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마라톤>‘그만둘까’ 10번 넘게 참아내 끝내 ‘우승’
●10㎞ 남자 우승 양정모씨
2025년 04월 20일(일) 18:51
20일 열린 호남마라톤대회 남자 10㎞코스에서 우승한 양정모(39·오픈케어)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동환 기자
20일 열린 호남마라톤대회 남자 10㎞코스에서 양정모(39·오픈케어)씨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최동환 기자
전국의 마라토너들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영산강변을 달리며 제22회 호남마라톤에 참가해 시원한 봄날의 경주를 만끽했다. 극심하게 변덕을 부린 봄비에도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상계엄의 여파와 기나긴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내 마라톤 저변 확산과 생활체육 활성화 등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는 10㎞와 하프(21.095㎞) 등 2개 부문에서 열띤 레이스가 펼쳐졌다.

남자 하프코스 우승은 김우빈(29·광주달리기교실)씨가 1시간22분19초21의 기록으로 2위 김승형(1시간23분05초84)씨에 불과 40여초 차 앞설 정도로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3위는 김혜원(1시간23분46초94)씨가 기록했다.

여자부 하프코스 우승자는 권순희(54)씨다. 권순희씨는 1시간33분20초91의 기록으로 2위 차명미(1시간48분10초56)씨를 15분여 차로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김혜경(1시간53분44초01)씨가 3위로 골인했다.

10㎞ 남자부에선 양정모(39·오픈케어)씨가 35분44초92의 기록으로 2위 최요인(37분03초71)씨를 1분여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3위는 37분58초04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명철씨였다.

10㎞ 여자부는 김미선(48·화순 더원크루)씨가 43분56초77로 1위를 차지했다. 46분15초38로 1위에 3분 차 뒤져 골인한 이미림씨가 2위를 기록했고, 3위 장희수(46분27초24)씨가 뒤를 이었다.

각 부문에서 영광의 1등을 차지한 우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풀코스를 2시간 30분 이내로 뛰는 마라토너가 되고 싶습니다.”

무안에서 주로 홀로 달리기를 하며 마라톤을 준비하던 양정모(39·오픈케어)씨가 호남마라톤대회 남자 10㎞코스에서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양씨는 최근 풀코스 마라톤을 경험해봤고 스피드 훈련을 해야 하는데 감각 유지 차원에서 호남마라톤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누군가에게 지도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지원받은 훈련 프로그램을 활용해 달리기를 독학하고 있는 그는 첫 우승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기록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앞서 다른 대회들에서 잘 뛰는 사람들을 쫓아가는 방식으로 페이스 조절 연습을 하곤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대열 선두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안내 스태프를 따라 무작정 달리다 보니 계획했던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약 3㎞를 달렸을 때부터 그는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만둘까’라며 떠오르는 생각을 10번도 넘게 마음 속으로 삼키며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했던 연습 덕분이다.

양씨는 “혼자이더라도 꾸준하게 했던 것들이 나를 우승으로 이끈 것 같다. 혼자 연습을 하면 쉽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하고 특히 빠른 페이스를 연습할 때 조금만 숨이 차올라도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연습했던 것들을 믿고 마음 속으로 1등을 노리긴 했지만 진짜로 해내리라고는 생각 못 했고 솔직히 오늘 잘 못 뛰었는데 운이 좋아서 1등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