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 (주)엔가와 스미다 테츠 사장이 4년전 입주한 다쿠시마 가미야마초의 회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회사 사무실은 100년 가까이 된 이곳 마을 주민의 집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
도쿠시마(德島)현은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네 개의 주요 섬중 하나인 시코쿠 섬의 동부에 위치하고, 혼슈와는 아카시협대교와 오나루토대교로 연결되어 있고, 오사카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아와오도리'춤의 본고장이다.
예로부터 빼어난 자연환경과 온화한 날씨로 농업이 발달해 과일과 곡물 수확량이 높아 '간사이의 부엌’으로 불리던 지방이며 여러 문화행사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곳이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농촌 공동화 문제 역시 한ㆍ일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국가적 현안이다.도쿠시마현도 예외는 아니다.
도쿠시마현에 따르면 1950년 현인구는 87만 9000명이었는데 1970년에 80만명선이 무너졌다. 올해 10월말 현재 75만540명으로 집계됐고, 앞으로 44년후인 2060년에 42만9000명으로 감소할 것이란 인구연구개발원이 전망했다는 것이다.
8개 시(市), 15개 정(町ㆍ초),1개 촌(村) 으로 구성된 도쿠시마현은 인구면에서 일본 47개 광역 지자체(1都1道 2 府 43현)중 44번째다.
도쿠시마현은 현재 정부 차원의' 지방창생(地方創生)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시민 이주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었다.
'지방창생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5월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장관이 이끄는 단체에서 낸 인구예측보고서가 발표되자 아베신조총리가 내각에 지방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직접 본부장을 맡아 나온 국가차원의 지방살리기 대책이다.
'마스다보고서'는 요지는 '아무런 정책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일본 전체 시,정, 촌(지자체 행정단위)의 절반인 896개는 소멸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방소멸'이 국가적 화두로 등장하자 일본정부는 2014년 관련법을 제정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해 지난해 7월부터 사업을 추진중이다. 법과 종합계획에 따라 지자체마다 지방창생 프로젝트를 추진할 조직도 마련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지방창생프로젝트 내용은 '마을, 일, 사람 창생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꿈과 희망을 갖고 윤택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마음놓고 영위할 수 있는 지역사회 형성(마을),지역사회를 짊어질 다양한 개성파 인재 확보(사람), 지역에 있는 자원을 활용한 취업 기회 창출(일)을 통해 지역소멸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국가프로젝트에 연간 1000억엔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각 지자체가 지역특성을 고려해 지방창생 계획서를 제출하면 지방창생본부가 심사해 예산을 지원하는 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창업을 할 경우 5년간 매년 150만엔(1650만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도쿠시마현 정책창조부 지방창생국 지방창생추진과 히로유키 고아라 부과장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동부지역민들 특히 어린자녀를 둔 부모들이 방사능 공포를 피해 서부지역으로 많이 이주하고 있고 ,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거주 20~30대 젊은이들이 일과 도시삶에 지쳐 여유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들을 집중적으로 유입시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창생국은 19명의 인력이 배치돼 일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 해동안 612명의 이주자를 유치했고 오는 2019년 8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사회 현상에 맞춰 도쿠시마현도 지역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도시민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도쿠시마현은 △남자 귀가시간 오후6시2분 전국 1위△여성 사장 비율 전국 1위△LED 출하 금액 비율 (61.2%)전국 1위△특별 양호 노인 홈 대기자수 1986명 전국 최소 △케이블TV 세대 보급률 3년 연속 전국 1위 등과 같은 수치를 내세우며 이주자를 유인하고 있다.
도쿠시마현 남자 직장인들은 도쿄 직장인처럼 1~2시간 이상씩 길에서 허비하지 않아도 되어 하루를 더 길게 사용할뿐더러 자녀보육시간도 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월급은 적지만 물가도 도쿄에 비해 낮고 자기만의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젊은층에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히로유키 과장은 "농촌은 잡풀 제거와 하수구 청소 등 육체적 노동이 필요하고 축제도 많아 가마 등을 멜 수 있으려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보다는 50세 이하의 젊은층의 이주가 지역활성화에 절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젊은이가 주된 유인 대상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도쿠시마현의 도시민 유인 정책 방향은 IT 기업과 청장년층 귀촌지로 각광받고 있는 가미야마초(神山町) 사례가 잘 대변해주고 있다.도쿠시마시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1955년 인구가 5만명을 넘었으나 주산업인 임업이 쇠퇴함에 따라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는 6000명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전부터 IT관련 벤처기업들이 도쿄나 오사카시로부터 이곳(위성사무실ㆍsatellite office)입주해오고 있다. 현재 13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주로 IT기업들이 산간지역인 이곳에 사무실을 내는 것은 잘 구축된 초고속광통신망때문이다. 도쿠시마현이 지난 2011년 지상파TV의 디지철방송 이행을 계기로 지역 난시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통신인프라를 깔았다. 이곳 기업들은 월 2625엔의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농촌공동화로 비어있는 민가도 많아 임대료가 싼 사무실 확보가 가능했다. 도쿄에 본사가 있고 직원 100여명이 일하는 (주)엔가와도 위성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옛 아날로그필름을 디지털화해서 영구보존하는 일을 하는 이 회사는 100년 가까이 된 민가를 임대해 사무실을 운영한지 올해로 3년 6개월이 됐다.
엔가와 스미다 테츠 사장은 "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ㆍ기업지속 분산화 작업) 일환에 따라 후보지를 찾던중 우리 회사일의 90%이상이 컴퓨터작업인데 이곳이 인터넷망이 전국 최고로 잘 갖춰있는데다 리모델링을 통해 사무실로 쓸수 있는 빈집도 많아 임대료로 크게 아낄수 있고,요즘 젊은 직장인 사이에 시골삶 붐이 일고 있어 위성사무실을 분사 입지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 시골에서 일과 취미를 병행해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고 경쟁(서열)위주보다는 자녀의 적성과 삶을 질을 높일 수 학교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려는 20~30대 친구들이 주로 이곳 위성사무실 근무를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와 어린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늘자 적막감만 감돌된 산골 전통시장에 프랑스요리점도 생기고,주문하면 6개월을 기다려야하는 수제 신발점도 활황을 맞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도쿠시마현은 4년전부터 가미야마초를 "청장년층 귀촌 1번지"로 육성하기 위해 IT기업 유치에 적극 나섰다. 입주기업을 지원하고 상담하기 위해서 상근 직원도 파견했다.
나오히로 하세가와 도쿠시마현 신미래창조담당실장은 "주로 IT벤처기업특성상 젊은층 직원들이 많아 위성사무실로 이주한 삶을 SNS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관련기업의 탐방과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 젊은 직장인들의 어린 자녀들로 인해 지역에 있는 학교의 폐교를 막아 지역 활성화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고,농촌출신 학생들도 첨단분야 직장인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봄으로써 굳이 대도시로 나가 취업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주어 장기적으로 젊은이 이촌 방지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이기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