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운동 제한 조치’ 이용자·주민 간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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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공원 운동 제한 조치’ 이용자·주민 간 갈등 고조
광주 서구 쌍학어린이공원 ‘논란’
노약자 안전 위협 민원 골대 철거
소음 피해 호소에 야간 운동 금지
“운동할 권리 침해 일방조치” 반발
  • 입력 : 2024. 05.01(수) 18:00
  • 박찬 수습기자 chan.park@jnilbo.com
최근 찾은 광주 서구 쌍학어린이공원에 ‘심야 시간 농구장 이용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찬 수습기자
광주 서구의 쌍학어린이공원 이용 제한 조치가 주민과 이용자 사이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민들은 농구 등 운동 소음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체육 활동 제한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반면, 공원 이용자들은 ‘운동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 찾은 광주 서구 쌍학동 쌍학어린이공원 곳곳에는 ‘심야 시간 농구장 이용 금지’, ‘이용금지 시간 밤 9시~아침 7시’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인근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입고 있으니 공원 이용객들의 협조를 부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주민들의 운동 소음에 따른 생활불편 민원이 잇따르면서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

1987년 다목적운동장으로 개장한 쌍학어린이공원 인근 경로당 및 주민들은 수 년 전부터 서구에 ‘소음·안전 문제로 공원 체육 활동을 제한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왔다. 이에 서구는 소음 문제는 시간 규제로, 안전 문제는 축구 골대 전부와 농구 골대 2개 중 1개를 철거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공원 이용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주민들의 일방적인 요구와 편의만 고려했다는 불만이다.

이곳에서 30년 간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는 곽건국(83)씨는 “주말만 되면 어린이들이 몰려 와 축구·농구 등을 하던 공간이었는데 골대가 없어진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시간 제한 탓에 이른 아침에 운동도 할 수 없다. 시민 의견을 듣거나 양쪽 주장을 조율해야하는데 일방적으로 결정한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주민 신경희(60)씨도 “가까운 아파트에 사는데, 아이들이 운동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며 “밤 또는 새벽에도 운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지금은 볼 수 없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철거된 축구 골대 뒤에 쌍학경로당이 위치해 있다. 박찬 수습기자
반면 공원 인근 주민들은 소음 문제 완화와 안전이 확보됐다면서 이용제한 조치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공원 옆 아파트 주민 명호경(71)씨는 “아이들이 축구할 때마다 아파트 1층부터 소음이 올라왔다. (골대를 없앤) 지금은 소음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모(48)씨도 “축구 골대 뒤에 경로당이 있는데 공이 넘어와 유리창이 깨지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노약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골대를 잘 없앴다고 본다”고 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과 인근 주민 간의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관할기관인 서구는 ‘중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동식 서구 공원녹지과장은 “이용 제한 현수막의 경우 이용객이 많은 봄부터 가을까지만 건다. 민원이 없는 겨울엔 현수막을 내린다”며 “골대의 경우 경로당을 이용하는 고령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없앨 수 밖에 없었다. 농구 골대를 남겨놓는 등 격렬한 운동을 제한하는 선에서 조치했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이어 “공원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접근성이 좋아 인근 주민들의 이용이 잦다”며 “지자체가 주민 민원을 무시할 수도 없지 않나. 양쪽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상호간 소통을 통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산구 이웃갈등조정가는 “오래 지속된 갈등은 더 큰 문제를 낳기도 한다. 입장차가 극명한 경우 되레 개인 대 개인이 아닌 집단 대 집단의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며 “도시 공원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용돼야 한다.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고 공정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공론·토론장을 여는 등 대안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 수습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