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예술 견인한 목판화 ‘새겨 찍은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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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오월예술 견인한 목판화 ‘새겨 찍은 시대정신’
1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민중미술가 이상호·홍성담 등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단체작
‘광주민주항쟁도’ 역작 한눈에
  • 입력 : 2024. 05.01(수) 16:11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김진수 작 광주민주항쟁도.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목판화의 날카롭고 섬세한 미감에는 민중의 고단한 삶과 그날의 상흔이 각인돼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오월예술의 정수, 목판화 기획전 ‘오월예술 2024: 목판화_새겨 찍은 시대정신’을 오는 19일까지 연다. 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한 이번 기획전은 전체 목판화 소장품 560여점 중에서 75점을 선별해 광주 민중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창작단(단체), 김봉준, 김억, 김진수, 안한수, 이상호, 이준석, 전정호, 조진호, 홍선웅, 홍성담, 홍성민 등 1개 미술단체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민중미술 관련으로 언급되는 주요작가 11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목판화는 민중미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또는 형태를 반복 제작해 알릴 수 있어 적극적으로 쓰였다. 시대의 미술가들은 접하기 쉬운 자연소재인 목판을 통해 우리나라 현실과 사회에 대한 제언, 민족의식 등을 논했다. 때로는 굵고 섬세한 선으로 완성된 강렬한 음영의 이미지는 호소력 짙은 형상을 찍어냈다. 언론이 통제된 5·18 시기 목판화 작품이 쏟아져 나온 이유다.

전시는 두 개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형상을 새기다 1 : 그날’은 민중미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오월 그날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통해 역사적 숭고함과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관련 작품들은 계엄군의 만행을 고발하고 희생자를 위로하는 형태로 발현돼 많은 사람에게 오월의 현장을 알렸다.

김진수의 ‘광주민주항쟁도’는 5·18민주화운동 10일간의 항쟁을 한 화면에 담아낸 역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8년 뒤 제작된 작품으로 작가는 과거부터 현재가 이어져 있는 민중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하늘을 상징하는 상단에 강점기 해방운동과 땅을 상징하는 하단에 오월 광주의 모습까지 확장된다. 현재를 상징하는 하단의 광주는 좌측에 있는 차량 행렬을 하는 시민군과 밥을 나눠주는 사람들, 민주화 운동 시위 현장으로 구성된다. 다음으로 가운데 계엄군의 만행과 파괴된 도청 앞 분수를 지나, 우측에 배치된 1980년대 한국의 사회까지 담았다.

이상호 화백의 민중항쟁시리즈도 눈에 띈다. 진보적이고 강렬한 작품 활동으로 대학 시절 국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수모를 겪은 그는 현재까지 민중미술을 이어가며 2000년대부터 불교적 도상과 표현법을 활용하고 있다.‘민중항쟁 시리즈’는 1987년 6월 항쟁에 대한 작가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백골단에게 작가 본인이 쫓겼던 경험, 최루탄의 매캐함에 구토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시민을 목격했던 경험, 중앙로에 있었던 대형집회에 대한 기억을 작품에 담아냈다.

80년대 민중미술을 선도한 홍성담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햇불행진’은 ‘오월 연작 총 50점의 판화로 구성된 작품 중 하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서사시 형태로 제작했으며, 1980년 도청 앞 시위부터 계엄군 진압, 시민군 항쟁과 도청 발포까지 담아냈다. 또한 작품에는 오월 현장만이 아니라 희생자와 시민군, 주먹밥을 만들어 주는 상인까지 다양한 광주시민을 형상화한 작품도 포함돼 있다.

두 번째 ‘형상을 새기다 2 : 삶’은 급격한 경제발전을 겪은 한국 사회에 대한 현실의 문제에 대한 발언을 다룬 작품들로 구성했다. 특히 농촌과 도시, 노동자, 환경파괴, 역사와 민족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목판화 작품을 소개하는 의의가 있다.

안한수작 대풍대비.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안한수의 목판화에는 농어촌의 풍경이나 그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단순히 회화적 소재로 선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애틋한 정서와 분노에 찬 현실 감정이 담겨있다. 폭풍우 속에서 배를 끌어올리는 사람들의 ‘태풍대비’는 치밀한 칼질의 반복으로, 쏟아지는 빗살과 파도가 칠 때 일어나는 포말을 새겨넣어 안한수의 손풀림과 정밀하게 파고드는 성격과 사실적 묘사력이 결합된 작품이다.

광주시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은 “한국 현대사의 진통을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와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닌 목판화를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며 “작품을 통해 오월 광주를 느끼고 동시에 목판화만이 주는 미감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