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대란’…시민들 긴 대기줄에 물량 소진 ‘분통’
무료 교체 첫날 아침부터 몰려
출근·등교 못하고 1시간씩 대기
유심 준비 수량 동나 교체 못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 불안감 호소
2025년 04월 28일(월) 18:36
가입자 유심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광주시내 한 SKT 대리점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가입자들이 길게 줄 서 있다. 김양배 기자
SK텔레콤이 유심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해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한 첫날, 광주 대리점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려 혼란이 빚어졌다. 길게 이어진 대기줄에 유심 물량 부족으로 교체를 마무리하지 못한 시민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28일 오전 찾은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SK텔레콤 직영점, 월요일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10시 매장 개장 전부터 유심 교체를 위해 시민들이 몰려들어 긴 줄이 늘어섰다. 대기 줄은 대리점뿐만 아닌 옆 매장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한 사람당 유심 교체 작업이 최소 10분 이상 소요되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자리에 주저 앉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동구에 거주하는 나영주(65)씨는 “아침 일찍 나와서 줄을 섰는데 1시간째 줄어들 기미가 안보인다. 직장에도 빨리 다시 들어가 봐야 하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본사 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김명진(23)씨도 “누가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볼지 모르는 상황인데 오늘 유심을 교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방문했다. 오후에 수업이 있는데 통신사의 잘못으로 내가 왜 이렇게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찍 와서 다행히 유심 교체를 할 수 있었지만 대기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유심 수량 부족 문제로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리점 직원이 매장 밖으로 나와 ‘수량이 부족해 오늘 전부 교체를 할 순 없다’고 하자 시민들이 ‘그럼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은 내일이면 교체가 가능한거냐’고 물었다. 대리점 직원은 ‘내일 아침 일찍 오면 누구든지 가능하다’고 답하자 시민들은 ‘말로는 누가 못하냐’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28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 한 SK텔레콤 대리점,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 있다. 이정준 기자
이날 대리점에서 준비된 유심 수량이 130개에 불과하다 보니 결국 오랜 기다림에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유심 물량이 동났다는 소식을 들은 박은선(52)씨는 “내일 또 아침 일찍 나와야 한다. 내일도 유심을 바꿀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 내가 피해자가 될까봐 불안하다”며 “해킹 사고가 일어난 지 1주일이 넘었는데 유심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내비쳤다.

준비된 유심이 다 떨어지자, 대리점 측은 ‘유심 재고 소진으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만 가능합니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대리점에는 유심보호서비스에라도 가입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유심보호서비스는 2023년 불법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해 개발된 서비스로, 해킹 조직이 유심 정보를 탈취·복제하더라도 타 기기에서 고객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까지 SK텔레콤 전체 가입자 2300만명의 24%인 총 554만 명이 해당 서비스에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유심 무료 교체 시작 이후 온라인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유심보호서비스 접속 또한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심 교체와 보호서비스에 대해 온라인 예약을 받고있지만 서버나 대기자 문제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유심 재고 또한 본사에서 내려온 별다른 지침이 없어 제공받는대로 방문하는 고객들에 한해 불편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