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뒤에 또 폭염…기후쇼크에 밥상물가도 ‘휘청’
침수피해 전남 등 주산지 집중
가축폐사도 약 178만마리 발생
양동시장 주요 상품 가격 급등
공급량 감소로 가계 부담 가중
2025년 07월 23일(수) 16:36
최근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뒤 다시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축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침수 피해를 입은 광주광역시 북구 지산딸기 농가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정승우 기자
최근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내린 뒤 다시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축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곡식류는 물론 여름 과채류와 가축 피해까지 속출하면서 밥상물가가 요동치고,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한 전국 농작물 침수 면적은 2만9111㏊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침수 피해의 95%가 전라남도(7757㏊)를 비롯해 충남(1만6710㏊)과 경남(3804㏊) 등 주요 생산지에 집중됐다.

벼 피해 면적만 2만5167㏊로 전체의 86.5%에 달했고, 논콩과 고추, 딸기, 멜론, 수박, 대파, 포도, 깻잎 등 여름철 주요 작물 전반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벼는 침수 후 배수만 잘되면 생육에는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출하를 앞둔 작물들은 상품성 저하와 병해 우려로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박과 멜론은 과피 손상이나 수분 과잉으로 폐기되는 사례가 많고, 고추 등은 낙과와 병해로 출하량이 감소할 수 있다. 딸기는 내년도 정식용 묘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장기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폭우 속에서 가축 피해도 속출했다. 지난 22일 기준 닭 148만마리, 오리 15만1000마리, 메추리 15만마리 등 가금류를 비롯해 소 864마리, 돼지 775마리, 염소 223마리 등 전국에서 총 178만여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호우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최고기온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이어지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침수 농작물의 병해 확산을 촉진하고, 가축 전염병 위험도 높인다.

이상 기후에 따른 피해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농산물 가격은 출렁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과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7월 4주차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시장에서는 2주 전과 비교해 봄배추(1포기) 가격이 45.6%, 상추(100g) 가격이 25.8% 각각 상승한 5620원과 830원에 거래됐다.

대파(1㎏)는 23.6%, 무(1개)와 오이(10개)는 각각 50%, 55% 올랐으며, 청양고추는 무려 82.2%나 급등했다. 특히 수박 한 통 가격은 3만1100원으로 2주 전 대비 16.5%,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35.2% 상승했다.

전국적으로도 22일 기준 멜론 한 통의 가격은 1만11원으로 지난해보다 16.23%, 참외(10개)는 1만7527원으로 전년 대비 11.57% 올랐다.

복숭아(백도, 10개)는 2만1554원으로 지난해보다 24.61% 올랐고, 시금치(100g)는 2189원으로 전년 대비 25.8%, 지난달과 비교하면 무려 143.76%나 뛰었다.

축산물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란(30구)은 한 달 전보다 약 3% 오른 6993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육계(1㎏) 가격도 같은 기간 6%가량 상승한 5927원을 기록했다.

호우 피해 등으로 인한 일부 농산물의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고, 축산물 전반에서도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민들의 밥상물가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경지 침수로 수박과 멜론, 쪽파 등 일부 품목은 당분간 공급량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품목별 피해 양상을 면밀히 파악해 수급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