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133-1>‘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독주 프레임의 그림자
지역 순회 경선 90% 득표율 ‘압승’
“당내 건강한 토론·경쟁 위축” 지적
‘반(反)이재명’ 정서 자극 역풍 우려
공정성 논란·호남 민심 이탈 과제로
“팬덤 넘어 정치적 포용력 보여줘야”
2025년 04월 20일(일) 18:2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영광 재선거 유세 현장에서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와 함께 시장 상인을 만나 안부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6·3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초반 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90%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어대명 프레임’에 기반한 이 전 대표의 독주 체제는 민주당 내부의 건강한 토론과 경쟁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당내 경선을 형식적으로 전락시키고, 다른 주자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순간 정당은 역동성을 잃고 폐쇄적인 조직이 된다. 반(反) 이재명 정서를 자극해 비판적 중도층이나 보수층의 결집을 부추키는 역풍 현상이 일어날 경우 선거 판세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11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제 양극화 해소, 국민 중심 정치, 국익 중심 외교를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위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가 되겠다”는 포용 메시지를 던졌다. 선거 캠프에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친명계 색채를 자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앞에는 당내 경선 공정성 논란. 호남 민심 이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규칙 확정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당 특별당규위원회는 지난 14일 대선 경선 룰을 ‘국민참여경선(일반국민 50%·권리당원 50%)’으로 확정했다. 투표 당원은 12개월 전에 가입해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을 대상, 안심번호를 통해 각 50만명씩 두 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당은 19일부터 진행한 4개 권역 순회 경선을 마친 후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비이재명계가 요구한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 비명계 대선 후보들은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된 ‘사실상 추대 경선’”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이들은 이재명 예비후보가 대표 시절 당권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며 당원·국민을 차별하지 않는 ‘완전국민경선’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김두관 전 의원은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신 저버렸다”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특별당규위원회가 지난 12일 결정한 ‘국민참여경선’찬반 당원 투표가 13일 진행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이번 갈등으로 당내에서는 경선 흥행 저조와 본선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호남 민심의 경고는 민주당에 뼈아프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치러진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에 패배했다. 광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선거 결과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를 안겼다”며 “이는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시도민의 심판이자 경고”라고 주장했다.

당내 통합 역시 중요한 시험대다. 이 전 대표는 강성 팬덤과 친명계 조직을 기반으로 독주 체제를 구축해왔지만,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당내 시선도 적지 않다. ‘비명횡사’ 논란, 측근 중심 캠프 운영, 당내 의견 수렴 부족 등이 ‘이재명 중심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정치학자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세론과 팬덤은 당의 동력일 수 있지만, 동시에 비호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고 해서 정치교체 요구까지 충족된 것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제도 정치에 대한 경쟁력과 정치적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지역위원회 관계자도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다. 수권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지만, 팬덤 잡음과 당내 소통 부족 등의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며 “정치교체 없는 정권교체는 의미 없다. 과거 ‘이회창 대세론’이 노무현에 무너졌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지만,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진영 교체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치 복원과 시스템 개혁’ 등 실질적 변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 대선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비극으로 초래된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은 뚜렷하다. 한국 민주주의 한계 극복을 위한 제도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이 전 대표가 이런 국민들의 기대를 어떻게 넘을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