시였는데, 기억나시나요. 오후 2시, 첫 작전명령이 떨어집니다.

전남도청(현 문화전당)은 이 때 아수라장이었습니다.수 만 명이 도청 앞 금남로로 몰려들었고, 성난 시위대는 차량을 동원해 군 저지선을 돌파하려 했습니다. 이미 한 시간 전쯤(오후 1시) 집단 발포가 자행됐고, 50여명이 숨졌습니다. 죽음도 불사한 시위대의 저항에 공수부대는 점차 밀려 고립되기 시작 합니다.

전교사(현 상무지구)를 이륙한 헬기는 고도 1000을 유지하며 종대형으로 기동했습니다. 광주에 투입된 202, 203대대 8~10대가 편대를 구축, 첫 기동작전을 벌인 것이었죠.

10여분 만에 도청 상공에 다다랐습니다. 도청 광장에 착륙해 공수대원들을 태워 빠져나오는게 임무였는데, 막상 지상을 보니 착륙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교전이 치열했고, 헬기로 총탄도 날아왔습니다(조종사 진술). 작전은 급하게 취소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날 오후 수 십 명의 시민들이 헬기에서 총을 쏘았다고 증언합니다. 조종사들은 지난 1989년,1995년 검찰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만, 목격자가 넘쳐 납니다.

혹 전남도청 상공에 진입하면서 휴이에 장착된 M60으로 사격하지 않았나요?. 광주공원을 거쳐 광주천변을 타고 도청으로 가면서 위력시위용 사격 말입니다. 당시 군 문서를 보면 ‘광주천변 같은데 헬기사격을 하라’고 명령합니다. 광주에 투입됐던 휴이 조종사 10명, 당신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

5월27일 새벽 작전, 생각나십니까. 지난 1989년 진술서를 보니, 아무 작전도 안했다고 했더군요. 정말 그랬나요?. 군 작전일지에 ’27일 05:16 무장헬기 무력시위’가 나옵니다. 또 ’06:29 헬기 환자후송 2명’도 있습니다.

진술서와 달리 그날 새벽 도청 일대에 헬기가 두대 이상 날아 다녔습니다. 목격자도 많습니다. 헬기에서 공수대원들이 줄을 타고 내려왔다거나, 광주천변에 군인들이 헬기에서 ‘폴딱 폴딱’뛰어 내렸다고 증언합니다. 헬기 레펠이 가능한 기종은 UH-1H 밖에 없지 않습니까.

조종사들은 26일에 이미 광주 재진입 작전이 실시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날 오후 6시 11공수여단 4개 중대원 37명을 태우고 조선대 뒷산에 착륙했죠. 휴이 5대가 출동했는데, 이들은 전일빌딩 점령 특공대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7일 작전은 전남도청에 특공대만 내려주고 복귀하는게 아니었나요?. 처음부터 전일빌딩 사격명령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정에 없던 전일빌딩의 헬기 사격, 왜 였나요?.

짐작은 갑니다. 그날 새벽 4시 도청 진압작전을 전개하자 전대병원 옥상과 전일빌딩, 상무관 쪽에서 도청 쪽으로 총탄이 날아옵니다. 그곳 시민군들이 지원사격을 한 것이죠. (특전사 3공수여단 전투상보) 전일빌딩과 도청은 불과 70m 거리입니다. 전일빌딩 시민군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겠죠. 11여단 특공대가 진입 전이라서 헬기 사격이 가장 유용했지요.

헬기사격 명령이 하달됐습니다. 누가 사격명령을 내렸습니까. 61항공단 전역 조종사 10명, 진실의 고백을 요구합니다.

전두환 등 신군부는 광주시민을 제물로 삼았습니다. 권력 찬탈을 위해 3개 공수여단, 2개 사단, 2개 기갑대대, 5개 헬기대대까지 동원했습니다. 최정예 공수부대에 장갑차, 탱크, 무장헬기까지 엄청난 화력으로 광주를 학살했습니다. 실로 전투기만 빼고 다 동원했으니, 광주시민과 전쟁을 치른 겁니다.

헬기 사격은 전두환이 내세운 얄팍한 학살 변명인 자위권과 무관합니다. 그냥 시민 학살, 그 자체입니다. 전두환의 학살을 가장 명징하게 증명하는 게 바로 헬기 사격입니다.

202, 203대대 ‘5ㆍ18조종사’ 10명의 양심선언이 필요합니다. 진실은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억과 양심에도….

이건상기획취재본부장[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