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명선>우리동네 자율방범대를 아십니까?
김명선 광주경찰청 자율방범대 자문관
2025년 05월 19일(월) 13:46
새미씨는 야간 10시쯤 되어서 퇴근한다.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지친 몸을 내려서 약 15분 정도 골목길을 걸어서 집으로 간다.

항상 골목길은 음침하고 불안하다. 오늘도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그때 멀리서 반짝이는 경찰봉 물결이 춤을 추면서 다가온다. 우리동네 자율방범대다. 수호천사가 따로 있나 너무 반갑고 감사하여 눈물이 핑돈다. 감동이다.

주민들이 동네를 오다가다 마주치는 곳이 있다. 우리 동네 골목길 한 귀퉁이에는 00동 자율방범대라는 컨테이너박스 초소가 놓여 있다. 밤이면 천장 모서리에서 빨간 경광등이 삐꺼덕 소리를 내며 쉼 없이 돌아간다. 이곳을 지나치는 지역 주민들은 항상 궁금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어떤 조건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또 일한 대가는 받고 있을까 등등 지금부터 주민들이 궁금해하시는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우리 동네 자율방범대는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본인이 희망해서 우리 동네를 범죄로부터 안전한 동네로 만들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해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지원해서 활동하는 것이다.

어떻게 지원하면 될까요? 19세 이상 남녀 누구나 각동 자율방범대장에게 “나도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 한번 해보고 싶다”고 신청하면 자율방범대장이 경찰서장에게 추천하여 결격사유가 없으면 자율방범대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할 수 있다.

그러면 자율방범대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일은 경찰 인력이 부족하여 우리 동네 구석구석에 대해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을 할 수 없을 때 자율방범대는 그 틈을 파고들어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 및 범죄의 신고, 그리고 청소년 선도 및 보호 활동을 하고 있고, 또 시 경찰청장·경찰서장·지구대장·파출소장이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활동이나 광역시장·구청장 또는 동장이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 자율방범대는 임금을 받고 봉사활동을 한가요?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2023년 4월 27일) 시행되고 있다. 이 법 시행령에 의하면 자율방범대 운영에 관한 경비를 지자체장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되었다. 하지만 지금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예산은 많이 부족하다. 자율방범대원들의 복장, 장비, 또 차량을 운행한 곳은 유류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율방범대 운영 경비로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은 자율방범대원들의 활동비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활동비는 고사하고 야간 간식비도 충분하지 않아서 믹서용 커피 한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실정이다. 그래서 개인 사비를 갹출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율방범대는 총 85개 자율방범대로 인원은 174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야간 활동비를 바라고 현재 순찰 활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서, 개인 건강을 위해서, 봉사 활동이 좋아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인 광주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경찰공무원을 정년퇴직하고 올해 인사혁신처에서 추진한 퇴직자공로사업으로 경찰과 관련있는 자율방범대 어드바이져(자문관)로 위촉되어 현재 활동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속에서 자신들의 사비를 들여가면서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이면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는 모든 자율방범대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들은 혹한의 냉기를 뚫고, 또 폭염속에 속옷을 땀에 적셔가면서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길을 묵묵히 오늘밤도 걸어가고 있다.

우리 동네가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평화로운 밤거리가 조성된 것도 이들의 발자국의 흔적과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이들이 사비를 들여가며 시간과 몸을 바쳐서 봉사 활동하는 희생을 더 이상 바라만 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

자율,봉사라는 좋은 말로 테두리에 가두어 두고 우리 사회구성원들은 방관자적인 시선으로 더 이상 바라보아서도 안될 것 같다.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라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금년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000달러를 넘었다.

이들에게 이제는 봉사활동이라는 테투리를 걷어 낼 때도 되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야간 밤거리를 누비는 시간만큼 충분한 활동비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단돈 만원이라도 이들 손에 쥐어준다면 방범대는 더욱 활성화되고 자긍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땀에 젖은 몸을 녹일 수 있는 시원한 음료수 한잔씩이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는 그런 간식비라도 충분하게 지원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것이 공정한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우리 시민들도 밤거리에서 반짝이는 불봉 물결을 마주친다면 반갑다는 그 생각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지 마시고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 큰소리로 격려하는 한마디라도 보내주세요.

오늘밤에도 밤거리를 누비는 자율방범대원들의 발자국의 흔적과 반짝이는 불봉의 물결에 힘을 실어 시민들도 안전하고 포근한 밤이 되시길 간절히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