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마라톤>마라톤 찾아 방방곡곡 전국 순회…“잔치 초대된 기분”
●하프코스 여자 우승 권순희씨
2025년 04월 20일(일) 18:50
20일 광주 승촌보 영산강문화관 광장에서 진행된 호남마라톤대회에서 권순희(54)씨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최동환 기자
20일 열린 호남마라톤대회 여자 하프코스에서 우승한 권순희(54)씨가 트로피를 들고 있다. 최동환 기자
전국의 마라토너들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영산강변을 달리며 제22회 호남마라톤에 참가해 시원한 봄날의 경주를 만끽했다. 극심하게 변덕을 부린 봄비에도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상계엄의 여파와 기나긴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내 마라톤 저변 확산과 생활체육 활성화 등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는 10㎞와 하프(21.095㎞) 등 2개 부문에서 열띤 레이스가 펼쳐졌다.

남자 하프코스 우승은 김우빈(29·광주달리기교실)씨가 1시간22분19초21의 기록으로 2위 김승형(1시간23분05초84)씨에 불과 40여초 차 앞설 정도로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3위는 김혜원(1시간23분46초94)씨가 기록했다.

여자부 하프코스 우승자는 권순희(54)씨다. 권순희씨는 1시간33분20초91의 기록으로 2위 차명미(1시간48분10초56)씨를 15분여 차로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김혜경(1시간53분44초01)씨가 3위로 골인했다.

10㎞ 남자부에선 양정모(39·오픈케어)씨가 35분44초92의 기록으로 2위 최요인(37분03초71)씨를 1분여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3위는 37분58초04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명철씨였다.

10㎞ 여자부는 김미선(48·화순 더원크루)씨가 43분56초77로 1위를 차지했다. 46분15초38로 1위에 3분 차 뒤져 골인한 이미림씨가 2위를 기록했고, 3위 장희수(46분27초24)씨가 뒤를 이었다.

각 부문에서 영광의 1등을 차지한 우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10년 뒤에도 영산강 꽃을 보며 뛸 수 있기를…”

제22회 호남마라톤대회 여자 하프 코스 부문 우승의 주인공은 20년째 전국을 돌며 마라톤을 하고 있는 권순희(54)씨가 됐다.

약 15년 전 마라톤을 위해 영산강을 찾았다가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예쁜 모습에 반했다. 매년 영산강에서 하는 마라톤은 빠지지 않고 꼭 참여하고 있는 권씨는 올해도 호남마라톤 대회를 통해 영산강을 찾았다. 이날 권씨는 봄 영산강의 유채꽃이 핀 모습을 얼른 보고싶은 마음에 새벽부터 부산에서 출발했고 이날도 어김없이 아름답게 핀 꽃들을 보며 잔치에 초대된 기분을 느꼈다.

권씨는 예쁜 꽃들을 구경하면서 뛰다보니 하프 코스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금방 지나가버렸고 즐겁고 기분좋게 뛰다보니 우승을 한 것은 그저 ‘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땀을 흠뻑 흘렸다면 잘 뛰었다고 생각했고 좋은 성적은 늘 알아서 따라왔다는 것이다. 권씨는 1시간33분20초91로 2등과 15분이 넘는 기록 차이를 냈지만, 결승점을 통과하고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기 보다 또다시 꽃들을 구경하러 뛰어가기도 했다.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구간으로 권씨는 초반 3㎞를 꼽았다. 힘이 빠지는 과정에서 몸에 힘을 풀고 적응하지 않으면 남은 코스 전부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달리미들끼리 섞여있을 때나 젊은 사람들 틈에서 경쟁한다는 게 아닌 꽃들을 보며 생각을 비우라는 것이다.

권씨는 “일주일 동안 일하고 주말에는 전국을 돌며 마라톤을 한 지 20년이 됐다.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보고 새로운 경치를 구경을 하며 마라톤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산강의 아름다운 코스에서 소풍 온 기분으로 잘 뛰고 간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