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연권>오이데이엔 ‘구례 산소오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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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연권>오이데이엔 ‘구례 산소오이’ 드세요
  • 입력 : 2024. 05.01(수) 18:16
정연권 센터장
오늘은 ‘오이데이(52day)’ 다. 5월 2일을 숫자로 쓰면 52(오이)가 된다는 데서 나온 말로 2002년 농촌진흥청에서 오이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하여 ‘오이 먹는 날’로 정했다. 이에 부응해 최근 구례농협에서 오이 80박스(4천 개) 분량을 나눠 주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리산 인근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필자로서 오이가 제맛을 낼 때는 산나물이 나올 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삭함과 상큼한 향을 가득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쌉쌀한 산나물이 웅크렸던 미각을 깨우니 밥맛이 좋아진다. 엄나무 어린순을 초장에 묻혀 매콤달콤한 맛과 씁쓸한 향에 전율을 느낀다. 오이와 산나물을 먹으며 봄맛의 정점에서 행복하다.

봄맛을 느끼고자 맛있는 오이를 사러 김인곤 하우스에 갔다. 오이가 일렬로 사열 받듯이 당당하게 서 있다. 진 푸른 오이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서 늠름하기까지 하다. 노란 꽃송이가 앙증맞다. “아픈 허리는 괜찮은가?” 오이보다 건강부터 물었다. “아파도 가족을 위해 해야지요. 딸이 셋이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작황은 좋은데 수확량이 궁금했다. “올해는 봄장마로 수확량도 적고 단맛이 덜해 속상합니다.” 안타까운 답이 돌아온다. 가장의 무거운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오이까지 영향을 미치니 답답하다.

대한민국 최고 ‘구례 오이’는 80 농가에서 11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가당 1억 2,999만 원이니 고소득이다. 80년대에는 600여 농가였는데 많이 줄었다. 애호박으로 전환하는 농가도 있고, 나이 들어 힘든 오이 농사를 접었기 때문이다. 악조건에서도 구례 오이 명성을 지키려는 열정에 응원과 감사를 보낸다.

구례 오이가 왜 명품이 됐을까.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보면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되기 때문이다. 오이 정식 전 퇴비를 넣고 깊이 경운해 흙과 잘 혼합되어 떼알구조 형성으로 통기성이 좋다. 튼튼한 뿌리가 깊게 뻗으니 줄기도 건실하다. 열매도 잘 열리며 병해충에 강하다. 줄기 길이가 10m 이상에 이르고 한 주당 20개 이상 수확하니 대단하다.

게르마늄이 함유된 ‘산소(O2)오이’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구례지질을 조사 분석한 결과 모암이 게르마늄 성분이 높은 변성암과 화강편마암으로 분포돼 토양 내 게르마늄이 1.59㎎/㎏으로 다른 지역보다 평균 5배 정도 많다. 게르마늄은 1930년 프랑스 루르드(Lourdes)의 샘물이 여러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큰 화제를 일으켰다. 게르마늄 성분은 강한 산화력을 가지고 있어 인체에 산소공급을 증가시켜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빈혈,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과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토양에서 재배되어 산소 오이라는 별칭이 구례 이미지와 부합된다.

오이는 9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어 ‘물외’라고도 부른다. 오이 재배에서 물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구례에서 생산된 생수는 PH7.4~7.5 정도의 알카리성으로 부드럽고 우리 몸 혈액에 맞는 물이다. 미네랄은 ℓ당 194㎎ 로 삼다수 40㎎보다 3배나 높다. 게르마늄이 ℓ당 1,068㎍ 함유돼 일반 생수 ℓ당 0.544㎍의 2배다. 노화 방지에 관여하는 리튬이ℓ당 8.627㎍,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개선의 효능이 있는 바나듐 1.063㎍, 몰리브덴 1.734㎍ 등 미량원소를 갖고 있다. 오이 농가 지하수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례 농부들이 매일 아침 수확한 오이를 등급별로 선별한 덕택에 품질이 균일하다. 적절한 환기와 변온 관리로 오이가 단단해 저장성이 강하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다른 지역 오이보다 맛이 담백하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다는 평가다. 풋풋하고 상큼한 향이 진하면서 수분도 많아 자꾸만 먹고 싶어진다.

오이 한 개에는 10㎎ 정도의 비타민C가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한다.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하면서 감기 예방효과도 있다. 칼륨, 무기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으로 식탁을 향기롭게 한다. 쓴맛을 내는 ‘엘라테린(elaterin)’이라는 성분은 소화와 건위(健胃) 작용을 한다. 아스파라긴산, 글루타민산 등 함량이 높아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번 주말 산행하면서 오이를 챙겨 가시길 권한다. 등산 시 먹는 오이는 갈증 해소와 상큼함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구례 산소 오이가 건강과 행복을 안겨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