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헌 필요하지만 내란종식 먼저…국론분열 부를수도"
2025년 04월 07일(월) 13:4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대해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물론 이 대표는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계엄요건 강화 등 일부에 대해서는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우 의장이 “권력구조 개편안이 개헌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발언은 우 의장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우 의장이 요청한 즉각적인 국회 개헌특위 구성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는 우선 “5년 단임제는 기형적 제도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되고 국정의 안정성이 없다. 이 때문에 4년 중임제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것”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국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통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눠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했다”며 “이를 국민들의 힘으로 간신히 복구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내란 종식에 집중했으면 좋겠고, 국민의힘도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투표법이라는 장애물도 있다. 현재 국민투표법상으로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하려면 개헌안에 대해 본 투표만 할 수 있고 사전투표장에서는 개헌 투표를 할 수 없다”며 “이러면 (개헌 투표 참여자가 국민의) 과반수가 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선을 다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해보겠다”면서도 “일부 정치세력이 기대하는 것처럼 개헌 문제로 논점을 흐리고 내란을 덮으려는 시도는 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방안이나 계엄 요건을 강화해 함부로 군사 쿠데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돼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그 외에 대통령의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의 추천 문제,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의 기본권 강화 등은 논쟁의 여지가 크다”며 “실제로 결과는 내지 못하며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그 공약대로 개헌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기자