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기 시들…광주 고시학원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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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공무원 인기 시들…광주 고시학원가 '울상'
9급 공무원 경쟁률 32년만에 최저
‘투자 대비 저임금 직업’ 인식 확산
동구 고시학원 수강생 없어 경영난
식당·카페 인근 상가도 매출 직격탄
  • 입력 : 2024. 05.01(수) 17:58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예정자 수가 줄어들자 고시학원과 인근 상권이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은 광주 동구 학원가의 모습
“공무원 고시를 준비하는 학원생들이 없으니, 카페 손님도 확실히 줄었죠. 코로나19 이후에도 장사가 안 돼서 테이블 몇 개를 아예 빼놓기도 했어요.”

1일 찾은 광주 동구의 고시학원 밀집지역. 이곳 고시학원 1층에 자리 잡은 한 카페 직원 이모(32)씨는 “학원들이 모여 있는 상권 내 유동인구가 줄어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원생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차 마시면서 공부하라고 독서실형 책상을 마련해 두기도 했다”며 “팬데믹 때 학원에 오는 학원생들이 확 줄면서 매출도 같이 줄었다. 큰맘 먹고 마련한 독서실형 책상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면서 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도 32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가운데 고시학원은 물론 주변 식당, 카페 등의 매출까지 하락하고 있다.

이날 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 필기시험 합격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이 21.8대1로 지난 1992년(19.3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9급 공무원 선발 인원은 4749명으로 총 10만3597명이 지원했다. 최근 5년간 9급 공무원 경쟁률은 하락세를 지속하며 △2020년 37.2대 1 △2021년 35.0대 1 △2022년 29.2대 1 △2023년 22.8대 1을 기록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 합격자는 전 단위 623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041명보다 804명 줄어든 수치다.

광주·전남지역 9급 공무원 경쟁률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올해 광주·전남(일반 행정) 경쟁률은 39.6대1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경쟁률을 살펴보면 △2019년 148.6대1 △2020년 67.2대 1 △2021년 43대 1 △2022년 47대 1 △2023년 46.6대 1 등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돼 취업열기가 높았던 공무원은 최근 들어 젊은층 사이에서 ‘투자 대비 돈을 못 버는 직업’이란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박모(26)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무원은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다. 공무원이 되려면 몇 년에 거쳐 많은 돈을 들여 강의를 들어야 하는 데 투입한 노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에는 더 좋은 스펙을 쌓아 대기업을 노리는 친구들이 더 많다. 나조차도 공무원보단 지역 중소기업 면접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광주지역 고시학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동구에서 고시학원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학원에 등록하러 오는 사람이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다. 최대 강의 인원이 채워지지 않아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 공무원 취업 인기가 식은 것도 경영난의 이유 중 하나지만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인터넷 강의로 인해 더욱 힘들어졌다”며 “공무원 시험은 대부분 2년, 3년 정도를 준비하는데 그때 인터넷 강의를 접한 학생들이 학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지 2년이 지났지만, 고시학원들은 회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