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많지만, 이주민 향한 폭언·욕설도 여전"
●광주 사는 이주민들의 이야기
미얀마 출신 귀화 조애정씨
"외국인에게도 따뜻한 세상되길"
케냐서 유학 온 9년차 엘비스씨
"취직하고 싶지만 광주 일자리 없어"
2025년 06월 29일(일) 16:46
조애정(64)씨가 광주 광산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광주이주민건강센터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주민들을 만나 그들이 살고 있는 광주라는 곳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주 광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미얀마 출신 조애정(초초아이젠, 64)씨는 목사로 활동하면서 어느덧 한국생활 19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녀는 미얀마 이주민들에게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 미얀마 교회에서 남편 임광진 목사와 함께 광주에 거주하는 20여명의 미얀마 이주민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이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장흥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광주로 거처를 옮겨 그들의 삶을 위로해주고 있다.

그녀는 현재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직장에서 피해를 겪으며 힘들게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친구들은 사장에게 폭언과 욕설을 자주 듣고 무시도 당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 와서 힘든 일을 토로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월급도 제때 못 받는 친구들도 있고 최대 3개월간 밀린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 때마다 고향 생각이 나는 이들을 위해 교회에서 미얀마 반찬과 음식을 같이 만들고 밥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이 느꼈던 한국의 따뜻함을 많은 이들이 느끼길 바라며 자신의 한국생활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조씨는 “행정·은행 업무 등을 보러 갈 때마다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는 직원들이 너무 고맙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귀찮아 하지 않고 자세히 설명해준다”며 “고향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공공기관과 연계해 통·번역 일도 할 수 있었다. 우리 교회에 오는 이주민들도 저같은 경험을 느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한국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봉사 활동과 노력을 계속 할 것을 다짐했다.

조씨는 “외국인들도 차별을 겪지 않는 따뜻한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며 “봉사활동도 지금처럼 꾸준히 하고 이주민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케냐출신 유학생 엘비스(30)씨. 엘비스 제공
“광주는 저에게 제2의 고향 같아요.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2017년에 케냐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엘비스(30)씨도 9년차 한국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 공부를 하던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광주를 방문했다. 외국인인 자신에게 쉽게 다가오는 모습과 광주시민들의 따뜻한 감정을 느꼈던 광주의 첫 인상이 좋았다고 기억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기후 환경에 적응이 어려워 고생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광주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원을 다니다 휴학을 한 뒤 공부와 아르바이트,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광주국제교류센터에서 시민합창단 활동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엘비스씨는 “광주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곳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직원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며 “센터를 통해 일자리 기회도 얻을 수 있고 다른 외국인들도 적응을 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비스씨는 광주에 계속 머물기를 바라며 취직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생기길 소망했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광주에 취직해서 전공인 기계공학 분야에 대한 지식을 더 쌓고 실무 경험도 하고 싶다”며 “한국에 다양한 지역들이 많이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광주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어 “하지만 광주에 일자리가 많이 없어 큰 고민이다. 휴학을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며 “많은 기회가 생겨 취직을 통해 지금껏 이어온 광주의 인연을 지속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