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상풍력 시대 연다…영광서 ‘전력 자립’ 시동
●약수 해상풍력 상업발전 개시
4.3MW급…연간 4천가구 사용량
국내 기술력·주민 상생 모델 주목
완도·신안 등 대규모 사업 가속도
4.3MW급…연간 4천가구 사용량
국내 기술력·주민 상생 모델 주목
완도·신안 등 대규모 사업 가속도
2025년 04월 23일(수) 17:50 |
![]() 23일 영광 약수 해상풍력 현장 근처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충모 전남개발공사장이 영광 약수 해상풍력 발전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남개발공사 제공 |
![]() 영광 약수해상풍력 발전현장. 전남개발공사 제공 |
23일 오전 찾은 영광군 백수읍 앞바다. 드넓은 바다 위에 우뚝 서 있는 발전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해안으로부터 약 2.5㎞ 떨어진 해상에 설치된 발전기는 국내기업인 유니슨㈜이 제작한 4.3MW급 1기로 높이 95m, 블레이드 길이 75m 크기다. 회전 반경까지 고려하면 해상에서의 영향 높이는 무려 170m에 달하며, 이는 50층 초고층 아파트와 맞먹는 규모다. 해저에는 750톤에 이르는 석션버킷 방식의 강철 구조물이 하중을 지탱하고 있다.
이번 상업발전은 지난 2019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이후 5년 7개월만에 가능해졌다. 전남개발공사는 총사업비 190억 원을 들여 시공했다. 발전기 제작 및 설치는 국내 기술만으로 진행됐으며, 해저케이블은 대한전선, 설치 운반은 동방㈜이 맡았다. 시공 과정에 사용된 바지선과 해상 설치장비 모두 대한민국 등록 선박으로 구성돼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자립을 입증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발전기는 연간 약 9791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약 4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며, 탄소 감축 효과만 해도 14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이 공공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남개발공사는 발전사업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 사업기획, 인허가, 시공, 운영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했다. 이를 통해 사업 전 주기의 기술 역량 축적과 동시에 향후 해상풍력 전문 O&M(운영 및 유지관리) 체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업 성공의 또 다른 축은 주민과의 상생이다. 공사는 사업 초기부터 발전기 설치 예정지 인근 어촌계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발전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와 더불어 지역발전기금 기부와 함께 사업 과정 전반에 걸쳐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했으며, 마을 어촌계와 주민상생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약 7억 원 가량의 지원금도 지급했다.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수년째 지연 중인 타 해상풍력 사업들과 달리, 공공기관 주도의 안정적인 합의 과정은 민간 사업자에게도 긍정적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장 큰 난관은 국방부와의 군 작전성 협의였다. 2022년 5월, 해상에 설치되는 발전기가 군 레이더 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가 대체 레이더 설치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업 또한 18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남개발공사는 자체 기술설명서와 학계·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수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해상풍력 발전사업 중 최초로 군 작전성 협의를 완료했다. 이 과정을 통해 4억원의 발전기 보관 비용도 절감했다.
행정절차 지연으로 인해 해저공사와 상부 설치 공정이 동시에 진행될 수 없었던 상황에서는 ‘부분허가’ 방식을 도입해 건설 기간을 6개월 이상 단축했다. 영광군과 협의해 하부구조물 설치부터 허가받은 뒤, 군 협의가 마무리되자마자 상부구조물 설치를 이어간 것이다. 이러한 유연한 행정 대응은 사업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전남개발공사는 이번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400MW), 신안 후광 해상풍력(323MW) 등이 예정돼 있으며, 두 사업 모두 2031년 상업발전을 목표로 환경영향평가 및 실시설계에 들어가 있다.
현재 전남에는 전국 발전사업 허가량의 60%에 해당하는 18.6GW 규모, 총 59개소의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추진 중이다. 이 중 신안군은 5.2GW 규모의 집적화단지로 지정돼 있으며, 영광(4.2GW), 여수(4.5GW), 진도, 완도, 해남 등도 각각 수 GW 단위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장충모 전남개발공사 사장은 “약수 해상풍력의 상업발전은 전남 해상풍력 산업의 출발점이자, 향후 질서 있는 확산을 위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술, 주민 협력, 공공역량이 모인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대규모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해상풍력은 단군 이래 전남에서 이뤄지는 최대 사업인 만큼 관련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자재 산업 육성 및 전력 다소비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에너지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등 전남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풍력시장을 선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